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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했냐” 혹평 떨치고 일군 섬유예술 새 지평…이신자 ‘반세기 실험’
  • 작성일2023/10/11 16:33
  • 조회 60
이신자 작가가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자신의 대규모 회고전 ‘이신자, 실로 그리다’에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신자 작가가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자신의 대규모 회고전 ‘이신자, 실로 그리다’에서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자수 다 망쳤다.” “발가락으로 작업했냐.”

전통 자수가 대세이던 1960~1970년대, 실을 감고 뽑고 엮거나 밀 포대, 방충망, 벽지 등을 적용한 ‘이신자(93)의 혁신’은 이런 혹평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는 기존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고 과감한 실험을 우직하게 밀고나갔다. 1970년대 태피스트리(여러 색실로 그림을 짜 넣은 직물)을 국내에 처음 선보이며 섬유예술의 새 지평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다. 구순이 넘은 작가는 “배운 게 없어 제멋대로 하느라 힘들었지만 자수를 전공했다면 이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한국 섬유예술의 역사가 된 그의 반세기 실험을 작품 90여점, 아카이브 30여점으로 짚어볼 수 있다. 내년 2월 1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는 ‘이신자, 실로 그리다’ 전시에서다.

이신자 작가의 ‘노이로제’, 1961, 면에 모사, 합성사, 화학염료; 납방염, 아플리케, 자유기법, 158×92.5 cm,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이신자 작가의 ‘노이로제’, 1961, 면에 모사, 합성사, 화학염료; 납방염, 아플리케, 자유기법, 158×92.5 cm, 작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961년 제10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추천작가로 출품한 ‘노이로제’는 네 아이가 태양을 보며 즐겁게 놀이하고 꿈을 펼쳐나가는 모습을 세련된 구도와 색채로 담았다. 특히 쇠망에 염료를 묻혀 바탕을 찍고 그 위에 천을 붙이거나 화학섬유로 수를 놓는 그의 독창적인 기법을 한껏 부려놓았다. 하지만 당시 주변의 냉담한 반응에 냉가슴을 앓던 작가는 작품명을 ‘노이로제’라 붙였다.

63빌딩, 한강대교 등 한강 주변 풍경을 가로 19m짜리 대작으로 구현한 ‘한강-서울의 맥’(1990~1993)은 3년의 공력을 들여 세밀한 명암 표현이 돋보이는 한 폭의 거대한 수묵화로 탄생시켰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화면을 나눠 독립적으로 재구성하고 자연을 관조하는 하나의 창처럼 태피스트리에 금속 프레임을 배치해 이질적인 물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자연에 대한 확장된 시각을 제공하는 변화를 더했다. 특히 ‘산의 정기’ 시리즈에는 경북 울진 출신인 작가의 모태 공간, 아버지와 손을 맞잡고 오르던 산과 울진 앞바다의 추석이 아로새겨져 있다. “어린 시절 울진 앞바다에서 본 바다 풍경과 아버지 손을 잡고 오르던 산에는 파도 소리, 빛, 추억, 사랑, 이별, 이 모든 것이 스며 있다”는 말처럼 자연의 영원한 생명력은 이신자 예술의 평생 화두였다.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섬유예술 1세대 작가 이신자의 대규모 회고전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섬유예술 1세대 작가 이신자의 대규모 회고전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신자 작가의 ‘지평을 열며’, 2005, 모사, 금속, 나무; 태피스트리, 73×93 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 이신자 작가의 ‘지평을 열며’, 2005, 모사, 금속, 나무; 태피스트리, 73×93 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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