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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 의한 기증, 모두를 위한 전시
  • 작성일2023/10/24 16:55
  • 조회 69

기증으로 풍성해진 박물관

손기정 ‘투구’·이건희 컬렉션 등
개인의 유물·소장품 기증 늘어
중앙박물관 등 별도 코너 마련
“숨겨진 작품들 누구나 향유 의미”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에 전시된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고 손기정 선생의 투구. 일제강점기에 일장기를 걸고 출전했지만 부상으로 받은 투구는 우리 민족의 것이라며 박물관에 기증했다.

▲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2층에 전시된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고 손기정 선생의 투구. 일제강점기에 일장기를 걸고 출전했지만 부상으로 받은 투구는 우리 민족의 것이라며 박물관에 기증했다.


“이 투구는 나의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것입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1912~2002)은 부상으로 받은 투구를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모두를 위한 투구여야 한다는 그의 뜻에 따라 박물관은 유물을 소중히 보관했고 지난해 12월 기증관을 개편하면서 상설전시관 2층에 별도로 전용 공간을 만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올해 말까지 기증관 개편 사업도 진행한다.

기증이 박물관 풍경을 바꾸고 있다. 개인의 유물 기증이 늘어나면서 박물관이 별도의 특별전을 마련하는가 하면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기증 유물은 전국 박물관의 전시를 전례 없이 풍성하게 했다.

국립광주박물관에서 오는 12월 10일까지 하는 ‘애중, 아끼고 사랑한 그림 이야기’는 지난 3월 미국인 게일 허 여사가 기증한 유물로 꾸민 전시다. 시아버지인 허민수(1897~1972) 선생이 아들 내외에게 준 선물을 허 여사가 시아버지의 고향인 전남 진도와 가까운 박물관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박물관에서 검토 후 유물을 받아 전시를 마련했다. 전시에는 ‘석농화원’ 수록작 가운데 기록으로만 전하던 김진규(1658~1716)의 ‘묵매도’ 같은 가치 있는 유물이 나와 관심을 끌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매듭공예가 이부자씨가 자신의 작품 앞에 서 있다.

▲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매듭공예가 이부자씨가 자신의 작품 앞에 서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11월 6일까지 하는 ‘매듭’은 이부자(79) 선생이 기증한 매듭공예품 160여점으로 꾸민 전시다. 천연염색 연구가 이병찬씨의 권유로 기증을 결정했는데 작품 일부만 내놓으려던 것을 서너 차례 박물관 관계자들과 만나면서 전부 기증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지난달 개막할 때 만난 이씨는 “작품을 박물관에 모두 보낸 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라고 회상하면서도 전시를 보고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기증의 가치가 인정받고 기증품도 늘어나면서 국립민속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진주박물관처럼 일부 박물관은 기증자를 기리는 전시 코너를 따로 마련하기도 한다.

국립공주박물관은 문화재를 기증한 이들의 이름을 한쪽 벽에 새겼다.

▲ 국립공주박물관은 문화재를 기증한 이들의 이름을 한쪽 벽에 새겼다.


국립진주박물관에는 경남 사천 출신의 재일교포 사업가 두암 김용두(1922~2003) 선생이 기증한 190점의 문화재를 전시하는 ‘두암실’이 있다. 국립공주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처럼 한쪽 벽에 기증자의 이름을 새기는 곳도 있다.

‘애중, 아끼고 사랑한 그림 이야기’를 기획한 권혜은 학예연구사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혼자 보고 혼자 간직하던 것을 박물관에 기증함으로써 누구나 향유할 수 있게 된다는 게 기증이 가진 큰 의미”라며 “박물관 입장에서는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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