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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뉴욕/미술평론가
  • 작성일2021/07/23 09:39
  • 조회 320
조지 벨로스 ‘이 클럽의 두 회원’, 1909년 (115×160.5㎝,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 미국 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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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벨로스 ‘이 클럽의 두 회원’, 1909년
(115×160.5㎝,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 미국 워싱턴)


이십대 초반의 조지 벨로스는 미술에 뜻을 품고 뉴욕으로 갔다. 20세기 초 뉴욕은 하루가 다르게 팽창하고 있었다. 벨로스는 두텁게 바른 물감, 힘 있는 터치로 번잡한 길거리며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세입자 건물, 이민자 공동체를 묘사했다. 1907~1909년 사이에 그린 세 점의 권투 경기 그림은 그의 대표작인 동시에 뉴욕의 거칠고 어두운 역사를 증언한다. 흑백 복서가 등장하는 ‘이 클럽의 두 회원’은 그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논쟁적인 작품이다.

당시의 권투는 한쪽이 초주검이 될 때까지 두들겨 패는 난폭한 방식이었으며, 시합의 조직과 운영을 둘러싸고 갱단과 도박꾼이 판치는 세계였다. 관중은 돈을 걸고 시합을 즐겼고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소란과 폭동을 일으켰다. 1900년 뉴욕주는 공개된 장소에서 내기 권투 경기를 금지하는 법을 발효했지만, 돈과 짜릿한 쾌감이 걸린 내기 권투가 사라질 리 만무했다. 업자들은 권투 경기를 운동 클럽으로 옮겼다. 클럽은 관중에게 입장료 대신 ‘회비’를 받고, 시합 당일 선수들을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편법을 써서 단속을 피했다. 이 그림의 무대인 ‘샤키 클럽’도 그런 곳이었다. 길 건너편에 살았던 벨로스는 클럽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고 시끌벅적하고 거친 장면을 화폭에 생생히 옮겼다. ‘이 클럽의 두 회원’은 두 복서가 등장할 때 장내 아나운서가 소개하는 말이었다. 벨로스는 이 말을 그림 제목으로 붙여 클럽의 불법적인 영업 방식을 냉소하고 있다.

링에서는 흑백 복서가 격렬하게 맞붙고 있다. 어둠을 배경으로 두 사람의 역동적인 자세가 삼각형 구도를 이룬다. 백인 선수의 얼굴과 가슴은 피로 물들어 있고, 거세게 달려드는 흑인 선수의 팽팽하게 긴장한 몸은 땀으로 번들거린다. 백인 선수는 녹아웃되기 직전인 것 같다. 스케치처럼 세부를 생략한 묘사, 빠르고 거친 터치가 이 장면의 폭력성을 강조한다.

아래쪽에는 시합을 관전하는 구경꾼들이 보인다. 히죽거리는 사람, 고함을 지르는 사람, 입을 헤벌린 채 경기에 몰두하는 사람. 이 그림은 묻는다. 서로 죽자사자 싸우는 권투 선수들이 잔인한가? 아니면 싸움을 붙여 놓고 구경하며 시시덕거리는 사람들이 더 잔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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