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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은 알고 있다… 속일 수 없는 진실을
  • 작성일2021/05/20 15:11
  • 조회 208

개념 미술가 안규철 개인전 가보니

30년 여정 집약한 ‘사물의 뒷모습’展
오브제 조각·회화 등 40여점 선보여
평범한 뒷모습에서 삶의 진실 발견
일상 사물 재조합해 이야기로 풀어

손잡이가 없는 ‘인생’ 문과 다섯 개의 손잡이가 달린 ‘예술’ 문, 나무 의자 화분으로 구성된 작품 ‘무명 작가를 위한 다섯 개의 질문’ 앞에 선 안규철 작가. 1991년 발표한 오브제 조각으로 일상 사물을 재조합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의 출발점이 됐다. 국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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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잡이가 없는 ‘인생’ 문과 다섯 개의 손잡이가 달린 ‘예술’ 문, 나무 의자 화분으로 구성된 작품 ‘무명 작가를 위한 다섯 개의 질문’ 앞에 선 안규철 작가. 1991년 발표한 오브제 조각으로 일상 사물을 재조합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업의 출발점이 됐다.
국제갤러리 제공

전시장 벽에 두 개의 문이 있다. 예술을 뜻하는 독일어 단어 ‘Kunst’가 적힌 문에는 손잡이가 다섯 개나 달린 반면 인생을 의미하는 ‘Leben’이 새겨진 문에는 손잡이가 아예 없다. 문 앞엔 다리 하나가 화분에 꽂힌 나무 의자가 공중에 위태롭게 떠 있다.

개념 미술가 안규철이 1991년 독일 유학 시절 작가로서 처음 선보였던 작품 ‘무명작가를 위한 다섯 개의 질문’이다. 그는 “예술가가 되겠다고 멀리 떠나왔지만 인생도, 예술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한 채 혼란을 겪던 시기의 자화상 같은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죽은 나무로 만든 의자를 화분에 심어 되살리려는 것처럼 불가능한 모험으로 보였지만 어떻게든 도전에 성공해 예술의 세계로 들어가겠다는 다짐을 담았다고 했다. 문, 의자, 화분 같은 일상 사물들을 재조합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구성은 이때부터 그만의 독자적인 창작 방식으로 자리하게 됐다.

안규철 작가가 30년 예술 여정을 집약한 개인전 ‘사물의 뒷모습’을 국제갤러리 부산점에 펼쳤다. 1997년부터 몸담았던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지난해 정년퇴임한 그는 “항상 신작으로만 전시를 해서 회고전은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금까지 무엇을 했고, 어떤 점이 미흡했는지 돌아보는 전시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브제 조각, 회화, 드로잉 등 작가적 행보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된 작품 40여점을 골랐다.
전시 전경. 국제갤러리 제공

▲ 전시 전경. 국제갤러리 제공

전시 제목 ‘사물의 뒷모습’에 대해 그는 “매일 보는 사람도 뒷모습에서 낯설고 새로운 본연의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면서 “일상생활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평범한 사물의 뒷모습에서 진짜 삶의 모습과 진실을 발견하고 그것을 보여 주는 것이 내 작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구두, 외투, 모자 같은 익숙한 사물들은 그의 머리와 손끝에서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를 드러내는 오브제로 탈바꿈한다. 그는 “난해한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에 관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캔버스 200개를 이어 붙인 가로 5m의 대형 회화 ‘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는 보이지 않는 것에서 진실을 찾으려는 작가의 끊임없는 사유를 드라마틱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다. 2012년 광주비엔날레에서 도심 곳곳에 캔버스를 버린 뒤 신문에 그림을 찾는 광고를 냈다. 돌아온 그림은 20여점이었고, 이 그림들만으로 전시를 했다. “유령처럼 보이지 않는 소문으로 떠돌고 있는 1980년 광주의 수많은 실종자들을 소환하는 작업”이었다. 이번 전시에선 200점을 다시 제작해 온전한 작품으로 선보인다.
캔버스 200개로 완성한 회화 ‘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가 걸린 전시장 모습. 국제갤러리 제공

▲ 캔버스 200개로 완성한 회화 ‘그들이 떠난 곳에서-바다’가 걸린 전시장 모습. 국제갤러리 제공

그는 미술가이면서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다. 글로 생각을 모으고, 연필 드로잉으로 아이디어를 보강한다. “양손잡이처럼 글과 그림 사이에 구분 없이 생각을 담고 전달하는 작업 방식이 몸에 배었다”고 했다. 매달 한 편씩 ‘현대문학’에 연재한 글과 그림을 묶어 지난 3월 두 번째 에세이집 ‘사물의 뒷모습’을 펴내기도 했다. 전시는 7월 4일까지.

부산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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