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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입은 픽셀… 전시장은 놀이방이 되었다
  • 작성일2023/03/06 09:26
  • 조회 117

홍승혜 개인전 ‘복선을 넘어서Ⅱ’

80년대 전자오락 게임 보는 듯
어린이집·유치원에 온 것 같아
네모난 픽셀 벗어나 형태 확장
작업 복기해 새로운 층위 쌓아
“그리드로부터 자유 얻는 작업”


홍승혜 작가의 개인전 ‘복선을 넘어서 Ⅱ’ 전시장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경복궁 돌담마저 전시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국제갤러리 제공

▲ 홍승혜 작가의 개인전 ‘복선을 넘어서 Ⅱ’ 전시장에서 창밖으로 보이는 경복궁 돌담마저 전시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국제갤러리 제공


전시장에 들어서 작품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1980년대 전자오락실에서 봤던 게임 ‘갤러그’ 속 우주선 같다는 것이다. 작가가 뭘 이야기하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더라도 40~50대 관람객이라면 반가움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평면 도형으로 가득한 전시장을 지나 안쪽 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기면 처음에 흠칫 놀라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마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놀이방 같기도 하고 다른 형태로 전시물을 재배치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디자인과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 자녀들과 함께 관람하는 이들도 꽤 있다.

홍승혜 작가의 개인전 ‘복선을 넘어서 Ⅱ’ 전시장 전경. 국제갤러리 제공

▲ 홍승혜 작가의 개인전 ‘복선을 넘어서 Ⅱ’ 전시장 전경.
국제갤러리 제공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오르게 만드는 이 전시회는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홍승혜 작가의 개인전 ‘복선을 넘어서 Ⅱ’다.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뒤 1986년 프랑스 파리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한 홍 작가는 1997년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 ‘유기적 기하학’부터 컴퓨터 화면의 기본 단위인 사각 픽셀을 조합하고 분해하는가 하면 반복을 통해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홍 작가는 컴퓨터 운용체제인 윈도에 기본으로 내장된 그림판에서 시작해 포토샵을 거쳐 최근에는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까지,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변했지만 우리 눈에 들어오는 시각적 원리와 규칙을 픽셀로 표현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기하학과 컴퓨터를 이용한 다양한 시각적 표현은 2012년 ‘광장사각’, 2014년 ‘회상’, 2016년 ‘점·선·면’을 비롯해 30여 차례 개인전을 거쳐 이번 전시회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그는 모니터에서 탄생해 평면으로 표현된 이미지들을 점차 현실의 공간으로 표현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디자인, 가구, 건축으로 확장해 조형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04년 국제갤러리에서 열었던 개인전 ‘복선을 넘어서’의 후속편이다. 이번에도 픽셀이라는 전자신호가 만들어 내는 기하학적 추상을 현실로 끌어오고 있지만 이전과 달리 네모반듯한 그리드를 탈피해 다양한 모양의 도형으로 확장해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갤러리 측은 “홍 작가의 작업 방식을 관통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론은 개인전 제목으로도 쓰였던 ‘회상’”이라며 “끝없이 자신의 작업을 복기하며 과거 작업을 재료 삼아 새로운 층위를 쌓아가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이 홍 작가에게서 가장 큰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흑백 단색 톤의 기하학적 도형과 픽셀들도 이제는 아름다운 색을 입었다. 이번 전시회의 영어 제목 ‘오버 더 레이어스’는 1930년대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 삽입곡 ‘오버 더 레인보’에서 착안한 것이다. 단조로운 색의 도형들에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등 무지개 색이 입혀진 것도 그런 이유다.

홍승혜 작가

▲ 홍승혜 작가


홍 작가는 “그동안 지속해 왔던 그리드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번 전시 작품들은 그리드로부터의 자유를 얻기 위한 새로운 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19일까지.

유용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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