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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의 ‘길상’… 지금 행복하십니까
  • 작성일2022/11/21 09:39
  • 조회 124

민속박물관 ‘그 겨울의 행복’전

수·부·귀·강녕·자손중다 ‘오복’
간절한 기원 그림 등 한자리에
원숭이를 그린 ‘봉후도’는 원숭이를 뜻하는 한자어 ‘’(후)와 제후의 ‘侯’(후)가 발음이 같아 관직에 등용되거나 승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 원숭이를 그린 ‘봉후도’는 원숭이를 뜻하는 한자어 ‘’(후)와 제후의 ‘侯’(후)가 발음이 같아 관직에 등용되거나 승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지난 17일 마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선 시험을 잘 치르길 바라는 다양한 염원을 볼 수 있었다. 시험 결과는 수험생의 실력에 달린 것이지만 사람들은 자그마한 무엇이라도 수험생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 주길 바랐다.

일상에서 좋은 기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지난 16일 시작한 ‘그 겨울의 행복’ 특별전은 좋은 상징을 통해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행위인 ‘길상’을 보여 주는 전시다. 그림, 병풍, 공예품 등 200여점을 통해 좋은 일을 염원했던 옛사람들의 마음을 보게 된다.
씨가 많은 포도를 그린 ‘포도도’는 다산의 상징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 씨가 많은 포도를 그린 ‘포도도’는 다산의 상징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옛사람들이 행복으로 여겼던 다섯 가지를 오복이라 한다. ‘통속편’에 따르면 오복은 수(壽)·부(富)·귀(貴)·강녕(康寧)·자손중다(子孫衆多)로 오래 살고, 많은 재물과 높은 지위를 얻고, 건강하고 편안하며, 많은 자손을 두는 것이다. 동물, 식물, 글자, 기하무늬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오복을 기원했다.

고양이는 70세 노인을 의미하는 모(耄)와 중국어 발음인 ‘마오’와 같아 장수를 의미하고, 까치는 희작(喜鵲)이라 하여 기쁨을 상징한다.

조지운(1637∼1691)이 그렸다고 전해지는 ‘유하묘도’는 고양이 5마리와 까치 1쌍을 함께 그려 부부가 해로하길 기원하는 바람을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 최초 공개되는 이한철(1812∼1893)의 ‘해도’(蟹圖)는 딱딱한 게의 ‘등갑’을 뒤집으면 1등을 의미하는 ‘갑등’(甲等)이 된다는 언어유희를 활용해 게 네 마리를 그린 그림이다. 자녀가 많길 바라는 마음은 포도, 석류, 오이 등 씨가 많은 식물들의 이미지에 담았다.
가시가 많은 고슴도치가 오이를 이고 달아나는 ‘자위부과도’는 다산의 상징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 가시가 많은 고슴도치가 오이를 이고 달아나는 ‘자위부과도’는 다산의 상징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과거에만 물건을 통해 행복을 기원한 게 아니다. 지금은 거의 안 쓰는 성냥은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불이 활활 타오르듯 살림이 일어나라’는 의미로 줬던 집들이 선물이다. 로또, 돼지저금통 등 지금 세대가 행복을 기원한 물건들이 전시된 공간에는 지난 3월 발표한 ‘세계 행복 보고서 2022’에서 발췌한 한국의 행복 순위(세계 156개국 중 59위)가 벽에 적혀 있어 관람객들에게 지금 행복한지 돌아보게 한다.
 
신혼부부의 필수품인 ‘별전 열쇠패’에 새긴 박쥐무늬는 복을, 복숭아 무늬는 장수를 의미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 신혼부부의 필수품인 ‘별전 열쇠패’에 새긴 박쥐무늬는 복을, 복숭아 무늬는 장수를 의미한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는 시각·청각 장애인도 함께 행복의 발자취를 살필 수 있게 점자 리플릿, 큰 글씨로 주요 유물을 설명하는 빅 레이블, 수어 해설 영상 등이 준비됐다. 이주홍 학예연구사는 “행복을 추구하는 건 인간으로서 당연한 본성”이라며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길상 관련 소장품을 보면서 나의 행복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 2일까지.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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