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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개인전 《네 가지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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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이수지

  • 장소

    김희수아트센터 아트갤러리

  • 주소

    서울 동대문구 홍릉로 118 (청량리동)

  • 기간

    2023-11-16 ~ 2023-12-02

  • 시간

    12:00 ~ 18:00 (휴관일 : 일요일, 공휴일)

  • 연락처

    02-962-7911

  • 홈페이지

    http://www.soorimcf.or.kr/

  • 초대일시

  • 관람료

    무료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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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서문]
안녕하세요. 이수지 입니다.
먼 곳까지 전시를 보러 와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곳에는 완성된 예술작품이 전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그런 것들을 상상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완성되기 전의 과정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전시에 대해 설명 드리기 전에 전시 서문을 왜 제가 끄적이고 있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이번 전시를 지원해주신 수림아트랩 신작지원 프로그램은, 지원서를 쓰는 단계부터 기획자와 작가가 협업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꽤 오랜 시간 기획자님과 많은 양의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하나가 주체가 되어 다른 하나를 섭외하는 일반적인 과정의 전시와는 달리, 저희는 시작부터 같은 무게로 전시를 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간동안 기획자님이 저를 알아가듯, 저 또한 전시라는 틀안에서의 기획자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요. 아마도 기획자에게 작가의 개인전을 기획하는 일이란 많은 가능성들을 누르고 끝내 타인으로서 존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희의 과정과 대화 속에는 기획자님이 언제나 매우 중심에 계셨는데도 말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전시에서는 어떠한 것이 완성되기전의 과정을 무대위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획자님의 생각과 글도 함께 전시되어야 했습니다. 때문에 부끄러운 글솜씨지만 기획자님 대신 제가 전시 서문을 쓰며 그 과정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형식과 과정(도구)이 결과물 만큼의 무게를 가지고 보는 이로 하여금 그와 상응하는, 때로는 더 비중 있는 무언가로 보여 지기를 바라며 도구를 만들고 과정을 짓는데 더 많은 시간과 마음을 쏟습니다. 만들어진 형식과 도구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오히려 반복적인 노동, 아니면 생산활동에 가깝습니다. 결과물의 시각적인 일시성 너머의 보이지 않는 과정들이 더 두터울 수 있음을 전달하고자 지금까지 결과물과 함께 도구를 전시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해 왔습니다.
 
고민은 작년 여름쯤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도구와 결과물을 함께 무대위에 올려놓았을 때, 도구가 더 이상 단지 도구로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과정을 만드는 시간’과 ‘결과물을 만드는 시간’이라는 ‘인과’의 입체적이었던 두 과정은 분명히 다른 태도와 마음가짐의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될 때면 이 둘의 관계가 직선상에 놓이며 같은 무게의 개개의 작업물 연작으로 보여지지는 않는가 하는 부분에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작업실에서 늘 곁에 두고 쓰던, 명백히 도구일 뿐이었던 것들은 전시라는 형식 안에서 어떠한 예술, 설치미술, 가끔은 퍼포먼스를 곁들인 작품 등으로 은연중에 모순된 아우라를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얼마전 한 비평가에게 도구를 전시함에 있어서, 과연 그것들이 무대 위에 올랐을 때, 단지 도구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도 어떻게 해야 도구가 무대위에서도 도구가 될 수 있는 지 잘 몰라 대답을 하지 못하였습니다. 저에게 도구는 무엇일까요. 저는 도구가 공간과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도구는 현재 진행형으로, 무엇이라고 하기보다 계속 변화하는 어떤 상태에 가깝고, 목격하기보다 목도하는, ‘see’ 보다는 ‘watch’에 어울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결과물(작품)은 그와 같은 공간과 시간을 모두 달린 뒤 완전히 멈추어 마침내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는 박제된 상태로, 저는 이를 마치 해소의 시간처럼 느끼고 있습니다.
 
현재의 제가 생각하는 도구는 그러합니다. 그런데 결국 생각의 말미에 늘 들었던 의문은 도구를 정의 내리는 것이 지금의 저에게 왜 이렇게 중요한 일인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매우 근본적인 의문부터 충족되지 않으니 언제나 어려우면서도 동시에 쓸데없는 강박 같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이러한 저의 의식의 흐름을 그동안 무작위로 감당하신 기획자님의 글 초고를 읽게 되었을 때, 저도 모르게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획자님의 글은, 어쩌면 그 말뜻의 경로까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저 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 저를 설명하기 위해 써 주신 친절한 글이 관객들께는 조금 불친절한 글이 되지는 않을지 하는 염려도 대신 해봅니다.
 
이번 전시는 도구를 도구로 보여질 수 있도록 고민하며 구성해 보았습니다. 무언가를 신성하게 보이도록 하는 배치는 최대한 배제하고, ‘현재 진행중’임을 드러낼 수 있는 소품도 사용해 보았습니다. 덧붙여 어쩌면 지난 도구들의 현재 행방이 궁금하실까 하여 들어가시는 입구 쪽에 그에 대한 책자를 준비해 놓았습니다. 기획자의 글은 여러가지 형태로 때로는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바탕이 되기도 하면서 저의 작업과 관계를 맺으며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럼 즐거운 관람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수지 드림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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