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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주의 '화가들의 수다'] 어둠 속에서 일렁이는 희망을 보다 / 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 작성일2020/12/04 09:25
  • 조회 336

<별이 빛나는 밤에>, 고흐, 1889


즐겨보는 영국 드라마 <닥터 후(Doctor WHO)> 시즌5 10회에 고흐가 등장했다. 주인공 일행이 외계인들로부터 고흐를 구하기 위해 18세기로 시간여행을 떠난 것이다. 여기서 고흐는 주인공들과 같이 들판에 누워 그의 시선으로 하늘을 보자고 제안하는데, 평생 어지럼증에 시달렸다고 전해진 고흐의 눈으로 빛의 생생한 흐름을 보여주는 드라마 속 명장면은 바로 <별이 빛나는 밤에>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고흐는 인상주의의 강렬한 효과와 우키요에 속 긴장감이 있는 아름다움을 자기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붓자국을 짧게 끊거나 물결치는 것 같이 물감을 두껍게 바르는 기법을 통해 내면의 열정과 격렬함을 드러낸 것이다.
고흐의 대표작 중 하나인 <별이 빛나는 밤>은 그가 고갱과 다툰 후 자신의 귀를 자르는 소동을 벌인 후 생 레미의 요양원에 있을 때 그린 것이다. 잘 짜여진 구도 속에서 역동적인 힘을 발산하고 있는 작품으로, 그림에 감정을 아낌없이 쏟기 위해 심지어 그는 정물의 형태까지 왜곡시키기도 했는데 이 작품에서도 실제 풍경과는 다소 다른 형태로 작품을 완성했다. 오른쪽의 산은 실제 모습과 다르고, 왼쪽의 사이프러스는 고흐가 임의로 그려 넣은 것이다. 병실 밖에 내다보이는 밤 풍경을 기억과 상상을 결합시켜 자신만의 감정을 담은 셈이다. 요양원에 가기 전에 그린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하고 소재는 비슷하면서도 필치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거의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것과 다른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붓의 힘은 더 강렬해지고 색채 대비도 더욱 돋보인다.

그는 ‘분수에 맞지 않는 삶’을 접고 수도사와 같은 생을 살아야 한다고 동생 테오에게 고백하면서 요양원이나 군대에 가면 마음의 병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늘 아래의 생 레미는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달과 별은 영롱하게 빛난다. 그는 마지막까지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위대한 자연에 기대어 마음의 병까지 치료하고 싶었던 걸까, “별을 보는 것은 언제나 나를 꿈꾸게 한다”면서 “왜 하늘의 빛나는 점들에게는 프랑스 지도의 검은 점처럼 닿을 수 없을까? 우리는 별에 다다르기 위해 죽는다”며 현실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드라마 속 마지막 장면에서는 주인공이 고흐를 위해 현재의 오르세미술관에 데려가고, 큐레이터에게 고흐에 대해 묻는다. 큐레이터는 이렇게 대답한다. “반 고흐는 화가들 중에서도 으뜸입니다. 가장 유명하고 위대하며, 또한 가장 사랑받는 화가일 겁니다. 그의 색채 감각은 매우 뛰어나며, 그의 찢어질 듯한 아픔을 예술로 아름답게 승화시켰죠. 자신의 격정과 아픔을 즐거움과 환희, 거대한 세상으로 표현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고, 앞으로도 그런 작품은 나오지 못할 거라고 봅니다. 프로방스의 평지를 방황하던 이방인이자 야만인이었던 그는 단지 세계 최고의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이 세상 최고의 사람이었음이 분명할 거에요.” 고흐는 이 말을 듣고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린다. 대중들의 고흐에 대한 사랑을 한가득 담아 만든 이 에피소드는 시즌5에서 가장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살아생전엔 그림을 단 한 점밖에 팔지 못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인 대가가 되어 있다는 것을 고흐 자신은 알까?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고흐, 1888~1889


(게재된 글은 백영주의 '세상을 읽어내는 화가들의 수다'에 수록되었으며 저작권은 백영주에게 있고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무단전재를 금합니다.)

백영주의 화가들의 수다 '반고흐, 별이 빛나는 밤' 동영상 보러가기 =>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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