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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외교’의 진수… 미술관 빰치는 이탈리아 외교부 소장품이 왔다
  • 작성일2023/07/18 15:08
  • 조회 96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2 ‘파르네시나 컬렉션’展

변두리로 옮겨간 외교부 청사
대여 작품 모아가며 유명해져
伊현대미술 알리는 공간 변신
새달까지 근현대작 70점 초대

전시장 가운데 서 있는 마리노 마리니의 ‘말’(1945)이 눈에 띈다.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제공

▲ 전시장 가운데 서 있는 마리노 마리니의 ‘말’(1945)이 눈에 띈다.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제공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이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우주선이 됐다. 시공간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이미지가 환상적이면서도 현기증을 일으킨다. 세계 유수의 건축물을 우주선으로 변모시켜 온 이탈리아 현대미술 작가 그라치아 토데리의 ‘셈페르 에아뎀’(언제나 그대로라는 뜻·2004)이다.

한 에트루리아인 남성이 거울에 닿기 직전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그를 가까이서 보려는 관람객, 전시장을 거닐던 관람객들은 거울을 통해 작품 안으로 ‘초대’받는다. 지나는 사람들을 ‘작품’으로 이끌어 낸 거울 작품으로 1960년대 초부터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은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그의 청동 조각 ‘에트루리아인’(1976)이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위대한 이탈리아 비전: 파르네시나 컬렉션’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청동 조각 ‘에트루리아인’(1976).  정서린 기자

▲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위대한 이탈리아 비전: 파르네시나 컬렉션’ 입구에서 만날 수 있는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의 청동 조각 ‘에트루리아인’(1976).
정서린 기자


이탈리아 근현대 작가 63명의 작품 70여점이 서울에 왔다. 오는 8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스페이스2에서 펼쳐지는 ‘위대한 이탈리아 비전: 파르네시나 컬렉션’이다.

전시명이 보여 주듯 이번 전시는 ‘하나의 미술관’으로 유명해진 이탈리아 외교협력부 건물이 품고 있던 파르네시나 컬렉션을 옮겨온 것이다. 로마 한복판 치기궁에 있다가 1960년대 변두리인 파르네시나로 옮겨간 외교부 건물은 무미건조함 그 자체였다. 이에 실망한 직원들은 건물에 어떤 시도나 장식도 하지 않았다.

움베르토 보초니가 ‘공간에서 연속하는 단일한 형태’를 청동 버전으로 만든 작품(2013).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제공

▲ 움베르토 보초니가 ‘공간에서 연속하는 단일한 형태’를 청동 버전으로 만든 작품(2013).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제공


독일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다 1998년 귀국한 움베르토 바타니 현 베네치아국제대 총장은 텅 빈 건물을 보며 ‘새 시대를 맞은 이탈리아를 해외 대표단에 보여 줄 최고의 방법은 무엇일까’ 골몰했다. 이탈리아 현대미술을 보여 주는 게 답이라는 결론을 내린 그는 친한 작가들에게 작품 대여를 요청해 한 점 한 점 모았다. 현재 작가 280여명의 작품 630여점을 거느린 ‘파르네시나 컬렉션’의 첫걸음이다.

지난 13일 전시장에서 만난 바타니 총장은 “초기에만 해도 직원들은 작품에 경외감을 느끼면서도 ‘이방인들이 우리 공간을 빼앗아 간 듯하다’고 당황해했으나 나중엔 수백, 수천명이 찾아왔다”며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도 높지 않고 현대미술관도 몇 개 없었던 당시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라치아 토데리의 ‘셈페르 에아뎀’(2004). 아트선재센터 제공

▲ 그라치아 토데리의 ‘셈페르 에아뎀’(2004).
아트선재센터 제공


작품 매입 예산이 없는 외교부는 대여 계약으로 컬렉션을 이어 가고 있다. 바타니 총장은 “기부를 원하지 않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화하는 컬렉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로 데 페디스 이탈리아 외교협력부 공공문화외교국 국장은 “‘이탈리아 미술’ 하면 로마, 르네상스, 바로크 등만 떠올리지만 이탈리아 미술은 그때 끝난 게 아니라 그 뒤에도 번성했다”며 이번 전시가 이탈리아 현대미술을 알리는 자리임을 강조했다.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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