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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모리스 《Pinecones and Corporations》

Sarah Morris : 《Pinecones and Corpor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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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는 사라 모리스의 개인전 《Pinecones and Corporations》를 9월 7일부터 10월 8일까지 개최한다. 사라 모리스(Sarah Morris, 1967년생)는 비서사적 시각 언어로 도시 환경, 사회관계망, 유형학, 권력 구조의 메커니즘을 드러내는 작업을 30여 년간 지속해 왔다. 그는 회화, 영화, 장소특정적 벽화 및 조각, 포스터, 드로잉 등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대한 작업 세계를 구축하며 세계 무대에서 왕성히 활동 중이다. 최근 함부르크 다이히토어할렌을 시작으로 쿤스트뮤지엄 크레펠트, 젠트룸 파울 클레, 쿤스트뮤지엄 슈투트가르트로 2025년까지 이어지는 회고전 《All Systems Fail》이 열려 사라 모리스가 구축한 독특한 형식 미학이 유럽 미술계에서 다시금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Pinecones and Corporations》는 2010년 갤러리현대에서 개최한 《Clips, Knots, and 1972》 이후 13년 만의 한국 전시로 일련의 평면 신작과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영화 3편을 함께 선보인다. 

사라 모리스의 창작 활동은 1990년대 본격적으로 전개된 후기 자본주의의 자장 안에서 시작되었으며, 작가는 작품에서 다양한 사회 구조와 시장 경제 유형을 망라한다. 그의 관심 영역은 다국적 기업, 건축, 줄기세포 기술, 아카데미 시상식, 올림픽 게임, 교통망, 맵핑, 달의 주기, 미술관, 인쇄기, 모든 유형의 공장, 패션 및 우편 시스템 등을 폭넓게 아우른다. 모리스는 삶의 모든 범주에 깊숙이 침투한 구체적 실체들이 사회, 정치, 경제 구조가 품고 있는 권력과 질서, 통제를 함의하고 있다고 여기며, 이를 생생한 색상과 기하학적 패턴으로 간결하게 표현한다. 광고 문구를 연상시키는 짧은 텍스트부터 선, 원, 격자의 반복과 중첩, 파편화된 벤 다이어그램, 나아가 기술 문서에서 볼 법한 도식과 거미줄 같은 유기적 ‘망’ 등의 이미지는 세계의 추상성에 관한 작가의 사유를 시각적으로 구조화한 결과이다. 모리스는 ‘도시’ 연작에서 경제·정치적 산업화와 사회·문화적 정보화로 자본과 권력의 중앙 집권화가 이루어졌고, 대도시의 공간 구조가 다양한 건축과 교통망 등을 통해 확장되었음에 주목한다. 그는 권력 구조와 부의 이동을 집약하는 대상인 기업에 천착하여 그 건물 외관을 기하학적 추상 형식으로 묘사한다. 건축 산업에서 흔히 사용되는 가정용 광택 도료로 칠한 캔버스 위 화면은 대도시의 여느 정돈된 건물, 공간의 표면처럼 매끄럽게 처리되어 있다. 그의 회화는 우리가 더 큰 시스템의 일부라는 자각을 고조시킨다.

사라 모리스는 이번 《Pinecones and Corporations》전에서 자연과 사회라는 두 포괄적 유기체의 일부이자, 그 구조적 유사성을 총체하는 대상으로 ‘솔방울(Pinecone)’과 ‘기업(Corporation)’을 제시한다. 언뜻 무관해 보이는 두 대상이다. 하지만 피보나치 수열 구조의 형태적 특성과 주변 환경, 씨를 흩뿌리고 재생산하는 솔방울의 유기적 성질은 기업의 작동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기업은 생산자(구성원)와 생산(노동), 재화(자본)와 공장(권력)의 순환 구조로 도시·사회 시스템의 근간이자 동력을 이룬다. 갤러리현대 전 층에 걸쳐 소개되는 모리스의 평면 작품들은 소나무와 솔방울, 그리고 기업이라는 소그룹으로 나뉜다. 화면에 배치된 나무의 울퉁불퉁한 껍질, 올곧게 뻗은 몸통, 씨앗과 비늘, 침엽을 연상시키는 특징적 도상과 제목을 통해 각 작품의 구체적 대상을 유추할 수 있다. 기업을 다룬 작품들로는 〈이스트먼 코닥 Eastman Kodak〉, 〈인더스트리얼 뱅크 Industrial Bank〉, 〈더 팰리스 The Palace〉,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알려진 곤고구미를 제목으로 붙인 〈Kongō Gumi Ltd.〉 등이 있다. 특정 기업을 제목으로 언급한 일련의 작품들은 수직(높이)과 수평(규모), 대칭 구조나 특정 양식과 같은 여러 건축 문법을 연상시키며 권력과 통제, 질서를 향한 인류의 열망을 내비친다.

원뿔, 점, 선, 사각형 등의 추상적 형태가 별도의 중심축 없이 등장하는 사라 모리스의 캔버스는우리가 인식하는 안과 밖, 시간을 아우르는 불균질한 공간을 표상한다. 나아가 모든 것을 포괄하는 시스템, 즉 더 큰 구조의 일부이자 캔버스 밖 어느 방향으로든 자유롭게 무한 증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다. 

사라 모리스는 평면 작업은 물론 영상 언어를 통해 도시의 움직임과 심리지리학, 역동성의 본질을 풍부하게 탐구해 왔다. 작가는 1998부터 현재까지 뉴욕,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 베이징, 시카고, 리우데자네이루, 아부다비, 오사카 등의 대도시나 장소, 특정 사건이나 인물을 카메라에 담은 영화를 총 15편 제작했다. 모리스의 영화는 스토리텔링 방식의 배열이 아닌 다층적이고 파편화된 도시의 이미지와 일상을 수집하고 이를 탈계열적 몽타주 형식으로 재배치한다. 그는 흩어진 시공간 속 다양한 대상과 공간을 화면 위에 제시할 뿐이다. 이미지를 통해 그 너머의 무언가를 인식하고, 이해하고,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오롯이 관객의 몫이다. 나아가 모리스의 영화 전반에 흐르는 사운드는 또 다른 중심 요소로, 스크린 속 세계를 해설하는 실제 소리가 아닌 일종의 전자음이다. 스크린 속 세계와 이를 견지하는 관객의 현실 사이의 경계에서 규칙적인 리듬으로 작동하는 전자음, 간혹 주파수나 노이즈에 가까운 소리 조각들은 조화롭게, 또 긴장감을 잃지 않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된다. 특정 장면이나 서사를 수반하지 않는 단독으로 작곡된 소리의 ‘망(network)’은 화면 속 이미지와는 별개의 시그널들을 창출하며 우리의 감각을 규칙적으로 일깨운다. 이러한 규칙적 특이성(singularity)은 시스템과 구조를 환기시키는 청각적 기표들이다.

이번 전시에는 파리, 아부다비, 오사카 등 유럽과 중동, 아시아라는 각기 다른 문화권의 도시를 다층적으로 사유한 3편의 영화 〈스트레인지 매직 Strange Magic〉(2014), 〈아부다비 Abu Dhabi〉(2017), 〈사쿠라 Sakura〉(2018)를 상영한다. <스트레인지 매직 Strange Magic〉은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재단이 뜻을 모아 시작된 루이비통 재단의 기획 과정부터 설계와 건축 과정을 기록한 작품이다. 영화는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해, 게리 파트너스(Gehry Partners, LLP)가 위치한 로스앤젤레스와 파리를 오간다. 프랭크 게리의 설계 방식과 행위를 탐색하고, 건축물과 주변 환경을 두루 살피는 와중에 드러나는 두 도시의 유사성은 모든 도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향수, 패션, 샴페인 등 럭셔리 산업의 다면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생산’과 ‘소비’의 경계를 횡단하고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부의 흐름을 기록한다. 본 작업은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재단의 커미션으로 제작되었다. 

〈아부다비 Abu Dhabi〉는 아랍에미리트가 영국에서 공식적으로 독립하고 7개 토후국 연합이 탄생한 날을 기념하는 국경일에 촬영되었다. 영화는 풍부한 천연 자원을 토대로 이룩한 아부다비의 경제 성장과 번영, 문화, 축적된 역사와 미래를 앞당긴 현재, 풍요로움을 대변하는 마천루와 그 사이를 떠도는 노동 인구와 같은 도시 풍경을 심리지리학적으로 살핀다. 카메라는 도시를 배회하며 매를 위한 병원,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셰이크 자예드 다리, 리와 사막, 국경일 행사, 1970년대 도시 개발 초기의 기록 영상, 나아가 ‘석유 이후의 시대(post-oil Era)’라는 슬로건으로 2006년 건설을 천명한 인류 최초의 거대한 실험도시(탄소제로도시)인 마스다르 시티에 위치한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디자인한 마스다르 과학 기술 연구소 등을 포착한다.

가장 근래에 제작된 〈사쿠라 Sakura〉는 나카노시마미술관의 커미션으로 제작되었다. 이 영화에서작가는 일본 최초의 상업 수도이자 문화 도시인 오사카의 여러 공간을 가로지르며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일본의 경제적, 문화적 계보를 추적한다. 미술용품 회사로 잘 알려진 사쿠라의 물감과 파스텔 공장,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에도 등재된 일본의 전통 인형극인 분라쿠 공연장, 산토리 야마자키 증류소,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줄기세포 연구자 신야 야마나카의 실험실 등 도시의 자본, 생산, 사회의 유기적 관계를 망라하는 기업과 조직의 다양한 모습이 담겼다.



사라 모리스
Eastman Kodak

2023
Household gloss paint on canvas
152.5 x 152.5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Hyundai
Photo by Tom Powel Imaging
갤러리현대 제공



사라 모리스
Dragon Eye [Black Pine]

2023
Household gloss paint on canvas
165.3 x 122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Hyundai
Photo by Tom Powel Imaging
갤러리현대 제공



사라 모리스
Compliance [Pinecone]

2023
Household gloss paint on canvas
122 x 122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Hyundai
Photo by Tom Powel Imaging
갤러리현대 제공



사라 모리스
Ecosystem [Pinecone]

2023
Household gloss paint on canvas
122 x 122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lery Hyundai
Photo by Tom Powel Imaging
갤러리현대 제공



□ 작가 소개

사라 모리스(1967년생)는 뉴욕에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브라운대학교(1985-89)와 케임브리지(1987-88)에서 기호학과 정치 철학을 전공했다. 휘트니미술관 프로그램(1989-90)에 참여하며 본격적인 작업 활동을 시작하였다.

그의 대규모 회고전 《All Systems Fail》은 지난달 막을 내린 함부르크 다이히토어할렌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쿤스트뮤지엄 크레펠트, 젠트룸 파울 클레, 쿤스트뮤지엄 슈투트가르트로 순회할 예정이다. 이밖에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관(2018), 에스포 현대미술관(2017), 쿤스트할레 빈(2016), 루벤 박물관(2015), 브레멘 미술관(2013), 웩스너 예술 센터(2012), 페르낭 레제 국립미술관(2012),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2009), 볼로냐 현대미술관(2009), 렌바흐하우스미술관(2008), 바젤 바이엘러 파운데이션(2008), 로테르담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2006), 알드리치 현대미술(2005), 하노버 케스트너 게젤샤프트(2005), 스톡홀롬 현대미술관(2005), 팔레 드 도쿄(2005), 코펜하겐 쿤스트포레닌겐(2004), 마파 볼룸(2004), 마이애미 현대미술관(2002), 베를린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2001), 라이프치히 현대미술관(2000), 필라델피아 미술관(2000), 취리히 미술관(2000), 옥스퍼드 현대미술관(1999), 디종 르콘솔티움 현대미술센터(1998) 등 세계적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사라 모리스의 회화 및 영화는 바이엘러 파운데이션; 퐁피두 센터; 쿠퍼 휴잇 국립 디자인 박물관; 댈러스 미술관; 파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프라다 재단; 부르고뉴 현대미술 컬렉션; 라이프치히 현대미술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 우멕스 미술관; 브레멘 미술관; 볼프스부르크 미술관; 렌바흐하우스미술관; 루마 파운데이션; 마이애미 미술관; 파리시립현대미술관; 부에노스아이레스 현대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 프랑크푸르트 현대미술관;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 베를린 미술관; 뮌헨 잠룽 괴츠 컬렉션;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바젤 샤울라거; 암스테르담 시립 미술관; 슈투트가르트 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 등 전세계 유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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