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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실험, 신진의 추상… 13가지 세상의 ‘다르게 말하기’
  • 작성일2023/11/21 10:07
  • 조회 52

아트스페이스 호화 세 번째 소장전 ‘액트3. 알레고리아…’

美 개념미술의 대가 멜 보크너
‘서정적 풍경 속 캐릭터’ 쿠나스
13명 작가의 15개 작품 선보여

서울 광화문 아트스페이스 호화에서 호반문화재단의 세 번째 소장품전 ‘액트 3. 알레고리아-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오는 12월 17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프리드리히 쿠나스의 ‘웨이크업 앤 드림’(2023).  호반문화재단 제공

▲ 서울 광화문 아트스페이스 호화에서 호반문화재단의 세 번째 소장품전 ‘액트 3. 알레고리아-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오는 12월 17일까지 열린다. 사진은 프리드리히 쿠나스의 ‘웨이크업 앤 드림’(2023).
호반문화재단 제공


미국 개념미술의 대가 멜 보크너(83)의 시각적 실험부터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들의 기민한 통찰력, 떠오르는 신진 작가들의 감각적인 추상까지…. 인간의 복잡다단한 내면과 행위, 풍경을 저마다의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며 ‘다르게 말하기’를 시도하는 작가들의 회화가 한자리에 모였다.

오는 12월 17일까지 서울 광화문 아트스페이스 호화에서 열리는 호반문화재단의 세 번째 소장품전 ‘액트3. 알레고리아-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그 무대다. 그리스어로 ‘다르게 말하기’를 뜻하는 전시명 알레고리아에서 엿볼 수 있듯, 이번 소장품전은 대상을 새롭게 바라보며 저마다의 사유와 메시지를 투영한 작가 13명의 개성이 15점의 작품으로 뚜렷이 각인된다.

미국의 대표 개념미술 화가 멜 보크너의 ‘HA HA HA’(2022).  호반문화재단 제공

▲ 미국의 대표 개념미술 화가 멜 보크너의 ‘HA HA HA’(2022).
호반문화재단 제공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작가들의 정체성에 대한 통찰과 인간 이중성에 대한 풍자,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의식 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여럿 나와 눈길을 끈다.

데렉 포저(49)는 캔버스에 판지를 여덟 번 붙였다 떼고 그 위에 신문지를 붙이고 긁어내는 ‘노동집약적 행위’를 통해 다양한 층위의 울퉁불퉁한 화면을 만들어 내며 그 위에 다채로운 색채를 입혔다. 작가는 여기에 무용수, 스포츠 스타, 배우들의 즉흥적인 행위를 보여 주며 인간 내면의 감정을 깊숙이 통과해 보게 한다.

데렉 포저의 ‘싱글 피벗 턴’(2018).  호반문화재단 제공

▲ 데렉 포저의 ‘싱글 피벗 턴’(2018).
호반문화재단 제공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라시드 존슨(47)은 기하학적으로 깨진 타일, 검정 비누, 시어버터 등 이채로운 재료를 활용해 우리 안의 불안과 혼란을 빚어냈다. 화창한 하늘과 철조망 뒤에 갇힌 듯한 사람과 반려견의 모습이 기묘한 대비를 이루는 제이슨 폭스(59)의 ‘백야드’는 눈이 없거나 입이 일그러진 왜곡된 형상의 자기투사적 초상화로 외피 너머의 이면을 풍자한다.

독일 작가 프리드리히 쿠나스(49)는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풍경 안에 친숙한 동물, 만화 캐릭터 등을 들여보내 작가 특유의 위트가 깃든 이질적인 풍경화를 만들어 냈다. 이에 더해 캔버스 위에 겹겹이 바른 물감층을 긁어내 특정한 메시지의 텍스트를 새겨 넣거나 화면 중앙에 작품 제목을 써넣는 등의 시도는 관람객들에게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부유하게 한다.

제이슨 폭스의 ‘백 야드’(2022). 호반문화재단 제공

▲ 제이슨 폭스의 ‘백 야드’(2022).
호반문화재단 제공


여성 작가들이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구축한 우뚝한 작품세계도 돋보인다. 스코틀랜드 작가 캐럴라인 워커(41)는 객관적 관찰자의 시점으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여성의 사회, 일상에서의 모습을 화폭 전면에 등장시켜 여성을 둘러싼 허상과 왜곡을 걷어 낸다. 밝고 따뜻한 색감과 형태가 평온함을 안겨 주는 힐러리 페시스(44)의 정물화를 비롯해 뒤엉킨 식물의 잎과 줄기, 꽃 등이 리듬감 있게 어우러져 생동하는 허보리(42) 작가의 회화도 감상할 수 있다. 의성어 등을 반복적으로 배열하는 등 언어를 회화에 활용하며 물감의 물성이나 재료와의 마찰을 통해 새로운 미학적 경험을 제시하는 멜 보크너의 작품, 동시대 중국 추상미술 작가 딩이(61)의 십자 기호 추상 등도 나와 시각적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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