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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졸업년도 2021년
구멍을 그리는 시대 1
- 장지에 수묵, 153*201, 2020
언제부터였을까? 불안과 우울이 나를 덮치고 옥죄어왔다. 불쾌한 두근거림 속 감정을 잊기 위한 피가학적 욕망에 시달렸다. 욕망은 나를 삼켰고, 코로나19로 인해 가라앉은 2020년 속에서 나는 점점 더 작아져 갔다.
불쾌한 감정은 사람들의 구멍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잊기 위한 충동은 나의 구멍으로 귀결되었다. 사람을 피하고 싶었으면서 막상 만나지 못하니 사람을 보고 싶었다. 얼굴의 구멍을 모두 가려 볼 수 없으면 편할 줄 알았는데 그저 볼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표정을 볼 수 없으니 자꾸만 상상하게 되고, 상상은 불안한 형상으로 이어졌다.
어딘가 고장 난 채로 정처 없이 떠돌았다. 그러다가 그냥 눈을 한번 질끈 감고 이 모든 것을 마주하고자 했다. 내가 받아들인 구멍의 형상, 충동과 욕망, 감정까지.
나는 구멍을 그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현재를 살고 싶다. 마주하는 연습을 하면서.
http://www.seoulgallery.co.kr/gallery/art_view2?wm_id=403&wm_sid=31 - 장지에 수묵, 153*20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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