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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범석 개인展 Fai :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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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곽범석

  • 장소

    봉산문화회관 2전시실

  • 주소

    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77 (봉산동)

  • 기간

    2023-06-07 ~ 2023-06-11

  • 시간

    10:00 ~ 19:00 (휴관일 : 월요일)

  • 연락처

    010-2711-2726

  • 홈페이지

    http://www.bongsanart.jung.daegu.kr/

  • 초대일시

  • 관람료

갤러리 가기
바다를 작업해온 곽범석은 이번엔 방콕에서 온 이주노동자 “Fai(빠이)“를 5년간 촬영해서 발표하며, 그녀의 일상적 모습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보는 것과 보이는 것 사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작가는 빠이의 일상과 공간을 작가의 시선에만 머물지 않고, 빠이의 시선을 포함시키면서, 관람자가 익숙한 사실을 새롭게 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곽범석

 

보는 것과 보여지는 것 사이
이계영 양주시립미술관장
 
곽범석은 방콕에서 온 이주노동자 빠이(Fai)의 초상사진을 5년여간 찍었다. 빠이가 우리나라의 농장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의 일상이 궁금해졌다고 한다. 그녀는 일감을 좇아 주로 경상도 곳곳을 옮겨 다니며 딸기농장, 죽염공장 등에서 일을 해왔다. 쉬는 날에는 시장에서 장을 보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래방에 가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며 여느 20대처럼 지낸다.
 
곽범석의 사진에서 눈에 띄는 것은 그가 ‘시선’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빠이의 일상을 보여줄 때 작가는 빠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빠이가 바라보는 시선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이미지에 대한 일종의 비판적 거리를 마련해 준다.
 
사진에서 ‘보여지는’ 사람의 모습은 대개 ‘바라보는’ 사람, 엄밀히 말해서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 어떤 시선을 가졌는지에 따라, 그리고 ‘보는’ 이와 ‘보여지는’ 이의 관계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인류학자 도리이 류조(鳥居龍蔵)가 조선총독부의 촉탁으로 촬영한 조선인 신체측정 사진이나 독일 민중의 초상사진을 통해 시대의 진실을 전하고자 한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의 유형학적 사진에서 사진 속 인물은 통계나 실증을 위한 ‘자료’이며, 사진가는 ‘관찰자’가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바라보는 사람과 보여지는 사람은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시선의 권력을 가진 자와 지배받는 자로 구분된다. 사진가 전몽각은 『윤미네 집』에서 딸이 태어나서 결혼하기까지 26년간 촬영한 사진들을 보여준다. 오랜 시간 한 사람이 나고 자라는 모습을 담았다는 사실에서 자연스레 다큐멘터리 사진을 예상할 수 있으나, 실상 그의 사진에서는 육아일기나 성장기록보다는 딸과 가족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을 떠올리게 된다. 이것은 사진가와 사진 속 인물 사이의 물리적, 정서적 거리에서 비롯한다.
 
곽범석은 전작 <밤바다> 연작에서 바다 속을 들여다봤고, 바다의 안을 알고 나서는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고 바람에 의해 변하는 바다의 모습(<East Wind> 연작)을 찍었다. 작가는 바다와의 거리에 따라 작품을 구별했으나, 동일한 대상을 거리를 달리하며 촬영했다는 면에서 두 시리즈는 사실 하나의 주제로 묶일 수 있다.
 
앞선 ‘바다’ 작업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면, 《Fai》에서 작가는 시선을 과감하게 실험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상을 바라보는 시점과 거리가 다양해졌다. 그는 이전 시리즈에서 자신의 사진작업에 대해 “무엇을 의미화하기보다는 대상과의 체험에서 우연히 다가오는 것을 담은 것”이라고 말하는데, 빠이의 경우 그 대상이 상호작용을 하는 ‘사람’이기에 이때 대상과의 체험은 다변적이며 작가가 예측하기 힘들다. 이는 사진에 나타난 시선에도 영향을 미쳐 빠이는 사진가가 관찰하는 객체이면서 동시에 바라보는 주체가 된다. 시선의 방향과 보는 이와 보여지는 이의 거리가 비평의 출발이라고 한다면, 빠이가 등장하지 않는 사진, 그녀의 일상과 머무는 공간을 보여주는 사진에서 ‘누구의 시선으로 보는가’ 하는 문제 역시 중요할 것이다. 일상을 보여주는 사진에는 사진가의 시선과 빠이의 시선이 혼재되어 있어 작가가 의도적으로 두 시선을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작가가 빠이의 시선을 가장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하지만 작가가 빠이가 실제 촬영한 사진을 포함시킴으로써 두 명의 시선은 빠이가 시선의 주체가 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여기서 관람자는 빠이의 시선으로 보게 되고, 따라서 익숙한 사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카자 실버만(Kaja Silverman)은 저서 『월드 스펙테이터』에서 ‘외양(looking)이란 존재가 펼쳐지는 곳’이라고 말한다. 이때의 외양은 시각적인 것을 강조하여 ‘시야에 들어오다’ 또는 ‘보이게 되다’를 뜻하며, 이러한 ‘드러내기’는 ‘존재(Being) 자체의 근본적 특성’이다. 이렇듯 외양은 존재와 관계하기 때문에 시각의 주체로서 제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며, “창조물이나 사물을 그것의 존재로 방면(release)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관점의 다양성으로 이를 이해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작가는 연작 《Fai》를 통해 ‘본다’는 행위가 일방적인 시선으로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드러남에 응답하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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