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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The Modern and Contemporary Korean Writing

  • 작가

  •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 주소

    서울 중구 세종대로 99 (정동) 덕수궁내

  • 기간

    2020-04-01 ~ 2020-07-26

  • 시간

    9:00 ~ 9:00

  • 연락처

    02-2022-0600

  • 홈페이지

    http://www.mmca.go.kr/

  • 초대일시

  • 관람료

갤러리 가기
2020년 5월 6일부터 ‘온라인 사전 예약제’로 부분 재개관합니다.
화요일~일요일(월요일 휴관), 10:00 ~ 18:00



사상 처음으로 신규 개막 전시 온라인 선공개
- 90분 분량의 학예사 전시투어 3월 30일(월) 오후 4시 녹화 중계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개관 이래 최초의 서예 단독 기획전이자 올해 첫 신규 전시인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을 유튜브 채널(youtube.com/MMCA Korea)을 통해 3월 30일(월) 오후 4시 먼저 공개한다.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은 한국 근현대 미술에서 서예가 담당하고 있는 역할과 의미가 무엇인지 모색하기 위한 전시이다. 전통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서書’가 근대 이후 선전과 국전을 거치며 현대성을 띤 서예로 다양하게 진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해방 후 왕성한 활동을 펼쳤던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 12인의 작품을 비롯하여 2000년대 전후 나타난 현대서예와 디자인서예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는 서예의 양상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특히, 서예와 다른 미술 장르와의 관계를 풀어내며 미술관에서 ‘서書’가 전시되는 의미를 전달한다. 서예, 전각, 회화, 조각, 도자, 미디어 아트, 인쇄매체 등 작품 300여 점, 자료 7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서예를 그리다 그림을 쓰다’, ‘글씨가 곧 그 사람이다: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들’, ‘다시, 서예: 현대서예의 실험과 파격’, ‘디자인을 입다 일상을 품다’ 4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1부 “서예를 그리다 그림을 쓰다”에서는 서예가 회화나 조각 등 다른 장르의 미술에 미친 영향들을 살펴봄으로써 미술관에서 ‘서書’를 조명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서예가 또 다른 형태의 미술임을 말하고자 한다. 1부에서는 3개의 소주제로 나눠 현대미술과 서예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살펴본다. 첫 번째 <시詩·서書·화畵>에서는 전통의 시화일률詩畫一律 개념을 계승했던 근현대 화가들이 신문인화新文人畵를 창출하고, 시화전의 유행을 이끌어 갔던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문자추상>에서는 서예의 결구結構와 장법章法을 기반으로 구축된 문자적 요소가 각각의 화면 안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표출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서체추상>에서는 서예의 모필毛筆이 갖고 있는 선질線質과 지속완급, 리듬, 기氣 등 재료의 특질들이 실제 작품에서 어떻게 발현,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2부 “글씨가 그 사람이다: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들”에서는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 12인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통서예에서 변화된 근대 이후의 서예에 나타난 근대성과 전환점, 서예 문화의 변화 양상 등을 살펴본다. 12인의 작가는 근현대 한국 서예를 대표하는 인물들로서 대부분 오체五體(전篆·예隷·해楷·행行·초草)에 능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등 사회·문화예술의 격동기를 거치며 ‘서예의 현대화’에 앞장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확립한 인물들이다. 각자 자신이 살아온 행보와 성정을 반영하여 자신만의 특장을 서예로 발휘해 온 이들의 작품을 통해서 글씨가 그 사람임을 알 수 있다.
 
3부 “다시, 서예: 현대서예의 실험과 파격”에서는 2부의 국전 1세대들에게서 서예 교육을 받았던 2세대들의 작품을 통해 그 다음 세대에서 일어난 현대서예의 새로운 창신과 실험을 살펴본다. 서예의 다양화와 개성화가 시작된 현대 서단에서 서예의 확장성과 예술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다시, 서예”에 주목한다. 전문가 15인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세 가지 기준, ‘전통의 계승과 재해석’, ‘서예의 창신과 파격’, ‘한글서예의 예술화’에 따라 선정된 작가와 작품을 선보인다. 전통서예가 문장과 서예의 일체를 기본으로 하는 반면, 현대서예는 문장의 내용이나 문자의 가독성보다는 서예적 이미지에 집중함으로써 ‘읽는 서예’가 아닌 ‘보는 서예’로서의 기능을 더 중시한다. 이는 오늘날 현대미술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타 장르와 소통하고 융합하는 순수예술로서의 서예를 보여준다.
 
4부 “디자인을 입다 일상을 품다”는 디자인을 입은 서예의 다양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며 일상에서의 서예 문화, 현대 사회속의 문자에 주목한다. ‘손 글씨를 이용하여 구현하는 감성적인 시각예술’로 최근 대중들에게까지 각인되며 일면 서예 영역의 확장이라 일컫는 캘리그래피(Calligraphy)와 가독성을 높이거나 보기 좋게 디자인한 문자를 일컫는 타이포그래피(typography)는 실용성과 예술성을 내포하며 상용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선별된 작품들은 서예의 다양한 역할과 범주, 그리고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최초로 공개되는 유튜브 학예사 전시투어는 전시를 기획한 배원정 학예연구사의 실감나는 설명과 생생한 전시장을 담은 녹화 중계로 3월 30일(월) 오후 4시부터 약 90분간 진행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서예 교과서를 만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준비한 전시이다. 중국의 서법書法, 일본의 서도書道와 달리 예술성을 높게 평가한 한국의 서예書藝가 본격적으로 재조명되어 문자예술의 풍요롭고 화려한 새로운 시대의 전개를 보여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미술관 직접 방문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온라인 중계를 통해 만나는 서예전이 새로운 희망과 위로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작 가>
강병인, 고봉주, 권창륜, 김규진, 김기승, 김기창, 김돈희, 김용준, 김응현, 김종건, 김종영, 김창열, 김충현, 김태석, 김환기, 남관, 박대성, 박원규, 배길기, 서병오, 서세옥, 서희환, 석도륜, 손재형, 송성용, 안상수, 여태명, 오세창, 오수환, 유희강, 이강소, 이기우, 이돈흥, 이상현, 이우환, 이응로, 이일구, 이철경, 이한복, 장우성, 정진열, 최만린, 최민렬, 현중화, 하승연, 황석봉, 황인기, 황창배 (총 48명, 가나다 순)

<전시작품/자료>
서예, 전각, 회화, 도자, 조각, 미디어 아트 등 작품 300여 점, 자료 70여 점
 

□ 전시 주제별 주요 작품 내용 및 이미지
 
1. 서예를 그리다 그림을 쓰다

시詩·서書·화畵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畵, 畵中有詩)”는 시서화詩書畵 일치一致 사상은 서양과 일본의 미술이 유입되어 다채롭게 전개돼 왔던 근대에도 우리에게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보편적 예술관이었다. 여기서 서書는 시를 쓸 때나 그림을 그릴 때에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글씨이자, 그림이었다.
 
일본화풍의 청산과 새로운 민족미술을 수립하려는 의지가 팽배했던 시기, 해방 이전 유행했던 면面적이고 섬세한 채색화풍은 보다 간결하며 필선의 리듬감을 살린 수묵 선묘線描로 대체되어 나갔다. 점차 서예적 필선은 그림의 핵심 요소로 등장하며, 시가 그림과 결합되는 형식은 다시 유행하기 시작해 50년대 이후 수많은 시화전詩畫展이 열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전시실에서는 해방 이후 화가들이 전통의 글씨와 그림은 같다는 서화동원書畫同源과 시화일률詩畫一律의 개념을 어떠한 방식으로 계승하고 재해석해 나갔는지를 감상할 수 있다.
 


김환기, <항아리와 시>, 1954, 캔버스에 유채, 80.9×115.7cm, 개인소장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수화樹話 김환기金煥基(1913-1974)는 한국 추상미술의 가장 앞선 세대에 속하는 작가이다. 1933년 일본 니혼대학 예술학원 미술부에 입학하여 연구과를 마칠 때까지 일본에서 전위적인 화가들과 교류하며 서양의 새로운 미술을 실험했다. 그는 서양미술 수용의 초기단계에서부터 동양과 조선의 전통 예술에 대한 강한 자의식을 지니고 추상미술을 대했다.
이 작품은 문인화의 시서화일치 사상을 수묵이 아닌 유채油彩를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또 제발을 한문이 아닌 한글로 써서 문인화를 현대적으로 변모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둥그런 달항아리와 흐드러지게 핀 하얀 매화, 단정하게 쓰인 제발이 어우러지며 화면에 운치를 더한다. 검붉은 가지들, 마치 나비인 듯 구름인 듯 날아다니는 색들이 화면에 강한 장식성을 부여해주며 김환기 특유의 미감이 담겨있는 현대적 문인화가 완성됐다.


문자추상
 
서예적 추상은 조형성에서 크게 서체추상과 문자추상으로 구분된다. 서체추상이 빠른 붓놀림에 의해 화면 전반을 가득 메운 선들의 향연饗宴이라면, 문자추상은 힘 있는 붓놀림으로 구축된 견고한 선이 화면의 무게중심을 잡고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문자추상은 평평한 땅에 마치 뿌리박은 듯이 놓인 비석처럼 구축적이고 정적이다. 획은 각기 근육과 뼈대가 두툼하고 강하며 획들로 구성된 대상은 회화적인 서체추상에 비해 문자의 형상形像이 명료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1960년대 이후 서체를 추상회화의 요소로 활용하는 서양의 제작 방식을 수용한 이응노와 남관 등은 서예의 결구結構, 장법章法을 기반으로 한 문자추상을 완성했다. 특히 이응노는 먹으로 그릴 때뿐만 아니라 콜라주로 문자추상을 제작할 때에도 마치 서예를 쓰듯이 리듬감을 살려 만들었다. 문자추상은 각기 의미가 있는 필선들이 모여 완성된 글씨, 그리고 이를 솔직한 심회心懷의 표현으로 봤던 전통 서예의 현대적 예술표현으로 볼 수 있다.
 
 

남관, <흑과 백의 율동>, 1981, 패널에 유채, 121.5×244.5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서체추상
 
서체추상(Calligraphic Abstraction)은 서예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한 추상미술을 일컫는다. 연구자들은 서체추상과 관련해 서예추상, 서체적 추상, 서예적 필체 추상, 필묵추상, 필치추상, 필체추상 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논의하고 있는데, 아직 정확하게 정립된 바는 없다.
1950년대 한국 화단은 프랑스의 앵포르멜,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를 수용하며 본격적인 ‘현대미술’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서체추상은 프랑스의 평론가 미셸 쇠포르(Michel Seuphor, 1901-1999)가 1957년에 발표한 『추상미술사전』에서 일본의 전위서前衛書를 염두에 두고 쓴 '서체적 예술'이 발전한 개념이다. 본래 미국과 유럽에서 'calligraphic abstraction'으로 불러온 용어를 그대로 번역해 사용한 것으로 현재는 동서양 글씨의 획처럼 보이는 선이 주된 표현방식으로 구사된 추상회화 전반을 가리킨다. 이응노의 작품을 필두로 1950년대 중반 이후의 한국 동양화단은 서체추상을 시서화詩書畵 전통과 결부시키며 서예적인 필선으로 이해하고 소화해 냈다.
이 전시실에서는 1950년대 중반 이후 이응노를 필두로 한 미술가들이 서양의 서체추상을 전통 서화書畵의 개념으로 수용하여 다양한 양식의 회화, 조각으로 제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2. 글씨가 그 사람이다: 한국 근현대 서예가 1세대들


소전 손재형, <이충무공시>, 1954, 종이에 먹, 121×58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충무공은 1545년 음력 3월 8일 자시子時에 서울 건천동乾川洞(중구 인현동)에서 태어나 1598년 음력 10월 18일 사경四更에 노량해전에서 서거했다. 소전 손재형이 이 시를 쓴 날이 1954년 음력 3월 7일이므로 충무공 제355회 생신제生辰祭를 맞이하여 추념한 글씨이다. 빠르고 힘찬 필력으로 자형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키고 행서 기미와 마른 갈필을 더해 동세動勢를 드러낸 52세 중년의 득의작이다.
 
誓海魚龍動 盟山草木知
甲午之春三月初七日 錄李忠武公詩 素荃孫在馨
바다에 서약하니 물고기와 용이 꿈틀대고, 산에 맹약하니 풀과 나무가 알아주네.
갑오년(1954) 봄 3월 초7일 이충무공의 시를 적음. 소전 손재형

 

석봉 고봉주, <진한유법秦漢遺法>, 종이에 먹, 116×28.7cm, 개인소장

秦漢遺法
진나라와 한나라의 유법
 
戊午春之月上浣 石峯幷題
무오년(1978) 봄 3월에 석봉 아울러 제함



소암 현중화, <취시선>, 1976, 종이에 먹, 194×430cm, 소암기념관 소장

<취시선>은 행초行草 작품이다. 서귀포에 있는 음식점 국일관에서 새로 도배된 벽을 보고 여기에 글씨를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취흥에 지인들에게 먹을 갈게 해 벽에 <취시선醉是僊>을 썼다. 후에 작품이 망가질 것을 염려해 변성근이 가게 주인과 협의해 도배지를 떼어내 배접했고, 변성근이 가지고 있다가 현재는 소암기념관에 소장돼 있다.
<취시선>을 보면 글자 속에 한 마리 학이 춤을 추는 듯 가늘고 긴 것 같으면서도 그 강인한 힘이 마치 전통무예 택견을 보는 듯하다. 택견은 언뜻 보기에는 춤을 추는 듯 유연해 보이나 순간의 절도와 타격을 가하면서도 결코 중심을 잃지 않는다. <취시선>은 정내교鄭來僑(1681-1757)가 『김명국전金明國傳』에서 말한 ‘욕취미취지간欲醉未醉之間’의 경계境界를 보여준다. 술이 너무 취하면 그릴 수 없고, 또 술을 마시지 않으면 그리지 않는다는 것으로 취하지 않은 적절한 상태에서 명작이 나온다. 김명국을 두고 한 말이지만 소암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醉是僲 취하면 곧 신선이라.
丙辰春節 素菴書
병진년(1976) 봄날 소암이 쓰다.



원곡 김기승, <로마서 12장 9-12절 「사랑엔 거짓이 없나니」>, 1975, 종이에 먹, 253×64×(2)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 작품은 김기승이 67세 때 중국어로 된 성경 ‘로마서 12장’의 성경문구를 한글로 풀어서 완숙된 원곡체로 쓴 2m 높이의 대형작품이다.
문장 중 ‘愛當無僞惡當惡善…’으로 시작되는 중국어 한자 문장을 양측 첫줄과 끝줄에 본문 보다 작은 글씨로 쓰고, 본문 격인 한글 문장을 세로방향의 3행씩 배행하되 문자의 대소 조화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찬 필력으로 썼다.
특유의 한글 서체로 굵고 힘찬 서체의 큰 글자와 가늘고 연한 서체의 작은 글자가 교대로 조화를 이루게 배자하였다. 각 문자의 수직방향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배열형식을 취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특히 각 문자의 세로획, 가로획, 사향획의 처음 부분을 가늘게 표현한 원곡 서체의 특징은 다른 서예가들이 쓴 작품의 서체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김기승 특유의 창작 서체라고 할 수 있다.
 
愛當無僞 惡當惡 善當親 … 中略 … 有望當喜 有難當忍 祈禱當以恒心


검여 유희강, <나무아미타불-완당정게阮堂靜偈>, 1965, 종이에 먹, 64×43cm, 성균관대학교박물관 소장
 
유희강이 즐겨 쓴 재호齋號는 소완재蘇阮齋인데, 이는 소식蘇軾과 완당阮堂을 흠모해서 붙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 작품에는 시대를 초월한 스승 완당의 자취를 밟고자 하는 유희강의 서예정신이 담겨있다. 우수서가 완숙할 경지에 들었을 때의 작품이다. 완당이 초의선사草衣禪師에게 써준 정게靜偈를 재창조한 이 작품은 정중앙을 종으로 흐르는 원추형 꼴의 탑신모양을 북조 서풍이 묻어나는 예서체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로 추상화하고 양 옆으로 빼곡히 완당의 시를 장식했다. 검여 유희강 특유의 회화성이 묻어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강암 송성용, <석죽도-풍지로엽무진구風枝露葉無塵垢>, 1989, 종이에 먹, 119×240cm, 개인소장
 
전형적인 강암의 석죽도石竹圖이다. 맑고 우직하게 뻗은 대나무 줄기에는 선비의 강인한 기상이 서려있고, 청신淸新한 잎사귀와 그 사이에 배치된 험절한 괴석怪石은 문인화의 운치를 더해준다. 화제 글씨는 행초서로 서사했는데, 일반적인 서예 작품의 행초서와 달리 바람에 흩날리는 푸른 댓잎과 구불구불한 가치처럼 필세의 흐름과 조형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그림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상단의 화제畵題는 대나무竹에 관한 7언 절구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배치했고, 작품을 완성한 후 좌측 하단에는 마치 기암괴석이 삐죽삐죽 솟아있는 듯 당나라 주방朱放의 시를 더하여 독특한 화면의 흐름과 구도를 형성했다. 전체적으로 농담濃淡·질삽疾澁·소밀疏密의 대비가 뚜렷하여 입체적 공간감이 두드러지며, 대나무·괴석·화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시·서·화의 혼연일체를 엿볼 수 있다. 특히 하단의 화제는 작품을 완성한 후 좌에서 우로 화제를 쓰는 파격적인 장법을 구사하여 전체적인 화폭의 균형을 맞추었다.



갈물 이철경, <한용운의 님의 침묵>, 1983, 종이에 먹, 119×49cm, 갈물한글서회 소장
 
받침 ‘ㄹ’과 ‘ㅁ’을 정자로 쓴 반흘림체 작품이다. 강한 필력과 순수한 정연미로 궁체 흘림의 미적 가치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빳빳하여 강직한 지조와 숙연함이 느껴지며, 갈물 선생의 야무지고 단정한 모습을 보는듯하다.
갈물의 정자체는 여백과 공간을 구조적 원리에서 처리하여 균형과 조화의 아름다움을 살린 궁체의 전아한 결구와 미묘한 필치를 구현해 내었다. 그리고 1980년 이후에는 정자를 바탕으로 한 궁체 흘림의 전형을 모색하게 된다. 이 작품은 그러한 흘림이 잘 구현된 대표적 작품이다. 갈물의 말처럼 청청히 흐르는 창해滄海의 위엄이 느껴진다.



일중 김충현, <정읍사井邑詞>, 1962, 종이에 먹, 136×63.5cm,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정읍사>는 일중의 국한문혼용작품의 대표작이다. 다양한 서체를 혼용하여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서예작품의 형식을 탄생시켰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다양한 종류의 서체의 결합이다. 6종(한글고체, 한글흘림, 전서, 예서, 해서, 행서)이나 되는 서체가 한 공간에서 만나 대大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성질을 지닌 다양한 서체가 모여 전체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예는 국내외 서예사를 통틀어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많은 서체 중에서 주도적인 서체는 한글고체다. <정읍사>는 한글 고체가 새로운 서체로 자리잡는 절대적인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철농 이기우, <장생안락 부귀존영長生安樂 富貴尊榮>, 33×75cm, 종이에 파라핀과 먹, 황창배미술관 소장

인간이 살아가며 바라는 소망을 여덟 글자로 요약한 작품이다. 흰 화선지에 파라핀으로 글씨를 쓰고 그 위에 먹을 칠하여 완성했다. 흑과 백의 전환으로 마치 탁본을 대하는 착각을 느끼게 한다. 파라핀의 번짐으로 와당瓦當의 탁본이나 전각의 칼 맛이 느껴지는 독특한 효과가 있다. 행간에 자연스러운 계선界線을 쳤으며, 인장 부분을 미리 계산하여 흰 부분으로 처리한 뒤 그 위에 붉은 인장을 찍어 완성했다. 인장은 오른쪽 상단으로부터 ‘금시작비今是昨非’ ‘철농묵경鐵農墨耕’ ‘이씨기우李氏基雨’ ‘철농둔부鐵農遁夫’를 찍었는데, 전체 화면의 생동감과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長生安樂 富貴尊榮
오래 살고 편안히 즐기며,
부귀롭고 높은 자리에 올라 영화로우라.
鐵農山人 철농산인
 

평보 서희환, <높이 올라 멀리 보라>, 1978, 종이에 먹, 84×64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1978년에 쓴 이 작품에는 1970년대 초반까지 남아 있던 소전풍 국문전서의 잔흔이 사라지고 필에 금석기와 아울러 작가가 강조했던 이른바 '질김의 질감'이 뚜렷이 드러나 있다. 자형은 세로길이가 긴 장방형을 유지하면서 무리한 곡선 획을 배제하고 초성, 종성 혹은 특정 필획을 강조하는 한편 개성적인 장법을 과감하게 시도함으로써 현대인들이 향수享受할 수 있는 조형질서를 탐색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가 필획 자형 장법 등에 뚜렷이 드러나 다소 작위적인 느낌을 준다.


 
3. 다시, 서예: 현대서예의 실험과 파격
 

포헌 황석봉, <선상에서 1, 2>, 2018, 캔버스에 혼합먹, 130×97×(2)cm, 개인소장

일필휘지一筆揮之를 통해 필묵이 가지고 있는 기氣의 시간적 흐름과 공간의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모든 현란함을 덜어내고 순수한 붓과 먹의 퍼포먼스로써 서예의 획이 지닌 원초적 생명력과 예측불허의 다양한 조형 및 역동적인 필세 등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효봉 여태명, <천天·지地·인人>, 1999, 종이에 먹, 아크릴릭, 108×75cm, 개인소장
 
하늘과 땅과 그 사이를 잇는 인간의 형상을 한자가 아닌 상징적인 부호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필획 그 자체가 이미 작가의 심상과 사고를 표현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수많은 글자로 표현하지 못하는 서예의 상징적 요소를 추상적으로 극대화시켰다. 현대서예가 ‘읽는 서예’에서 ‘보는 서예’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예이다.



4. 디자인을 입다 일상을 품다
 

 
김종건, <봄날>, 2020, 인쇄용지에 붓펜, 50x200cm
 
노래: 방탄소년단
작사/작곡: 방시혁, Pdogg, RM, 슈가, ADORA, ArlissaRuppert, Peter Ib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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