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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화 기획초대전 '환타지가 시작하는 곳'

Heo, Joung-Hwa, 'Fantasy Memory'

  • 작가

    허정화

  • 장소

    에이치유비(HuB)

  • 주소

    경남 진주시 에나로 101 (충무공동)

  • 기간

    2020-05-01 ~ 2020-07-31

  • 시간

    9:00 ~ 22:00

  • 연락처

    010-7258-7950

  • 홈페이지

    http://

  • 초대일시

  • 관람료

갤러리 가기
우리 시대의 ‘판타스마’를 찾아서
        ― 허정화 근작전, 《판타지가 시작하는 곳》
김복영|미술평론가철학박사전 홍익대 교수

작가란 시대가 요청하는 이미지를 그리는 책무를 진다. 그러기 위해 그는 일상의 사물을 재현하는 데 만족하기보다는 이를 시대와 자신의 비전으로 설[設]하는 방법을 찾는다. 이를 일러 판타스마phantasma를 천착한다고 말한다. 이 경우 판타스마는 임의의 현실이 아니라 ‘마음에 현전할’phantazein 찰라의 ‘상’이다.
프랑스의 실존철학자 장 폴 싸르트르(J. P. Sartre)는 1940년에 쓴 그의 이미지로 생각한다는 제하의 글 「L'imaginaire」에서 ‘상상한다는 건 일상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그가 새로 창도한 이미지를 보고 사람들이 그들의 신체 속에서 동요를 일으키며 이로써 종국에는 모종의 창조적 결실을 가져오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이 언급은 당시의 전근대주의적 예술의 구태를 질책하려는 데 뜻이 있었지만,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는 낡은 근대주의의 구각(舊殼)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작가 허정화가 이 길을 모색해온 지 어언 10년 여를 헤아린다. 독일유학과 박사시절부터 시작한 《유토피아의 추억》은 그 간 두 번의 큰 전시를 개최한 바 있어 이번 개인전은 무엇보다 명실상부한 십여 년을 결산하는 작품전으로 사료된다.

작가가 그간 제기하고 있는 야심적 시도는 지난 십여 년의 여정을 반추하는 한편, 앞서 싸르트르가 시사한 경언警言을 보다 숙지함으로써 이를 우리 시대의 과제로 격상시키려는 데 뜻을 두고 있다. 그건 그녀가 생각하는 이미지들이 우리 시대의 ‘하이퍼리얼’hyper-real로 지칭되는 전 시대와는 차별적인 실재를 노크하는, 이른 바 랑게K. Lange류의 ‘가상론’ Scheintheorie, 1901이 시사하는 의식적 자기환영을 오늘의 21세기적 시각으로 재시도하고자 하는 바 그 의의가 적지 않다. ‘의식적 자기환영’ bewuste Selbstäuschung은 때마침 오늘의 세기를 풍미하고 있는 IT과학의 ‘버철’the virtual을 미적으로 선점하려는 데 뜻을 두고 있어 주목된다.
기실 허정화가 추구해온 그간의 회화적 모색은 이제사 확언하거니와 ‘판타지 픽션’ fantasy fiction의 방법적 모색이라 해서 부족함이 없으리라. 이 경우 판타지 픽션은 기존의 이미지들을 융섭해서 이를 모두가 용인할 수 있는 마음에다 현전케 하려는 방법의 하나다. 이야 말로 ‘판타지를 그린다’는 판타제인phantazein을 충실히 하려는 방법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이 방향에서 ‘그림을 그린다’를 뜻하는 ‘핀게레’ pingere의 어원에도 들어맞는다. 이를 위해 작가는 두 가지를 시도한다. 하나는 기존 이미지 세팅의 변경설정이고 다른 하나는 소재 특성의 수퍼내츄럴한 변형이다. 이를 위해 그녀는 기존의 소재와 관련한 사건의 추가와 변경을 시도한다. 그럼으로써 작품의 이미지들은 환영hallucination과 팬텀phantom, 나아가서는 돌연한 판타스마phantasma를 야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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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여기에 까지 이르는 도정은 순탄한 게 아니었다. 그녀의 판타스마의 여정phantasmic journey은 시인 곽재구의 <포구기행>에 비교된다.

파도소리가 싱싱합니다. 지나간 시간들, 따뜻했으나 쓰라린 숨결들, 그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울지 마세요. … 저기 새로운 시간들의 파도소리가 들리지 않으세요!

작가는 이에 답한다.

눈앞의 낙엽과 발부리에 걸린 돌멩이에 잊은 줄 알았던 기억이 되살아나 기쁨이 되거나 상처가 되는 것 같다.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 하면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수는 있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엔 벅차고 포기하기엔 너무나 아쉬워 두려움과 괴로움이 엄습한다. 자유롭고 행복해지고 싶어 시작했던 그림이 어느 순간부터 행복하지 않고 나를 옭아매는 존재가 되었다. 사방이 벽인 극심한 슬럼프 속에 이번 전시를 준비하였다. “절대로 빨리 가려하지도 말고, 어디에 닿으려고 하지도 말며, 이 길에서 무엇을 이루려고도 말고, 그냥 걸어가 보기로 했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거든 그냥 가라’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일절을 믿고 그냥 가보기로 했다.” <작가노트 2020에서 번안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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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허정화가 시도하는 근자의 판타스마 행보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정황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발부리에 걸린 돌멩이를 만나 상처가 될 건 결코 아니다. 앞 절의 언급처럼, 기쁨이 되면 되었지 위험을 염려할 건 결코 아니다. 작가가 근자에 깨달은 바 있는 판타스마는 이를테면 장 보드리야르가 일찍이 설파한(Jean Baudrillard, L'Echange Symbolique et la mort, Paris, 1976) 우리 시대의 진실재인 ‘하이퍼리얼’의 모색을 위한 당연한 진통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행보는 이를 위해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될 진정한 용맹정진의 일환일 뿐이다. 그건 우리 시대의 ‘버철이미지the virtual images를 구현하기 위한 불가피한 창조적 고뇌이다.
아니 작가는 알게 모르게 이미 이 방향의 모색을 일찍이 추구해왔기에 하는 말이다. 그간 십수년 여를 이 방향에서 판타지 픽션을 행사해오지 않았는가! 현재의 성과로도 결코 손색이 없다. 필자는 이를 두고 이미 지난 번 <유토피아의 추억>에서 이렇게 쓴 바 있다.

작가가 근작들에 대거 등장시키는 주요 소재는 단연 달항아리다. 이것 말고도 도자기에서 토기에 이르는 많은 자기들이 등장한다. 여기에 소나무와 조각보, 수보와 그림보, LED를 곁들인다. 겸재의 금강전도에 나오는 명산 또한 주요 품목이다. 그러나 뭐니해도 달항아리가 근자의 으뜸소재인 건 틀림없다. 허정화의 달항아리를 보노라면, 항아리를 보는 게 아니라 달(月)의 판타스마를 먼저 보게 된다. 항아리를 그린 게 분명한데 달의 판타스마가 먼저 보인다. 정확하게 말해, 달이 아니라 달 같은 밝음의 덩어리를 본다. 그래서 환영으로서의 달을 보게 된다.

근작에서 작가는 여기에 추가해 유려한 율동과 운필을 과시한다. 저부조의 달항아리와 이를 가로지르는 초분草芬을 간직한 넝쿨과 잎새들, 좌우상하의 윤곽이 가지는 상태벡터들의 잔잔한 동요, 여기에 망연한 오간색 색조의 토낼리티, 한지의 물성이 방출하는 마티에르와 엠보싱이 합쳐져 해수면의 고요를 창출한다. 이를 야기하는 건 사물의 경계흐리기와 전후도치, 자유로운 셋팅과 결합, 오토마틱한 배열의 분방함이다.
이러한 근작 표정은 기존의 것들을 빌려 그것의 상층부에서만 얻을 수 있는 하이퍼리얼의 제 징표들임에 틀림없다. 작가는 현단계에서 이 품목들로 21세기를 사는 우리의 마음에 조용한 충격을 주고자 한다. 종래는 우리의 신체 속에 잔잔한 동요를 야기한다. 이를 위한 작품의 매너는 가히 일품이다.
작가는 근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 사실을 각성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신의 신체적 동요와 마음의 그것으로는 그저 망연할 뿐이었다. 필설로 이를 입증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했다. 이것이 바로 하이퍼리얼 이미지의 시뮬라크르들simulacres의 탐구를 위한 전율임에 틀림없다. 이를 앞에 하고 작가 허정화는 자신의 인지체계를 감당해야 할 문제를 안고 당분간 더욱 고뇌할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고뇌할 뿐 안으로는 이미 존재의 희열을 만끽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번 근작전은 이를 확인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2020, 5



환타지가 시작하는 곳  100X100cm 장지에 혼합재료



환타지가 시작하는 곳  91X233.6cm  장지에 혼합재료


작가노트

이탈리아 시실리섬(taormina) 고대그리스 로마극장에서 정명훈지휘의 Pietro Mascagni : Cavalliera Rusticana 서곡을 이탈리아에 사시는 지인이 올린 페이스북에서 듣게 되었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곡인데,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일상이 멈춰버린 이 잔인한 4월에 듣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영화 <대부3>의 마피아보스인 알파치노는 조직을 확장해 막대한 부를 이루고 탄탄대로를 걷던 중에 성악도인 아들이 이 곡을 부르던 오페라하우스의 계단에서, 그토록 사랑하는 딸이 경쟁관계에 있는 마피아의 총에 저격당해 죽어가는 장면에서 흐르던 이곡은, 모든 것을 다 이뤘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부질없음을 보여주고, 이 음악의 크라이막스에 알파치노가 미칠 듯이 절규하던 그 장면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때때로 음악이, 아름다운 풍경이, 영화의 어떤 장면이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89년도 1월 말에 앵커리지를 경유해 23시간 걸려 서독으로 갔던 나는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기차로 중부 독일에 위치한 대도시인 Köln으로 가던 길에 보았던, 드넓은 초원에서 다람쥐와 토끼들이 뛰어놀던 비현실적인 들판, 로렐라이 언덕의 전설을 간직한 낭만적인 라인강, 관광객으로 늘 붐비던 Köln 대성당, 어학코스를 했던 Köln대학과 학생식당, 동화책 속 배경으로 등장하는 비현실적인 유럽의 낭만이 너무나 낯설었다. 무엇보다 언어가 주는 중압감으로 가위눌리는 삶을 살다보니 하루하루가 늘 고단하고 피곤했다. 그 해 11월에 통일이 된 독일은 흡수통일의 어려움이 마치 외국인들에게 준 혜택인양 외국인들을 극도로 싫어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학위를 마치지 못하고 한국에 돌아와 대학원과 박사과정을 하면서 대학 강의와 작가생활을 병행하던 서울의 생활은 너무나 고달프고 힘들었다. 30여년 만에 어렵게 선택한 이곳 진주행은 고단했던 독일 유학시절보다 더 팍팍한, 또 다른 이방인의 삶이었다. 이곳 고향에서 때로는 타향살이 보다 더 혹독한 이방인으로 산 것이 어느새 6년이다. 6년 전부터 이미 스스로 사회적 거리를 두고,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보이지 않는 바닥을 두려워하며 바닥에 닿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살아왔다. 발이 바닥에 이미 닿아 있는 줄 모른 체.
최근에 알게 되었다. 내가 6년째 스스로 자가 격리중이란 것을.

어느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할 수는 없지만, 지금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결말을 맺을 수는 있다. 행복이란 불행의 끝자락에서 되돌아 볼 때만 알 수 있는 것.
치밀어 오르는 분노나 짠한 슬픔처럼, 퍼렇게 날이 선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온몸이 아파질 때면 남강변을 걷고 또 걸었다. 상실감과 박탈감으로 출구도, 비상구도 보이지 않던 시간들. 매일매일 나를 일깨우는 이 버거운 현실과, 어두운 미래가 명치끝 그 깊은 곳에서 나를 까맣게 태우며 곤두박질 칠 때, 불빛 때문에 타 죽을걸 알면서도 불빛에 뛰어드는

나방이 내 삶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떤 목표를 이루기엔 너무나 벅차고 포기하기엔 너무나 아쉬워 두려움과 괴로움이 엄습한다. 자유롭고 행복해지고 싶어 시작했던 그림이 어느 순간부터 행복하지 않고 나를 옭아매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내가 이룰 수 있다고 믿었던 행복, 내가 잡을 수 있다고 믿었던 행복이 언제나 다 잡았다고 생각하고 손에 쥐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잡히지 않는 것을 잡으려고 미친 듯이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왜 내 인생은 언제나 아프고 초초하고 불안하며, 마음은 늘 비 새는 집 같은 건지.
서 있을 수도, 계속 갈 수도, 주저앉을 수도 없는 상황 속에서, 한 번도 맘 편하게 오롯이 나 자신을 누려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사방이 벽인 극심한 슬럼프 속에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첫 개인전에 쓴 작가노트 중 “절대로 빨리 가려 하지도 말고, 어디로 닿으려고 하지도 말고, 이 길에서 무엇을 이루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걸어가 보기로 했다. 내가 하는 그림이 길처럼 지나가는 것이라고 깨닫는 순간 나의 삶도 훨씬 더 낙천적으로 바뀔 것을 믿으며.”를 다시 보게 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If you don`t know where you`re going, just go.” 대사처럼 그냥 가보기로 했다.

부활절을 맞아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특히 피해가 컸던 이탈리아 북부도시 밀라노, 그 밀라노의 상징인 두오모 대성당에서 ‘희망을 위한 음악(Music for Hope)’을 주제로 콘서트를 열었다. 국경을 넘어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전 세계에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관객 없이 텅 빈 성당 안팎에서 진행된 콘서트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었고 하루 만에 3천만 명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 콘서트가 전 세계인을 위로하는 놀라운 은총(Amazing grace)이 되길 바라며, 나의 전시가 "The Prayer" 되어 간절함을 담아내는 작은 울림이 되기를 소원 한다.

이번 전시가 있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이 있다. 페이스북으로 이탈리아의 절경과 음악으로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오랫동안 보내주신 Y선생님, 언제나 좋은 작가가 될 수 있다며 내 그림보다 더 과분한 글을 써주시는 김복영 교수님, 진주에서 벽에 부딪힐 때마다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신 K교수님, 전시가 이루어지도록 도와준 K후배, 장소를 제공해 준 HB 갤러리 사장님, 언제나 나를 응원하시는 어머니, 그림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주신 이사장님과 교장교감선생님, 서툰 학교생활을 늘 섬세하게 배려해 주신 진주동명고등학교 선생님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2020년 5월 1일
허정화


환타지가 시작하는 곳  45.5X53cm  장지에 혼합재료



작가 약력

허 정 화(Heo, Joung-Hwa)

국내외 개인전 29회, 국내외 아트페어 16회

약력
숙명여대 회화과(동양화 전공) 및 교육대학원 졸업
독일 뒤셀도르프미대 수학
숙명여대 미술학 박사

2004~2011 숙명여대 회화과 및 교육대학원, 대진대, 상지대강사 역임
2008~2014 대구대 사범대 강사 및 겸임교수 역임
2016 진주과기대 강사역임

현재
서울미협, 한국화 여성작가회, 에꼴전, 진주미협, 직전, 촉석회
진주동명고등학교 재직

작품소장
베를린 독일 대사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대 미술관,
매일경제, 서울신문사, 사학연금회관, 국회, 삼성경제연구소,
굿모닝신한증권, 프랭클린템플튼 증권, 법무법인 한결,
대성건설, IBK증권, 휴넷, 법무법인 화우, 한호건설,
회계법인세종, 시환건설, 삼립인쇄, 아트블루, 한라건설,
법무법인 이촌, 태광실업, 효성itx, 경남일보





환타지가 시작하는 곳 60.6X72.7cm 장지에 혼합재료



환타지가 시작하는 곳



환타지가 시작하는 곳 53X45.5cm 한지에 혼합재료



환타지가 시작하는 곳 53X45.5cm 한지에 혼합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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