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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도 겸재도 담았구나 자연을 닮았구나 자연을
  • 작성일2021/03/18 09:48
  • 조회 431

호림박물관 ‘공명: 자연이 주는 울림’展

자연 주제로 한 고미술·현대미술 나란히
시대 넘나드는 물아일체·무위자연 감흥
사계산수도·김환기 추상화 조화 이루고
바다 닮은 청색 회화 앞 달항아리도 백미
겸재 정선의 ‘사계산수도 화첩’은 자연에 은거해 안빈낙도의 이상적 삶을 살고 싶은 문인들의 바람을 투영한 작품이다. 호림박물관 제공 ▲ 겸재 정선의 ‘사계산수도 화첩’은 자연에 은거해 안빈낙도의 이상적 삶을 살고 싶은 문인들의 바람을 투영한 작품이다.
호림박물관 제공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의 ‘사계산수도 화첩’(1719) 옆에 김환기의 푸른색 전면점화 ‘13-Ⅳ-73 #311’(1973)이 걸렸다. 겸재가 44세 때 그린 ‘사계산수도 화첩’은 네 개 화폭에 각 계절의 정경을 묘사한 그림으로 당시 문인들이 추구한 이상향으로서의 자연을 담고 있다. 김환기의 ‘13-Ⅳ-73 #311’은 별을 형상화한 푸른 점들이 흰 여백과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 작품이다. 그는 산, 달, 구름, 강 등 한국의 자연을 소재로 독창적인 추상화를 완성했다. 시대와 배경, 표현 방식 모두 상이하지만 겸재와 김환기가 화폭에 담고자 했던 자연의 정취는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자연을 닮은 청색과 백색으로 화폭을 가득 채운 정상화의 회화 작품과 자연스러운 조형미를 품은 달항아리가 조화를 이룬 공간은 마음을 정갈하게 한다.  호림박물관 제공 ▲ 자연을 닮은 청색과 백색으로 화폭을 가득 채운 정상화의 회화 작품과 자연스러운 조형미를 품은 달항아리가 조화를 이룬 공간은 마음을 정갈하게 한다.
호림박물관 제공
예나 지금이나 자연은 예술가들에게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다. 코로나19로 자연과의 교감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시기에 자연을 주제로 한 고미술과 현대미술 작품을 고루 살펴보는 전시가 관람객을 맞고 있다. 호림박물관이 올해 첫 기획전으로 6월 12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분관에서 개최하는 ‘공명: 자연이 주는 울림’이다.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단원 김홍도 등 전통 회화 대가들과 김환기, 박서보, 윤형근, 김창열, 이우환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그림을 비롯해 도자기, 조각 등 7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자연에 머물다’, ‘자연을 품다’, ‘자연을 따르다’ 세 개의 주제로 공간을 구분했다. 먼저 ‘자연에 머물다’에선 산수풍경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자연에 귀의하는 물아일체의 바람을 투영한 과거와 현대의 작품들을 배치했다. 강세황·김석대·김수철이 그린 산수도, 조선시대 문인들의 이상적 산수풍경을 대표하는 그림인 ‘소상팔경도 화첩’ 등과 함께 산수 무늬가 그려진 도자기들이 놓였다. 고향인 마산 바다를 닮은 청색과 한국 정서를 담은 흰색을 사용한 정상화의 회화 작품은 바로 앞에 전시된 백자대호(달항아리)의 자연 친화적인 조형미와 어우러져 한층 깊은 감흥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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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를 태운 숯을 있는 그대로 활용한 이배의 ‘불로부터’는 무위자연의 이치를 일깨운다. 호림박물관 제공 ▲ 소나무를 태운 숯을 있는 그대로 활용한 이배의 ‘불로부터’는 무위자연의 이치를 일깨운다.
호림박물관 제공
군자의 덕목인 의리와 절개를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로 시각화한 사군자는 문인들의 올곧은 가치관을 드러내는 전통적인 창작 소재다. 자연에 인격을 부여해 가까이 두려 했던 정신은 현대 작가의 작품에도 이어졌다. ‘자연을 품다’는 조희룡의 ‘석매도’, 김홍도의 ‘매조도’, 최북의 ‘사군자 화첩’ 등과 아울러 윤형근, 박서보, 이우환 등의 작품에서 이러한 선비 정신의 맥을 찾는다. 시대의 불의를 참지 못했던 윤형근은 선비의 절개를, 한 점 한 획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박서보와 이우환은 선비의 고결한 정신 수양을 떠올리게 한다.
절제미가 돋보이는 윤형근의 ‘청다색’(Umber-Blue)은 올곧은 선비 정신을 일깨운다. 호림박물관 제공 ▲ 절제미가 돋보이는 윤형근의 ‘청다색’(Umber-Blue)은 올곧은 선비 정신을 일깨운다.
호림박물관 제공
노자의 핵심 사상인 ‘무위자연’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본래 있는 그대로 따르는 것이다. 자연의 물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자 인위적인 창작 행위를 최소화하는 예술관을 담은 ‘자연을 따르다’ 공간이 전시 말미에 배치됐다. 가야토기, 흑자와 같은 옛 도자기가 현대 작가인 정창섭, 이배, 하종현의 작품과 나란히 진열됐다. 토기와 흑자는 도공이 형태를 빚지만 불가마 안에서 여러 환경적 요소와 결합돼 예측할 수 없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소나무를 태워 만든 숯으로 회화와 조각 작업을 하는 이배, 닥종이를 물에 불려 캔버스에 붙이는 정창섭의 작품도 자연의 재료가 지닌 본성을 탐구한 창작열의 산물이다. 오혜윤 호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한 과거와 현대의 조응을 통해 관람객이 잠시나마 마음을 정화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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