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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전쟁

Unflatte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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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계기로 마련된 《낯선 전쟁》전을 6월 25일(목) 오후 4시 유튜브 생중계로 온라인 개막한다.
 
올해는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로, 1953년 휴전협정 이후 대한민국은 현재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다.(발발: 1950.6.25. 휴전협정: 1953.7.27) 이번 전시는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해와 상처를 극복하고, 전쟁을 비롯 코로나19 등 전 지구적 재난 속에서 미술을 통한 치유와 평화의 비전을 제시하고자 마련된 대규모 기획전이다.
 
한국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전쟁과 분단, 통일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커지며 점차‘낯선 전쟁’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일어나지만 미디어를 통한 간접적 전달에 그칠 뿐 실감하기는 어렵다. 《낯선 전쟁》전은 국가 간 대립, 이념의 상충과 같이 전쟁을 설명하는 거시적 관점의 이면에서 전쟁 한가운데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전쟁이 개인에게 남긴 비극과 상처를 조명하고 세계 시민으로서 연대를 위한 책임과 역할을 말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인간성의 회복과 전쟁 없는 세계를 향해 공동체와 국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전시는 ‘낯선 전쟁의 기억’‘전쟁과 함께 살다’‘인간답게 살기 위하여’‘무엇을 할 것인가’ 등 4부로 구성된다. 1950년대 한국전쟁 시기 피난길에서 제작된 작품부터 시리아 난민을 다룬 동시대 작품까지, 시공을 넘어 전쟁을 소재로 한 드로잉, 회화, 영상, 뉴미디어, 퍼포먼스 등이 총망라된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개인의 기억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전쟁과 재난 속에서 훼손된 인간의 존엄에 주목한 국내·외 작가 50여 명의 작품 250여 점을 선보인다.
 
1부 ‘낯선 전쟁의 기억’에서는 전쟁 세대의 기억 속 한국전쟁을 소환한다. 김환기, 우신출 등 종군화가단의 작품과 김성환, 윤중식의 전쟁 시기 드로잉, 김우조, 양달석, 임호 등의 작품 등이 공개된다. 또한 이방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전쟁과 한국인들의 모습이 담긴 저널리스트 존 리치(John Rich)와 AP 통신 사진가 맥스 데스퍼(Max Desfor)의 사진도 소개된다. 한국전쟁 참전 군인이었던 호주의 이보르 헬레(Ivor Hele)와 프랭크 노튼(Frank Norton), 캐나다의 에드워드 주버(Edward Zuber)가 전쟁 당시 상황을 그린 작품들도 디지털 이미지로 공개된다. 미국국립문서보관소가 소장한 한국전쟁 당시 포로와 고아 등 전쟁 속 민간인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관련 자료도 공개되어 한국전쟁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것이다.
 
2부 ‘전쟁과 함께 살다’에서는 남북분단으로 인해 야기된 사회 문제들에 주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예술학도에서 군인, 포로, 실향민으로 살게 된 경험을 그린 이동표, 세계적인 무기박람회장이 가족 나들이 장소가 된 역설을 담은 노순택의 <좋은, 살인>(2008), 평생 북한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할아버지의 삶의 궤적을 관찰한 한석경의 <시언, 시대의 언어>(2019), 컴퓨터게임처럼 가상화된 공간에서 전쟁의 폭력성을 탐구한 김세진의 신작 <녹색 섬광> 등이 소개된다.
 
3부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에서는 전쟁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훼손된 가치를 짚어본다. 2011년 중국 정부에 의해 구금 생활을 하는 동안 난민이 처한 상황을 다양한 매체로 알려온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분쟁 지역 내 여성이 겪어야 하는 고통과 삶을 다룬 에르칸 오즈겐(Erkan Özgen), 전쟁 이면에 숨은 거래를 폭로하는 로베르 크노스(Robert Knoth)와 안토아네트 드 용(Antoinette de Jong) 등 동시대 예술가들은 예술 활동과 사회적 실천으로 전쟁 속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탐구한다.
 
4부 ‘무엇을 할 것인가’는 새로운 세대와 함께 평화를 위한 실천을 모색하는 활동을 소개한다. 안은미는 군 의문사 유가족과 함께 진행했던 전작 <쓰리쓰리랑>(2017)에서 출발한 신작 <타타타타>(2020)를 선보인다. 디자이너와 예술가들로 구성된 그룹 도큐먼츠(Documents Inc.)는 한국전쟁 당시 배포된 ‘삐라' 중 ‘안전 보장 증명서(Safe Conduct Pass)’를 2020년 버전으로 제작해 선보인다. 탈분단 평화교육을 지향하는 단체 피스모모는 워크숍과 함께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전쟁 관련 도서와 평화 비전을 담은 도서로 구성된 독서 공간을 운영한다.
 
7월에는 MMCA필름앤비디오에서 전쟁을 다룬 다양한 동시대 영화 상영 프로그램 <낯선 전쟁: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가 진행될 예정이다. 크리스 마커(Chris Marker)의 <환송대>(1962)와 디앤 보르셰이 림(Deann Borshay Liem)의 <잊혀진 전쟁의 기억>(2013)을 비롯해 국내·외 작가 21명의 작품 20편이 상영된다.
 
전시 도록에는 역사, 문학, 미술사, 전쟁사, 페미니즘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 10여 명이 참여하여 전쟁과 재난 속 미술의 역할에 관한 새로운 담론을 제안한다. 박명림(연세대 김대중도서관장), 전갑생(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최종철(일본 미야자키 국제대학교 교수), 알렉산드라 토렌스(호주 전쟁기념관 학예연구사), 조은정(미술사학자), 최태만(국민대 교수), 서동진(계원예대 교수) 등의 원고가 수록된다.
 
《낯선 전쟁》전은 전시를 기획한 이수정 학예연구사의 생생한 설명과 함께 6월 25일(목) 오후 4시 약 40분 간 유튜브 생중계로 개막한다. 지난 3월 30일 유튜브 녹화중계로 진행된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학예사 전시투어는 약 90분 간 총 1만4천118명이 시청했으며, 4월 16일에는 《수평의 축》전을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최초 공개하여 3,000여 명이 동시 접속하며 온라인 개막을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계기로 기획된 《낯선 전쟁》전은 인류애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시”라며, “우리가 겪고 있는 전 지구적 재난 속에서 미술의 새로운 역할을 모색하고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국립현대미술관 온라인 채널
누리집: mmca.go.kr
유튜브: youtube.com/MMCA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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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TV: tv.naver.com/mmca


■ 전시개요
○ 전시제목: 국문 《낯선 전쟁》
                 영문 Unflattening
○ 전시기간: 2020. 6. 25. ~2020. 11. 08.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
○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 3, 4전시실
○ 참여작가: 김세진, 김성환, 김영덕, 김우조, 김태동, 김환기, 김해민, 나현, 남관, 노순택,
                 박고석, 박경근, 변월룡, 안은미, 양달석, 오태학, 우신출, 윤중식, 이동표, 이수억,
                 이응노, 이지유, 이철이, 임응식, 임호, 전선택, 주명덕, 최대진, 한석경, 한묵,
                 도큐먼츠(Documents Inc.), 피스모모(PEACEMOMO), 워크스(works),
                 일레인 호이(Elaine Hoey, 영국), 사왕웡세 양훼(Sawangwongse Yawnghwe, 미얀마),
                 리나 사이니 칼라트(Reena Saini Kallat, 인도), 슈토 델라티(Chto Delat, 러시아),
                 로베르 크노스&안토아네트 드 용(Robert Knoth, Antoinette de Jong, 네덜란드),
                 오픈데이터프로젝트(Open Data Proejct, 독일),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중국),
                 에르칸 오즈겐(Erkan Özgen, 터키), 토미야마 타에코(Tomiyama Taeko, 일본),
                 요안나 라즈코프스카(Joanna Rajkowska, 폴란드), 
                 논타왓 눔벤차폴(NontawatNumbenchapol, 태국) 등 국내·외 작가 50여명(팀)
○ 전시작품: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및 자료 250여 점
○ 주 최: 국립현대미술관
 

■ 전시 주제별 주요 출품작 소개
 
□ 전시 서문
“우리도 언젠가 한국전쟁을 이렇게 볼 때가 오겠죠. 전투가 아니라 전쟁에 대해 이야기할 날이, 적의 잔혹함이 아니라 전쟁의 잔혹함을 이야기할 날이, 오랫동안 끝나지 않았던 전쟁이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를 이야기할 날이, ‘평범하지 않은 시대를 산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할 날이요” ―이향규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 발발로부터 70년이 지난 2020년, 이산가족이나 실향민, 국내외 참전군인, 전쟁포로, 전쟁고아 등 전쟁을 직접 체험한 세대가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세대로 교체되면서 한국전쟁에 대한 관심이 엷어져 간다. 한편으로는 한국전쟁을 개인적 체험이 아닌 역사적 사건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각종 군사기밀문서나 자료가 공개되면서 한국전쟁을 좀 더 다양한 시점에서,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낯선 전쟁》에서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지만 무관심했던 전쟁, 그리고 전쟁 속의 인간을 탐구한 예술작품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의 참여 작가들은 전쟁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 이면에 숨어 있는 기억과 낯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훼손된 인간의 존엄에 주목한다.
 
□ 주제별 작품 소개
 
1부. 낯선 전쟁의 기억
“누가 이 불쌍한 한국인들의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단 말인가? 한국인들이 이 전쟁을 원했단 말인가? 정작 그들이 살던 동네들은 불타 없어졌고, 죽음과 굶주림의 광기는 가실 줄 모른다. 한국인들에게 한 번이라도 물어본 적이 있었던가? 도대체 왜 그들이 이 지경이 되었어야 했는지.” ―목타르 루비스
 
1부에서는 전쟁 세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한국전쟁을 소환한다. 전쟁이 발발하자 많은 예술가들이 포화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갔고 김환기, 권영우, 우신출 등이 종군화가단에 가입하여 활동했다. 김성환은 전쟁 발발 직후부터 목격한 참혹한 전쟁의 모습을 연작으로 남겼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피난길에 올랐던 윤중식은 길 위에서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다. 한편, 저널리스트 존 리치와 AP 통신사의 사진기자 맥스 데스퍼는 각각 이방인의 관점에서 본 한국전쟁의 장면과 한국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호주의 이보르 헬레, 프랭크 노튼, 캐나다의 테드 주버가 한국전쟁 참전 당시 제작한 작품들은 이번에 출품되지 못해 해당 기관의 협조 아래 자료로 공개한다. 마지막으로 미국국립문서보관소가 소장한 한국전쟁 관련 사진 및 영상 자료는 전쟁 포로와 고아 등 전쟁 속 민간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윤중식, <피난길> 시리즈, 1951, 종이에 수채, 29×33cm. 개인 소장.
 
종군화가단이 조직되면서 정식 군인은 아니더라도 통행증과 신분증을 발급받아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김성환, 김환기, 윤중식, 우신출, 임호 등 많은 예술가들이 종군화가단으로 활동했다. 그 중 평양미술학교 출신인 윤중식은 가족과 함께 피난하던 중 아내와 딸과 헤어진 채 남쪽으로 내려오게 된다. <피난길> 연작은 작가가 평양에서 부산까지 피난길에서 겪은 사건들을 시간순으로 그린 작품이다. 어린 딸을 위해 젖동냥을 하고자 지나가는 아낙네들을 애타게 부르는 장면, 인민군에게 붙잡혀서 잡혀가는 순간 등 피난길의 여러 모습을 남겼다. 빠른 필치로 그려낸 드로잉 뒤에 있는 “언젠가 그림으로 그리고자 남겨둔다”는 작가의 메모는 얼마나 급박했고 강렬한 경험이었는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하지만 작가는 이후 이 드로잉을 회화로 그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김성환_6.25스케치 1950년 8월 28일 개성을 폭격한 미군기


김성환_6422 김성환 6.25스케치 1950년 6월27 돈암교부근

고바우 영감으로 유명한 만화가 김성환은 전쟁 발발 직후부터 목격한 참혹한 실상을 그려왔다. “시신이 산산조각 나 널브러져 있어도 아무도 수습할 수 없었던 참혹한 전쟁”을 목격한 작가는 날짜별로 일지를 쓰듯 그림을 그렸다. 몸에 맞지 않은 헐렁한 군복을 입은 인민군 소년병, 개성을 폭격한 미군기, 길거리에 버려진 군인의 시체 등을 기록했다. 그림 구석에는 밀짚모자를 쓰고 살펴보는 사람이 숨어 있는데 바로 작가 자신이다.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는 관찰자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남겨 둔 것이다. 작가는 이외에도 많은 인물화와 기록화, 삽화를 남겼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에 참여했던 6사단의 군인들의 얼굴을 세밀화로 남겼는데, 이름, 계급 등 사진처럼 상세하게 기록된 이 인물화들 덕분에 국방부는 최근 잊혀진 군인들을 찾아 그들에게 훈장을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변월룡, < 6.25전쟁의 비극>, 1962, 종이에 에칭, 55×68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변월룡, <조선분단의 비극>, 1962, 종이에 에칭, 44×64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변월룡은 러시아 연해주에서 태어나 레핀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레핀 아카데미 교수로 활동했던 화가이다. 1953년 북한과 소련의 협정에 따라 북한을 방문한 변월룡은 평양미술대학의 설립을 지원했다. <6.25 전쟁의 비극>과 <조선분단의 비극>은 작가가 러시아로 돌아온 뒤 에칭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조선 분단의 비극>에서는 미군 헌병들이 총구를 겨눈 철조망 앞에서 어린 아이를 엎은 채 눈물 흘리는 여인의 지친 모습을 그렸다. 헌병 옆에는 여인 쪽을 향해 절규하는 듯한 인물들의 군상이 보인다. <6.25전쟁의 비극>에서는 발이 드러낸 시체 옆에 앉아 얼굴을 묻고 울고 있는 여인과 무릎을 꿇고 앉은 아이의 실루엣을 그렸다. 변월룡은 전쟁을 이념의 문제로 접근하기보다 개인의 고통과 상처를 다루었으며, 작품 또한 전쟁과 분단으로 파괴된 삶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역사학자 이임하는 저서 <전쟁미망인, 한국현대사의 침묵을 깨다>에서 “1952~1963년 신문 보도들을 토대로 전쟁미망인이 30만~50만 명이 넘었던 것으로 추산한다”고 했다. 50만 명이면 당시 기혼 여성 10명에 1명에 달하는 숫자로, 전쟁 직후 수많은 여성들이 가족을 잃고 생계에 내몰렸고 잠깐의 이별이 평생의 이별이 된 채 살아야 했다. 변월룡은 이러한 희생자들의 슬픔을 섬세한 에칭으로 표현했다.
 
2부. 전쟁과 함께 살다
“행위로서의 전쟁은 종료되었으나 상태로서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전투는 끝났으나 전쟁은 진행 중인 것이다. 그것은 남북한의 강고한 분단과 적대, 막대한 군비지출, 그리고 전쟁의 내재화, 즉 남북한 군사형 사회의 지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동춘
 

휴전으로 인한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남북한은 언제든 다시 전쟁이 재개될 수 있다는 긴장 속에 지난 70년을 보냈다. 성인 남자 모두가 의무 복무를 하고, 매년 막대한 예산이 방위비에 투입되며, 국가주의와 군대문화가 사회 전반에 작동하고 있는 일종의 ‘병영국가’이다. 강력한 반공주의가 사회 전반에 작동하면서 한국전쟁과 관련된 공식적 내러티브만 존재하며, 각자의 상황에서 겪은 전쟁의 기억들은 억압되거나 주변화 되었다. ‘전쟁과 함께 살다’에서는 분단으로 인해 기형적이고 왜곡된 한국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천착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사상과는 무관했던 예술학도가 군인과 포로로, 실향민으로 살게 된 경험을 그린 이동표, 축제의 장이 된 무기박람회장의 아이러니를 보여준 노순택, 평생 북한의 고향을 그리워했던 할아버지의 삶의 궤적을 관찰하는 한석경 등 2020년 한국사회에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1950년 전쟁의 영향을 다룬 작품이 소개된다.


이동표, <일인이역 골육상잔>, 2000, 캔버스에 유채, 91×72.7cm.
 



이동표, <병상의 어머니>, 1995, 캔버스에 유채, 112×145cm.
 
1950년 당시 이동표는 해주미술학교 미술과에서 공부하며 모스크바 미술유학을 준비 중이었다. 창작실습을 하던 중 전쟁이 발발하면서 인민군으로 참전하여 내려왔다가 포로가 되어 포로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부산에서는 미군 수송 부대에서 초상화가로 근무하다 국군에 입대하게 된다. <일인이역 동족상잔>은 이념과는 무관했던 예술학도가 전쟁과 분단으로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놓인 개인적 경험을 담은 작품이다. 올해로 90세가 된 작가는 지금도 양평의 작업실에서 떠나온 고향과 고향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병상의 어머니>는 누워 있는 어머니에게 안긴 아이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작가가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작품이다.
 

 
한석경, <시언, 시대의 언어>, 2019, 혼합 재료, 650×550×300cm.
 
한석경의 <시언, 시대의 언어>는 한국전쟁 실향민인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후 외조부가 평생 수집하신 물건과 자료들을 살펴보면서 만든 작품이다. 남한에서 가정을 꾸려 평생을 사셨지만, 늘 북의 형제들을 그리워한 작가의 외조부는 비디오카메라를 장만하여 북한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촬영하고 녹화하여 방대한 양의 영상을 수집했다.
작가는 외가에 가면 유독 조부의 방만은 다른 공간에 속한 느낌이 들었다고 회상한다. 많은 실향민들의 고통은 자발적 이주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갑작스럽게, 충분한 인사를 나눌 시간도 없이 이별해야 했다. 말년의 할아버지가 사셨다는 작은 컨테이너 하우스를 따라 지은 이 공간 속에서 작가는 그분의 시선을 조심스레 따라가며, 이를 통해 전쟁이 사람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 무게를 조금은 짐작해보고자 한다.
 


노순택, <좋은,살인 #BJK1207>, 2008, 경기도, 장기보존용 잉크젯 안료프린트, 108×158cm.
 
한국은 휴전 중인 분단국가라는 상황으로 무기 생산과 수출에서 세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발표한 2019년 국제무기이전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무기 수출량이 세계 10위에 이르며, 한국의 무기는 터키, 영국, 이라크,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된다. 무기 수입량도 세계 7위이다. 노순택의 <좋은, 살인> 연작은 성남 서울비행장에서 개최되는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풍경을 담았다. 세계의 무기상들이 모여 계약을 체결하는 이 전시회에는 20만 명 이상이 방문하며 특히 가족 단위의 관람객이 많다.
2008년 한 공군사관학교 학생이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F-15K가 살인기계일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고민을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임관을 앞두고 퇴학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작가도 이 ‘살인기계’에 대해 고민하며 “좋은, 살인”이라는 모순적인 제목을 붙였다.
 

3부.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
“나의 예술이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 예술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아이 웨이웨이

 
전쟁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빼앗아간다. 유년기, 교육받을 권리, 의식주와 같은 기본적인 환경, 가족을 비롯한 사랑하는 사람, 인간에 대한 신뢰 등 인간다운 삶의 기본요건을 파괴하고 박탈한다. 한국전쟁 이후에도 지구상에서 수많은 분쟁과 내전이 끊이지 않는다. ‘인간답게 살기 위하여’는 전쟁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훼손된 가치에 대해 짚어본다. 4년 간 여권을 빼앗긴 채 구금 생활을 했던 경험에서 난민들이 처한 상황을 다양한 매체로 알리고 있는 아이 웨이웨이, 분쟁 지역에서 여성의 삶에 주어진 고통과 부담을 다룬 에르칸 오즈겐, 수많은 전쟁과 검은 거래 간의 커넥션을 폭로하는 로베르 크노스와 안토아네트 드 용 등 동시대 예술가들은 예술과 실천을 통해 전쟁의 사회 속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의 의미에 천착한다. 이들은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위협하는 전쟁은 왜 지속되는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전쟁을 어떻게 멈출 것인가.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상황의 난민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에르칸 오즈겐, <보랏빛 머슬린>, 2018,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6분 24초.
 

에르칸 오즈겐_Adult Games

에르칸 오즈겐의 <보라빛 머슬린>은 북부 이라크 아슈티 난민 캠프에 머물고 있는 야지디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기원전 2000년 경 부터 이 지역에 터를 잡고 살아온 야지디 사람들은 인근에 발상한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와 무관하게 자신들만의 전통을 지키면서 살아온 소수민족이다. 하지만 ISIS의 갑작스런 공격으로 수 천 년 간 지켜온 터전에서 쫓겨나듯 도망쳐 나왔다. 작가는 여러 종류의 폭력이 횡행하는 환경에 노출된 여성들의 이야기를 청하고, 그들이 전쟁과 이주, 고통에 대한 각자의 경험 속에서 공유된 기억을 찾는다. ISIS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급하게 도망쳐야했던 이들은 가족 구성원 중 남편과 아들의 죽음을 목격했고, 딸과 여자 형제들이 납치되는 것을 지켜봐야했다. ISIS에 납치된 딸과 자매들이 팔려 다닌다는 소식을 들으며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수년 째 난민촌에 머물러야하는 이들은 단 하루도 행복한 날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전쟁은 승리한 장군의 영광스러운 기억뿐 아니라 이 영원한 고통 속에 놓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흔적을 남긴다. 작가는 영상 작품을 통해 이 여성들에게 그 이야기들을 풀어놓을 수 있도록, 그리하여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영상 속 여인들은 남은 아이들과 함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두려운 서로 손을 잡고 힘을 내고, 미래를 구원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전쟁 이후 남겨진 수많은 전쟁미망인들이 아이들과 함께 살아내었듯이 말이다.
 

아이 웨이웨이 <난민과 새로운 오디세이>, 2016, 벽면부착 시트지, 가변크기, 아이 웨이웨이 스튜디오 소장.
 

아이 웨이웨이, <폭탄>, 2019, 벽면부착 부착 시트지, 가변크기, 아이 웨이웨이 스튜디오 소장.
 
아이 웨이웨이는 중국의 인권유린과 정치체제에 대해 반정부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4년간 여권을 뺏긴 채 구금생활을 해야 했다.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는 경험, 국가로부터 부정당한 경험 때문에 작가는 자신의 나라에서 제대로 살 수 없는 상태의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난민들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그들에 대해 관심을 촉구하는 미술작품과 영화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아이 웨이웨이는 “난민의 위기가 아니다. 우리 인간의 위기이다”라고 말하며, 각종 내전과 독재정부에 의해 발생하는 수많은 난민들의 삶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환기시킨다.
<폭탄>은 50개의 무기를 가장 파괴력이 강한 순서부터 위에서 아래로 배치한 것이다. 왼쪽부터 오른쪽으로는 무기가 시대 순으로 배치했으며 2차 세계대전부터 냉전시대, 그리고 최근의 무기들이 포함돼 있다. 그림 속의 무기들은 실제 크기대로 그려졌는데, 미국이 만든 무기가 23개, 러시아가 13개, 독일이 9개, 이탈리아와 이스라엘 무기가 각 1개씩 들어가 있다. 맞은 편 벽의 <오디세이>는 난민들이 처한 삶의 조건인 전쟁, 폐허, 여행, 바다를 건너기, 난민 캠프, 시위 등 6가지 모티프를 고대 벽화의 형식으로 보여준다.
 
4부. 무엇을 할 것인가.
“일상 속에서 폭력과 공포가 계속되고 있다면, 그것은 평화가 아니라 전쟁 중이라고 주장한다.” ―김은실
 

시간이 흐르면서 전쟁과 분단, 통일에 대한 세대 간의 인식 격차가 점차 커지고 있다. 통일을 절실히 바라는 실향민부터 실리적인 측면에서 통일을 생각하는 젊은 세대까지 서로 다른 세계관으로 현실을 바라본다. 국가간 이동과 거주가 자유로워지면서 국가에 대한 소속감은 약해져가는 경향이 있고, 국가에 대한 인식 또한 변화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지구상의 정보를 접하면서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의 정체성뿐 아니라 세계 시민으로서의 책임과 역할도 새롭게 요구된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는 ‘일상에서 내면화된 군사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와 같은 가까운 문제에서부터 ‘한국을 찾은 난민들에게 한국이 어떤 나라여야 할까’와 같은 문제에까지 생각하고 이야기를 나눌 공간을 마련했다. 이 공간에서는 새로운 세대와 함께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확립하고,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지향하기 위해 어떠한 실천을 해나갈지 실천 방안을 모색하는 활동들을 소개한다. 도큐먼츠는 한국전쟁기에 살포되었던 선전물, 속칭 ‘삐라’를 모티브로 2020년을 위한 <안전 보장 증명서(Safe Conduct Pass)>를 제작하여 배포한다. 또한, 탈분단 평화교육을 지향하는 피스모모의 워크숍과 함께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전쟁 관련 도서와 평화비전을 담은 도서로 구성된 독서 공간이 운영된다.


■ <낯선 전쟁: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 상영 작품 목록
 
□ 프로그램 소개
한국전쟁 70주년을 되돌아보기 위해 기획된 《낯선 전쟁》전의 연계 상영 프로그램인 <낯선 전쟁: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는 현재의 시점에서 한국전쟁이 어떤 ‘낯’으로 기억되고, 흔적을 남기고, 출몰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1부 ‘기억과 증언’에서는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가 자료, 영상, 인터뷰 등을 통해 이전 세대의 경험과 그들의 삶을 재구성하는 영화를 소개한다. 피난민, 망명자, 참전군인, 전쟁고아, 전쟁포로, 학살 피해자 등 하나의 추상적인 단어로 정의내릴 수 없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인물들이 영화 속에 등장한다.
2부 ‘폐허의 미래’에서는 전쟁의 트라우마 뿐만 아니라 소수자 혐오, 과도한 공권력, 일상적인 군사문화 등 전쟁이라는 파괴적인 국면이 불러일으킨 사회 불균형과 높은 긴장상태를 들여다본다. 생생한 전쟁의 여파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이 우리 곁에서 지속되고 있음을 환기시킨다.
3부 ‘생활과 폭탄’은 국제적인 분쟁 지역에서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1950년대의 한반도를 상상하게끔 하는 이 기이한 반복은 눈앞에 놓인 영상들이 어딘가에서 현재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는 현실 때문에 더 끔찍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기적처럼, 전쟁터에서도 사람들은 아름다운 순간을 발견하고 삶을 복원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와 힘을 잃지 않는다.
 
※ 프로그램명은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의 단편소설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1989)의 제목을 차용한 것입니다.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고 사용합니다. (출처.『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 문학과 지성사, 2020)
 
■ 상영 프로그램 개요
○ 프로그램명: 국문 《낯선 전쟁: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
                    영문 Unflattening Screening Series
○ 상영기간: 2020. 7.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음
○ 상영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필름앤비디오
○ 상 영 작: 총 20편 (해외 10편, 국내 10편)
○ 참여작가: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논타왓 눔벤차폴(Nontawat Numbenchapol)*
                 박경근*, 크리스 마커(Chris Marker), 올가 콘스카야(Olga Konskaya)
                 안드레이 네크라소브(Andrei Nekrasov), 알바 소토라(Alba Sotorra),
                 와드 알-카데아브(Waad Al-Kateab), 에드워드 왓츠(Edward Watts),
                 야나 우그레켈리트체(Yana Ugrekhelidze), 램지 림(Ramsay Liem),
                 디앤 보르셰이 림(Deann Borshay Liem), 추상미, 김소영, 강상우,
                 홍재희, 정수은, 이길보라, 김상규, 이영, 이원우 등 21명
                  (*표기 작가는 《낯선 전쟁》전 참여 작가)
 
상영작품
 
가. 기억과 증언
번호 제목 감독 국가 상영시간
1 굿바이 마이 러브NK: 붉은 청춘 김소영 한국 89
2 잊혀진 전쟁의 기억 디앤 보르셰이 림, 램지 림 미국 38
3 그 날 정수은 한국 83
4 아버지의 이메일 홍재희 한국 89
5 폴란드로 간 아이들 추상미 한국 78
6 기억의 전쟁 이길보라 한국 80


나. 폐허의 미래
번호 제목 감독 국가 상영시간
1 앨리스 죽이기 김상규 한국 76
2 불온한 당신 이영 한국 100
3 옵티그래프 이원우 한국 104
4 백서 강상우 한국 50
5 군대 박경근 한국 90
6 환송대 크리스 마커 프랑스 28
7 내게 네 마리의 낙타가 있었다면 크리스 마커 프랑스 52
 
 
다. 생활과 폭탄
번호 제목 감독 국가 상영시간
1 유랑하는 사람들 아이 웨이웨이 독일, 중국 140
2 사마에게 와드 알- 카테아브,
에드워드 와츠
영국, 시리아 100
3 커맨더 아리안 알바 소토라 독일, 스페인,
시리아
77
4 소년병: 영토 없는 국가 논타왓 눔벤차폴 태국 80
5 러시안 레슨스 올가 콘스카야,
안드레이 네크라소브
러시아 110
6 여름 이야기 야나 우그레켈리트체 조지아, 독일 10
7 전쟁터의 자장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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