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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은미술관은 영은 아티스트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영은창작스튜디오 12기 박지원작가의 ‘순간들의 풍경 moment scape’ 展을 오는 10월 8일부터 11월 13일까지 개최한다. 박지원작가는 건축물이 무너지면서 남아있는 골조의 흔적과 내부 깊숙이 연결된 구조에 흥미를 갖고, 파이프라인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후 자연적이며 신비로운 형태감과 점토의 물성에 우연한 효과를 결합시켜 점차 발전시킨 작품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은 크게 ‘Dig in the ground’와 ‘Tropic movements’ 두 갈래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로 작가는 ‘Dig in the ground’ 시리즈를 통해 점토의 생명성과 잠재성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손으로 점토를 누르거나 깊은 곳을 들어내서 표면을 부풀리는 등 원초적인 행위를 통한 결과를 정사각형 타일에 담아내었다. 점토가 스스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며 유기적으로 변형하는 과정을 통해 재료 혹은 물성에 대한 연구를 알 수 있다.
식물이 중력, 빛, 온도, 그리고 습도 등 외부적 요인에 반응하며 나타나는 생장 운동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담고 있는 ‘Tropic movements’ 시리즈에서는 자연적인 표현에 더욱 집중하였다. 작가는 각 부위별 생장률에 따라 다르게 굴곡진 식물의 현상들에 영감을 얻어 채 굳지않은 점토판을 위로 세워가면서 작품을 제작하였다. 중력에 의해 구부러짐과 일그러지는 과정 안에서 독립적인 자신만의 형태를 갖게 된 스툴작업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나무 기둥 또는 인체를 연상시킨다. 유기적이며 즉흥적인 운동의 결과가 흔적과 과정의 상처로 남게 되며 때로는 작가 삶의 단편과 열망을 표상한다.

박지원의 작품은 작가에게 의존하여 완결지어지는 형태가 아닌 비결정적 작업방식을 향해 나아간다.
작가가 인용하는 매체의 자유로운 성질과 탐구하는 예측불가능성은 물성이 작가의 본능적인 인식 작용에 갇히지 않고 열려있는 주체로서 독립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작가와 물성은 자유롭게 교차하고 합일(合一)되며 변화와 관계를 쌓아가며 그로써 하여금 작품 안에 머무는 움직임과 감각은 세계 속에 있는 나 자체임과 동시에 독립적인 타자가 되는 것이다.
점토(clay body)는 작가가 마주하는 또 하나의 몸이다. 현대무용을 접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는 신체와 물성이 맞닿아 발생하는 접촉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응용해 직관적으로 점토에 접목 시켰다. 유연하면서도 때론 구체적인 성질을 동반하는 점토는 성형, 건조, 소성 등의 과정을 거쳐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하나가 됨을 반복한다. 그 위를 덮고 있는 여러 겹의 유약 또한 점토의 예측불허한 성격을 연장시킨다. 일련의 과정으로 따라 물성의 경계에서 멀어진 점토는 개별적인 존재로서 떨어져 나와 작가와 호흡하고 소통한다.

“움직인다. 만난다. 생성된다. 변형된다. 세계의 사물들은 흘러왔고 흘러갈 순간들로 존재한다.
나 또한 그러한 세계 속에 포함된 주체이자 타자로서 존재하는 사물이다. 나를 포함한 모든 사물들이 운동한다. 그 운동 속에서 순간을 포착한다. 순간들은 계속해서 반복된다.” <작가 노트 중>

공대를 졸업해 회사를 다녔던 작가는 삶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해답을 얻기 위해 우연히 어머니의 도예 교실을 따라갔다가 지금까지 전업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 계기를 기점으로 미술로 전향한 작가의 운명은 우발적인 효과에 기대는 작품의 형태와 맞닿아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삶뿐만 아니라 물성의 다양성과 잠재성을 능동적으로 찾아 나가는 작가의 태도에 동질감을 느껴보길 바란다.


 ■ 작가 소개
 
박지원 (b.1988)
· 2020 카디프 메트로폴리탄 대학교 Ceramics 석사
· 2018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도자예술학과 석사
· 2013 서강대학교 공과대학 화공생명공학과 학사
 
개인전
2022 long-moment, HPIX 도산, 서울
2022 Becoming, 용인문화예술원, 용인
        (용인 특례시, 용인문화재단 후원, 2022 유망문화예술가_청년부문 선정)
2021 Bodily moments | 사물의 단면, 갤러리 밈, 서울

단체전
2022 유나이티드 프로젝트2022, 유나이티드 갤러리, 서울
2021 공예트렌드페어 2021 창작공방관, 코엑스 C홀, 서울
2021 신진작가 공모 그룹전시 SEEA2021, 한가람미술관, 서울
2021 Abstract Mind 2021, CICA Museum, 김포
2019 End, And, 갤러리 너트, 서울
▲ tropic movements, 33x35x53(h)cm, glazed stoneware, 2022
▲ dig in the ground_new rhythm, 각 20x20cm, ceramic, 2022
▲ chair body_merging, 59x38x52(h)cm, glazed stoneware, 2020
▲ tropic movements, 35x35x63(h)cm, glazed stoneware,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