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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 가는 돌? 시인의 명품벼루를 본 뒤 그 입이 부끄러워진다
  • 작성일2021/06/22 10:37
  • 조회 135
 

이근배 ‘벼루 용비어천가’ 전시

문방사우 중 하나의 ‘예술적 반전’
‘위원화초석’·‘남포석’ 100점 엄선
1000여점 수집… 관련 시도 80편
이근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이 서울 가나아트센터 ‘해와 달이 부르는 벼루의 용비어천가’ 전시에서 벼루 소장품을 설명하고 있다.
 

▲ 이근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이 서울 가나아트센터 ‘해와 달이 부르는 벼루의 용비어천가’ 전시에서 벼루 소장품을 설명하고 있다.

벼루가 이토록 화려하고 아름다웠던가.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인 이근배 시인의 등단 60주년 기념 한국 옛 벼루 소장품전 ‘해와 달이 부르는 벼루의 용비어천가’가 마련된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시장에 들어서면 명품 벼루 100여점이 뿜어내는 예술적 향취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선비의 문방사우(종이, 붓, 먹, 벼루) 중 하나로만 여겨 온 벼루의 놀라운 반전이다.

시인의 벼루 사랑은 유별나다. 연벽묵치(硯癖墨痴·벼루 먹 수집에 미친 선비)를 자처한다. 그동안 수집한 벼루가 어림잡아 1000여점을 넘는다. 벼루와 관련한 연작시도 80여편을 썼다. 이번 전시에선 시인이 가장 아끼는 위원화초석 벼루 60여점과 남포석 벼루 40여점을 엄선해 내놨다.
시인 등단 60주년을 맞아 준비한 이번 전시에선 섬세한 문양이 새겨진 남포석 장생문연(조선 19세기) 등 엄선한 벼루를 선보인다. 가나문화재단 제공 ▲ 시인 등단 60주년을 맞아 준비한 이번 전시에선 섬세한 문양이 새겨진 남포석 장생문연(조선 19세기) 등 엄선한 벼루를 선보인다.
가나문화재단 제공
시인 등단 60주년을 맞아 준비한 이번 전시에선 녹두색과 팥색이 어우러진 위원화초석 기국농경장생문연(조선 15~16세기) 등 엄선한 벼루를 선보인다. 가나문화재단 제공 ▲ 시인 등단 60주년을 맞아 준비한 이번 전시에선 녹두색과 팥색이 어우러진 위원화초석 기국농경장생문연(조선 15~16세기) 등 엄선한 벼루를 선보인다.
가나문화재단 제공
위원화초석 벼루는 조선 전기인 15~16세기 압록강 기슭 위원(渭原)에서 나오는 강돌로 만든 벼루로, 녹두색과 팥색이 시루떡처럼 층을 이룬 모양이 마치 풀과 꽃이 어우러진 듯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다산 정약용이 으뜸으로 꼽은 남포석 벼루는 19세기 이래 충남 남포군 성주산에서 채취한 돌로 제작했다. 벼룻돌에 새겨진 문양의 섬세함과 치밀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해와 달의 형상 주위에 새, 나무, 원숭이, 포도 등 온갖 생명체들을 살아 숨 쉬듯 생생하게 새겨 넣었다. 단순히 먹을 가는 데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훌륭한 예술품이란 사실을 증명하는 명품 벼루들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시인은 “농부가 밭이 있어야 농사를 짓듯 선비도 벼루가 있어야 글농사를 지을 수 있다”면서 “일생일연(一生一硯), 즉 평생에 좋은 벼루 하나를 갖기 원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문방사우 가운데서도 선비들의 각별한 애정을 받았다”고 예찬했다. 이어 “벼루는 한중일 세 나라에서 사용하는데 중국은 돌은 좋지만 조각 기술이 떨어지고, 일본은 좋은 돌도 기술도 없다”면서 “두 가지를 다 갖춘 한국 벼루가 세계 최고”라고 단언했다.

한학자이자 명필이었던 할아버지 곁에서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벼루를 접했지만 본격적으로 벼루에 홀린 건 1973년 창덕궁에서 문화재관리국 주최로 열린 벼루전시회를 본 직후였다. ‘좋은 벼루를 갖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여 100만원이란 거금을 주고 중국 벼루를 처음 수집했다. 중국 벼루가 최고인 줄 알던 때였다. 그러다 1980년대부터 우리나라 벼루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물불 안 가리고 수집에 나섰다. “요즘도 벼루 전시회나 박물관 등에 가면 혹시 내 벼루보다 뛰어난 게 있을까 하는 기대와 내 벼루보다 좋은 벼루가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다”는 시인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내 벼루보다 나은 건 못 봤다”며 웃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글 사진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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