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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과학자 C의 하루

Conservator C's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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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MMCA, 관장 윤범모)은 보존과학을 소개하는 상반기 기획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 (Conservator C’s Day)》를 5월 26일(화)부터 10월 4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미술품수장센터, 이하 청주관)에서 개최한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미술품의 수집, 전시, 보존·복원이라는 미술품의 생애주기 중 ‘보존·복원’에 대해 소개하는 전시로 익히 알려진 미술관의 주요 업무와 달리 다소 드러나지 않았던 보존과학의 이야기를 전시를 통해 소개한다. 전시제목의 ‘C’는 ‘컨서베이터(Conservator)’와 ‘청주(Cheongju)’의 ‘C’를 가리키기도 하고 동시에 삼인칭 대명사 ‘-씨’를 의미하기도 한다.
 
미술작품은 탄생의 순간부터 환경적, 물리적 영향으로 변화와 손상을 겪지만 보존과학자의 손길을 거쳐 다시 생명을 얻는다. 탄생과 소멸이라는 일반적인 생로병사 과정에서 보존·복원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는 작품의 생로병생(生老病生) 과정인 것이다. 현대미술로 보면 이것은 물리적 생명 연장을 넘어 작품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는 과정과도 같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이 과정의 중심에 있는 보존과학자를 전시의 한 축으로 삼아 특히 가상의 인물인 ‘보존과학자 C’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보존과학에 접근한다. 기획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보존과학자의 일상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여 작가와 작품, 관객 등 다양한 관계 안에서 보존·복원을 수행하는 한 인물의 일상과 고민 등을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의 보존·복원이라는 측면에 집중하여 보존‘과학’을 문화와 예술의 관점으로 들여다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전시는 상처, 도구, 시간, 고민, 생각 등 보존과학자의 하루를 보여줄 수 있는 주요 단어를 선정하여 ‘상처와 마주한 C’, ‘C의 도구’, ‘시간을 쌓는 C’, ‘C의 고민’, ‘C의 서재’라는 5개 주제로 나누어 구성되었다. 전시 공간을 따라 이동하며 상상과 실재 사이에서 구성된 보존과학자 C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이다.
 
‘상처와 마주한 C’는 일상적으로 작품의 물리적 상처를 마주하는 보존과학자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텅 빈, 어두운 공간에는 사운드 아티스트 류한길의 작품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시각적 요소가 배제된 공간에서 울리는 기계음, 파열음 등 물질의 손상을 연상시키는 각종 소리들이 긴장과 불안을 일으킨다.

‘C의 도구’실제 사용되는 보존과학 도구와 안료, 분석 자료, 재해석된 이미지 등을 함께 전시하여 보존과학실의 풍경을 재현한다. 작가 김지수는 청주관 보존과학실을 순회하며 채집한 공간의 냄새와 보존과학자의 체취를 유리병에 담아 설치한다. 실제 냄새는 나지 않지만 그 시각적 설치 효과로 보존과학실의 냄새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정정호 작가는 보존과학실의 각종 과학 장비를 새로운 각도에서 주목한 사진 작품을 소개한다. 예측하지 못한 도구와 장비의 이미지는 보존과학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적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동시에 실제 보존과학자의 초상을 사진 속에 박제함으로써 실재와 상상의 경계 사이에서 보존과학자를 인식하게 한다. 주재범 작가는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소개한다. 높은 화소 수로 경계 없이 매끄러운 이미지가 가능한 시대에 면과 면의 경계가 분명한 픽셀의 단순함을 활용함으로써 시간과 시간을 오가며 작품을 복원하는 보존과학자의 하루를 형상화한다. 마치 고전 게임을 연상하게 하는 영상 속에서 보존과학자 C는 ‘미션 클리어’ 하듯 작품을 복원해 나간다.
 
‘C의 도구’ 공간에서는 이 외에 수백 종류의 안료와 현미경 등 광학기기, 분석자료 등이 함께 배치되어 보존과학자의 현실을 함께 보여준다. 특히 한국 근ㆍ현대 서양화단을 대표하는 구본웅(1906-1953)과 오지호(1905-1982)의 유화작품을 분석하여 1920~80년대 흰색 안료의 성분 변화를 추적한 분석 그래프와 제조사에 따라 물감의 화학적 특성이 다름을 시각화한 3차원 그래프는 보존과학에 있어 ‘과학’의 영역을 보여준다. 또한 자외선, 적외선, X선 등을 활용한 분석법을 통해 실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 속 숨겨진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X선 조사법을 통해 구본웅의 1940년 작 〈여인〉에서는 집, 담장으로 추측되는 이미지가 발견되었고, 오지호의 1927년 작 〈풍경〉에서는 숨겨진 여인상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을 쌓는 C’에서는 실제 보존처리 대상이 되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실물과 복원의 기록들을 담은 영상을 함께 전시한다. 야외전시로 인해 표면의 변색과 박락 등 손상이 심했던 니키 드 생팔(1930-2002)의 〈검은 나나(라라)〉(1967)의 복원 과정을 통해 현대미술의 보존 방법론을 소개한다. 또한 신미경의 〈비너스〉(1998) 등 비누 조각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의 재료적 특성을 확인하고, 다각도로 실험하여 보존·복원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1989년 보존처리가 이루어졌던 이갑경(1914-미상)의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1937) 은 2011년 재보존처리 되었는데, 이것은 보존의 과정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후대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이서지(1934-2011), 육명심, 전상범(1926-1999) 등 작품 분야별 보존·복원에 관한 기록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C의 고민’에서는 작품을 보존·복원하는 과정 중에 보존과학자가 겪는 다양한 고민을 시각화 한다. 특히 TV를 표현 매체로 사용하는 뉴미디어 작품들의 복원 문제에서 새로운 기술과 장비의 수용 문제를 다룬다. 우종덕 작가는 최근 이슈가 되어온 백남준 作 《다다익선》(1988)의 복원 문제와 관련한 3가지 의견을 영상 설치 작품으로 소개한다. 한 명의 인물이 3개 채널로 나뉘어 각기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영상은 한 사람의 보존과학자가 복원을 수행하기까지 고민하며 방향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C의 서재’는 유동적인 현대미술을 보존·복원하는 보존과학자의 연구 공간이다.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인문학적 지식 배경을 갖춘 보존과학자 C의 감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소설을 비롯해 미술, 과학 도서 등의 자료들을 함께 배치하였다. ‘C의 서재’공간 구조는 제로랩의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제로랩은 실험실의 느낌을 주는 아연 도금 강판을 소재로 서재를 디자인하여 규칙적 공간 속에서 불규칙적인 자료들을 해석할 수 있는 다층적 공간으로 완성하였다. 이 공간에는 또한 前 국립현대미술관 보존과학자인 강정식, 차병갑, 김겸의 인터뷰 영상을 소개하여 보존과학자로서의 일과 삶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전은 유튜브 채널(youtube.com/mmcakorea)을 통해 ‘학예사 전시투어’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유진 학예연구사의 설명과 생생한 전시장을 담은 녹화 중계로 7월 2일(목) 오후 4시부터 30분간 진행된다. 중계 후에도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계속 볼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 같이 미술품의 생명을 연장하고 치료하는 보존과학자의 다양한 고민들을 시각화한 흥미로운 전시”라며, “하나의 작품을 보존·복원하기까지 작가와 작품 등 다양한 관계에 대한 연구와 담론, 실재와 상상의 경계 사이에서 보존과학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강화된 방역조치에 따라 5월 30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과천, 덕수궁 3관은 휴관중이지만, 청주는 미술관 홈페이지 사전예약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 전시 주제별 주요 출품작 소개
 
1. 상처와 마주한 C
- 일반적으로 우리는 전시를 통해 온전한 상태로 소개되는 작품들을 만난다. 하지만 온전함을 유지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작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상처 입은 작품들을 만나는 사람들이 보존과학자이다. 작품의 상처를 마주했을 때 보존과학자는 어떤 감정을 갖게 될까. {상처와 마주한 C}에서는 ‘상처’라는 작품의 물리적 훼손과 보존과학자의 감정이 맞닿는 지점을 소리를 통해 재현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는 더욱 직관적으로 인간의 정서를 전달한다. 시각적 요소가 배제된 이 공간에서는 작품의 훼손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보존과학자의 직관적 정서를 오직 소리를 통해서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 참여작가: 류한길
 
소리는 가장 직관적으로 정서적 변화를 일으키는 감각 요소이다. 전시실의 실제 공간 소음과 디지털 음향을 합성, 변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 Differently Animated(상이 작동) 〉는 찢기는 소리, 쇠붙이의 마모 소리 등 물질의 손상을 연상시킨다. 본능적 감각과 연결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공기의 진동을 타고 전달되는 소리는 과학적 영역에 속한다. 귀에 들리지 않아도 공기가 있다면 소리는 존재하는데, 소리의 이러한 특징을 통해 작품의 손상을 마주했을 때 보이지 않는 보존과학자의 감정을 공감해볼 수 있을 것이다.


류한길 (Ryu Hankil)
〈 Differently Animated (상이 작동) 〉 2020 디지털 음향 합성 digital sound synthesis 가변크기 Variable size
 
류한길은 2000년 솔로 앨범 발표 이후로 현재까지 음악을 만들거나 가끔 글을 쓰기도 하고 더 가끔 전시나 공연 기획을 하기도 한다. 디지털 합성을 통한 청각적 현상에 대해 음모론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며 미세하게 조정된 음향을 통한 우발적인 허구성을 창출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2. C의 도구
- 현대미술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미술 재료뿐만 아니라 한계 없는 다양한 재료로 창작된다. 이 재료들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는지 혹은 영구성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시간적 증명 없이 환경적 요소와 결합하여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화되기도 한다. 보존과학자는 재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 과학 장비들을 사용하여 수많은 안료의 성분을 분석하고 자료화한다. 또한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전통적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고, 재질에 맞춰 여러 분야의 도구와 장비를 사용한다. 결국 모든 도구는 보존과학자에 의해 사용되는 것으로, 보존과학자의 눈과 손 또한 작품 복원을 위한 도구인 셈이다. {C의 도구}에서는 실제 사용하는 보존과학 도구와 재해석된 이미지, 자료를 함께 전시하여 보존과학실의 풍경을 재현한다.
- 참여작가: 김지수, 정정호, 주재범 / 구본웅, 오지호, 정성근
 
매체에 따라 독립된 공간을 사용하는 보존과학실은 각기 다른 보존처리 방법과 재료에 의해 특징적인 냄새들이 존재한다. 〈풀 풀 풀 – C〉는 작가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보존과학실을 순회하며 채집한 보존과학 도구와 재료의 냄새, 보존과학자의 체취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사실 냄새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그 존재 유무를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비물질적 특성이 가진 불확실함이 ‘보존과학의 냄새’라는 상상의 영역으로 관람자를 안내하는 장치가 된다.
 


김지수 (KIM Jeesoo)
〈풀 풀 풀 – C Pul Pul Pul – C 〉 2020 채집한 체취와 냄새, 바이알병, 스틸, 벽 위에 페인트 Collected Smell, vial, steel, painted on the wall 가변크기 Variable size
 
김지수는 보고 듣고 냄새 맡는 감각으로 교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후각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대상과 공간의 냄새를 채집하고, 특정한 상황에서 연상되는 냄새를 회화, 텍스트로 표현한다. 식물학자, 무용가, 음악가, 역사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며 작업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아트스페이스 휴, 통의동 보안여관, 사비나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하며 후각과 시각을 통한 공감각적 전이가 일어나는 설치작업을 선보여왔다.

보존과학실에는 물질의 성분과 재료를 분석하기 위한 과학 장비를 비롯해 전통 방식으로 제작된 붓과 안료 등 보존과학자의 눈과 손이 되는 많은 도구들이 있다. 정정호 작가는 보존복원을 위해 실제로 사용되는 각종 도구들을 일반적인 시각과 다른 각도에서 들여다보거나, 혹은 새로운 형상으로 쌓고 배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출한다. 작품 속 예측하지 못한 도구의 이미지는 실재와 상상의 경계에서 도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보존과학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정정호 (Jungho Jung)
〈 보존도구: 타솔 Conservation Tool: Brush 〉 2020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Archival Pigment Print 97×145㎝
 
정정호는 특정한 장소나 주제에서 사진이 어떻게 변용될 수 있는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탐구하고 있다. 주로 자연과 생태의 변화, 도시의 이주와 재개발, 한국전쟁의 사적인 역사 등에 관해 작업해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고은사진미술관, 호주현대사진센터, 휴스턴 FOTOFEST 등 국내외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첨단 기술 시대의 미디어에서 픽셀, 즉 화소 수는 점점 높아져 경계 없이 매끄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반면 〈 Attack!! Age-Virus(과학자와 시간으로부터의 예술) 〉는 면과 면의 경계가 매우 분명한 픽셀의 단순함을 적극 활용한 애니메이션 영상 작품이다. 작품을 복원하는 하루의 일과를 마치 게임을 하듯 해결해나가는 보존과학자 C의 이야기는 픽셀과 고전 게임의 형식을 통해 완성된다. 과거의 것을 새롭게 즐기는 ‘뉴트로(New-tro)’적 감성을 통해 시간과 시간을 오가며 작품을 복원하는 보존과학자 C를 상상해볼 수 있다.

주재범 (JaeBum Joo)
〈 Attack!! Age-Virus (과학자와 시간으로부터의 예술) 〉 2020 픽셀 애니메이션 Pixel animation 1’26”

주재범은 디지털 시대가 열리던 90년대에 컴퓨터와 함께, 컴퓨터 속에 펼쳐진 세상을 그리고 익히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이후 뜻이 맞는 작업자들과 모여 꾸준히 영상 창작활동을 해오다 개인 창작을 시작했다. 디지털 세상에만 머물러있는 ‘픽셀’을 현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며 자신만의 ‘픽셀월드’를 만드는 중이다. 창작활동과 더불어 디올, 구글, 기아 등 다수의 기업들과 협업하였고, 보다 많은 대중에게 픽셀아트, 나아가서는 자신의 고유한 색을 보이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다.
 
작품에 사용된 재료의 종류와 혼합량 등에 따라 분석 데이터의 검출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객관적이고 신뢰도 높은 작품 분석을 위해서는 비교 데이터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미술재료 수집과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존과학실에서는 작품 분석연구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는 물간, 안료, 오일 등의 미술재료를 주기적으로 수집하여, 그 재료의 분석 결과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다양한 안료 500여 종


빛은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적외선, 자외선, X선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광원(光源)을 포괄한다. 빛의 특성을 작품 분석에 활용하면, 기존에 알 수 없었던 숨겨진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적외선 투과 이미지를 통해 작품의 스케치선 등을 확인하고, 자외선 흡수반응으로 물감층이 복원된 위치를 찾을 수 있다. 또한 X선 촬영을 통해 작품 속 숨겨진 그림도 확인 할 수 있다. 오지호의 〈풍경〉(1927)은 나무와 수풀이 있는 풍경화이지만 작품 속에 여인의 전신상이 숨겨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오지호 (OH Jiho, 1905-1982)
〈 풍경 Landscape 〉 1927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65×52.5㎝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3. 시간을 쌓는 C
- 미술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크고 작은 변화를 겪는다. 물리적 혹은 화학적 손상을 입은 작품들은 보존과학자의 손을 거쳐 원상태로 복원된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이전과 다르지 않더라도 그 흔적은 작품 속 보이지 않는 곳에 새겨져 있다. 보존과학자는 작품의 자연스러운 생애 주기의 과정 속에서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연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입하며, 작품에 계속해서 시간을 쌓아간다. 이때 작품의 손상 전후 결과와 그 사이의 수많은 과정들은 모두 기록되어 이후의 보존과학자에게 전달된다. {시간을 쌓는 C}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실물과 그 복원 과정의 기록을 함께 소개하여 작품 속에 담긴 시간을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 참여작가: 권진규, 니키 드 생팔, 신미경, 육명심, 이갑경, 이서지, 전상범


“보존과정을 담은 영상 일부”
권진규 (KWON Jinkyu, 1922-1973)
〈 여인좌상 Seated Woman 〉 연도미상 unknown 테라코타 Terra-cotta 21×21×28㎝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권진규(1922-1973)는 구상조각을 정립시킨 작가로 테라코타를 이용한 작품을 다수 제작하였다. 테라코타 작품은 점토를 직접 모델링하여 만든 직접법과 주형으로 제작한 간접법으로 분류된다. 〈여인좌상〉 2점은 크기와 형태가 매우 유사하며 모두 테라코타로 제작된 작품이다. 과학분석을 통해 두 작품의 세부 형상과 제작기법 등을 비교한 결과, 두 작품이 동일한 주형 방법과 유사한 소성조건으로 제작된 에디션임을 확인하였다.
 

“보존과정을 담은 영상 일부”
니키 드 생팔 (Niki De SAINT PHALLE, 1930-2002)
〈 검은 나나(라라) Black Nana(Lara) 〉 1967 폴리에스테르에 채색 Color on polyester 291×172×10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니키 드 생팔(1930-2002)은 신부, 어머니, 임산부 등 여러 여성의 이미지를 〈나나〉라는 이름의 거대한 여성 조각상 연작으로 작업해 온 작가이다. 〈검은 나나(라라)〉(1967)는 장기간의 야외전시로 인해 페인트의 변색과 박락 등이 발생하여 보존처리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특히 손상 부위가 넓고, 변색이 심하여 전체 재도장 보존처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보존처리의 원본성과 진정성 확보를 위해 미술관 내외부 전문가 회의 및 니키 드 생팔 재단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보존처리 방향과 방법론, 재료를 결정하였다. 구 도장층을 제거하고 색상별로 재도장을 실시하였으며, 기존 작품에 남아있던 질감 및 색상, 광택 등을 고려하여 보존처리 하였다. 〈검은 나나(라라)〉 보존처리 과정을 통해 여러 관계자들의 권리 범위와 현대 미술품 보존을 위한 새로운 보존윤리·철학적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보존과정을 담은 영상 일부”
이갑경 (LEE Gapgyeong, 1914-미상)
〈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 Woman in a Cross Striped Dress 〉 1937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112×89㎝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갑경(1914-미상)은 1930년대를 중심으로 활동한 여성화가로서 제15-16회 조선미술전람회(1936-1937)에서 입선한 것 외에는 구체적인 활동이 알려져 있지 않다.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1937)은 제16회 조선미술전람회(1937) 도록에 수록된 작품으로 캔버스 틀에서 분리된 채 둥글게 말려있는 상태였다. 일부 캔버스 천이 찢어지고 상당 부분 물감이 떨어져 있어 1989년 첫 보존처리가 이루어졌다. 이후 2011년 상태조사 과정 중 보존처리에 사용된 재료가 들뜨거나 변색된 것이 관찰되어 2014년 재보존처리를 진행하였다.
 
 
4. C의 고민
- 현대미술은 작품에 반영된 작가의 의도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작가의 생각과 의도 자체가 작품이 되어 그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작품이 손상되었을 때, 작가의 의도를 해치지 않으면서 원상을 복원하기 위해 보존과학자는 고민한다. 작가를 만나 소통하고 작품과 관련한 자료들을 조사하며 객관적 기록과 사실을 바탕으로 복원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작품은 한번 복원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그 변화를 추적하기도 한다. 특히 뉴미디어라 불리는 새로운 매체의 경우 기술과 장비의 계속되는 진화를 수용하면서도 작가의 의도를 해치지 않기 위해 보존과학자의 고민은 계속된다.
- 참여작가: 우종덕
 


우종덕 (Jong-Duk Woo)
〈 The More the Better (다다익선) 〉 2020 12채널 미디어 설치 12Channel media installation 가변크기 Variable size


TV를 전달 매체로 활용하는 뉴미디어 작품들은 날로 새롭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맞춰 새롭게 변화된 매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미술관의 대표 소장품 〈다다익선〉(1988) 또한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브라운관 TV 부품 문제로 가동을 중단하였고, 이후 매체 복원 문제에 있어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우종덕 작가의 〈 The More the Better (다다익선) 〉은 〈다다익선〉 복원을 둘러싼 각기 다른 3가지 의견을 시각화 한 영상 설치 작품으로, 한 사람의 보존과학자가 복원을 수행하기 위해 고민하며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종덕은 영상과 사진을 주 매체로 하여 공간과 시간을 기록한다. 포스트 프로덕션의 시대에 다시, 새롭게, 변형, 재창조하는 문제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 매체가 반영하는 당대의 시대성을 반영하여 보존복원에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특히 〈다다익선〉(1988) 복원 문제를 자신의 개인 작업과 연결하고자 한다.
 

5. C의 서재
- 현대미술은 매우 유동적이다. 매체를 규정하거나 재료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현대미술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보존과학자는 유동적인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다. 보존과학은 전통 방식의 기술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작품에 가장 좋은 복원 방법을 찾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는 필수적이다. {C의 서재}는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인문학적 지식 배경을 갖춘 보존과학자 C의 감수성을 보여주는 도서와 자료들을 통해 보존과학자의 생각을 한층 더 이해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 참여작가: 제로랩



제로랩 (zerolab)
〈C의 서재 C’s Study〉 2020 아연도금강판 Galvanized steel sheet 가변크기 Variable size
 
‘C의 서재’는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인문학적 지식 배경을 갖춘 보존과학자 C의 감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소설을 비롯해 미술, 과학 도서 등의 자료들이 함께 비치되어 있다. 디자인 스튜디오 제로랩은 실험실의 느낌을 주는 아연 도금 강판을 소재로 서재를 디자인하여 규칙적 공간 속에서 불규칙적인 자료들을 해석할 수 있는 다층적 공간으로 완성하였다.
또한 ‘C의 서재’에 소개된 前 국립현대미술관 보존과학자 강정식, 차병갑, 김겸의 인터뷰 영상은 보존과학자의 일과 삶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한다.
 
제로랩은 장태훈, 김동훈이 운영하는 그래픽, 제품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전방위적인 문화활동을 지향하며 다양한 창작활동을 통해 실험적인 디자인과 상업적인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고,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시를 통해 의자와 스툴, 프린팅 워크숍 등을 진행하며 관람객이 디자이너의 작업과정과 생산방식을 직접 경험해보고 디자인의 본질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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