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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내밀한 창작 전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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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완결한 명작들이 고귀하게 여겨지지만 암호와 같은 도식과 드로잉이 빼곡히 얽힌 제작(실험) 노트는 무엇보다 작품의 완성도 여부를 논하기 무색할 정도로 감성과 지성이 응집된 훌륭한 교본으로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은 그가 이전 작업의 맥락에서 일탈하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운 작품이었지만, 당대 냉담한 반응에 둘둘 말려 벽장 안에 박혀 있다가 9년 후 공개된 작업이다. 이들은 관객을 만나기 위해 말끔하게 채비를 마친 작품과는 다른, 작가의 열정과 열의 그리고 치열했던 자신들의 내밀한 고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날것으로 기록된 작업들이라 볼 수 있다. (예술)창작자야말로 시공간을 자신의 관념과 언어로 해석하고 창출해내는 감각 있는 과학자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또 보이는 것을 감쪽같이 숨겨버려 눈과 마음을 현혹하거나 매료시키는 마술사이기도 하며, 거대하고 묵직한 담론을 유머로 풀어버리거나 소소한 일상에서 반짝이는 삶의 통찰을 발굴하여 망각하고 퇴화한 감각마저 일깨워주거나 깨치게 하는 익살스러운? 철학자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그토록 이들을 따라다니는 영감, 창의성, 발상 등 반짝이는 생각과 전개되는 과정을 차근차근 날것으로 펼쳐내어 보고자 이번 ‘그들의 내밀한 창작 전개도’ 전시를 기획하였다. 
 
김호석 작가의 작업은 덩그러니 놓여 있는 새침한 정물화에서, 비워진 공간의 무게까지 묵직하게 더해진 인물화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이가 오히려 작품 속 대상에게 마음을 들켜 버린 듯 수만 가지 감정이 대상의 표정으로 읽혀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업들은 그간 작업해 온 작업들 중 통렬한 날 것을 선정했다.

세상에 보이는 사소하거나 익숙한 것들이 진지하게 해체·분석되어 생뚱한 의미로 재생되는 작가 배종헌의 작품들에서 그의 엄중한 연구자적 태도는 관객을 당황스럽게 한다. 벽에 균열에서 자연의 빼어난 경관을 읽어내는 그의 작가적 시선은 신기하고 기발하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단순하고 건조하고 거칠어지는지를 회고하게 하는 작업이며 작가의 진중함이 빼곡한 스케치에 보인다.

작가 자신의 몸을 붓으로 그만의 특유한 퍼포먼스를 구상하며 작업을 진행해 온 송동옥 작가의 작업은 흐르는 시간대로 어느 한순간도 같을 수 없는 생각과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같은 단어를 기약 없이 수행하듯 쓴 각기 다른 형상의 작업들은 그래서 오히려 습작이 아닌 시간이 흐르면서 제쳐두었던 작업이 실은 진짜인 것이 있다.

영상 설치 작업을 진행해 온 유비호 작가의 작업 궤도에서 이미지 사유의 흔적과 그 전개를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다. 우리 인식 안에 있는 시공간의 개념이 아닌 경험하지 못한, 감각으로는 인지할 수 없는 작가의 직관으로 스케치된 작업들은 그가 집중하고 있는 작업 관념을 좀 더 가공되지 않은 날것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보인다.

육근병 작가의 드로잉 작품은 주로 영상설치 작업과 관련해 작업 전후 세밀하게 계산된 제작 노트이자 기록이며 내면에서 치열하게 사고한 흔적이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연구해 온 역사와 그 소명에서 발상한 개념이 스케치 된 드로잉 작품은 향후 그의 작업을 풀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이기도 하다.

물리적인 경험적 공간을 작가의 시선으로 유연하게 해체·재배치함으로 색다른 의미를 창출시키는 작업을 진행해 온 이수진 작가의 이번 작업은 그가 뻗은 심리적 공간의 거리는 훨씬 더 멀어진 바다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호일 판에 새겨진 음각 드로잉의 바다세계는 초월적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리와 긴밀해야 하는 (경험적)거리에 대한 실마리와 가능성을 제시한다.

암묵적으로 동의한 우리 안에서 보편적인 가치들을 상충 시켜 작가는 인위적 불일치를 만드는 데 낯선 불편함이 꿈틀댄다. 특유한 부드러운 시선으로 연출하는 이원호 작가의 영상작업들은 오히려 그 부드러움이 불협의 마음을 무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의 암시적 단어에서도 제시하듯, 이번 전시에서의 작업은 작가의 예민한 불편함이 서정적으로 연출되어 채워져야 하는 간극을 우리의 몫으로 남기고 있다. 

시각예술의 범주가 무한 확장된다는 긍정적 시선과 더불어 여러 상황 등에 의해 예술이 해체·붕괴되고 있다는 자조적 분위기가 무겁게 엄습하는 지금의 시각예술 상황에서, 이번 ‘그들의 내밀한 창작 전개도’ 전시에서 심도 있게 근간을 지키며 묵묵히 자신의 언어로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창작자들의 내밀한 창작의 기저가 읽혀지길 바란다. 또한 보이는 거시적 세계에 대한, 보이지 않고 경험하지 않은 미시적 세계에 대한, 무한한 창작자들의 호기심과 열정은 기폭 되어 더욱 확장되어 나가려는 발아의 작업들이 이번 전시에서 경험되어지길 바라며, 작가들이 내어 준 힌트인 암시-적 단어-들과 노트로 그들의 내밀한 창작 전개의 과정을 쫓는 것도 흥미로운 과정일 것이다. 말끔하게 차려입고 손님을 기다리는 예의 바른 정중한 작품들 이면에 작가들의 일련의 작업 과정 중 임의의 한 지점을 과감하게 베어낸 듯-처절한 삶 속에서도 생기발랄한 위트가 있고 냉소적인 비판적 시각 속에서도 깊은 인류애가 스민-작가의 생생한 창작의 단면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비춰지기를, 각기 그들만의 방식으로 창작의 전개도를 그리고 꿰맞추고 구축하는 이들의 내밀한 창작 과정을 이번 전시에서 살포시 들춰볼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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