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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주의 '화가들의 수다'] 발레리나의 비하인드 스토리 들춰보기 / 드가_출연 대기 중인 무용수들
  • 작성일2020/12/30 15:19
  • 조회 408
발레리나의 비하인드 스토리 들춰보기
출연 대기 중인 무용수들, 드가
 


드가, <출연 대기 중인 무용수들>, 1878~1880

남들 앞에 서게 될 때 가장 떨리는 순간은 언제일까? 막상 앞에서 뭔가를 발표하거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때는 ‘눈앞이 하얗다’는 말처럼 정작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직전’, 앞으로 나서기 전 기다리는 순간이 가장 떨린다.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그 시간을, 드가는 화려한 무대 뒤 무용수들에게서 포착해 냈다.
 
드가는 부유한 은행가 집안의 장남으로 파리 출생이다. 처음에는 가업을 잇기 위해 법학을 배웠으나, 화가가 되기 위해 1855년 미술학교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앵그르의 제자 라모트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앵그르에게도 직접 지도받아 신고전주의의 영향을 받았다. 1856년에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르네상스 작품에 심취하였다. 이 무렵부터 거의 10년간은 오로지 역사화가로서 고전 연구에 힘을 기울였다. 그 후 자연주의 문학이나 마네의 작품에 이끌려, 근대생활을 대상으로 하는 작품을 제작했다. 1874년부터 1886년까지 인상파전에 7회 출품·협력하였으나 그 후로는 독자적인 길을 걸었다.
고전주의의 영향을 받은 날카로운 관찰을 통한 데생과 사물 형태의 윤곽을 명확히 그려내는 것, 강한 명암과 채도 대비가 그의 특징이다. 아버지의 죽음과 동생의 파산으로 유산의 대부분을 잃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1870년대 후반부터 발레리나들을 그려 수입을 얻었다.
드가는 발레리노를 그린 적이 없다. 남녀가 함께하는 예술 장르가 아닌 여성 발레리나 그 자체에만 주로 관심을 가졌으며 발레 무대보다는 무대 뒤, 즉 리허설이나 공연 직후의 ‘인간적인’ 모습을 더 자주 그렸다. 가장 유명한 발레리나 그림 중 하나인 <스타>가 이례적으로 공연의 절정을 묘사했다.
당시 파리 발레 스쿨의 발레리나는 대부분 가난한 노동자 가정 출신의 10대 소녀들이었다. 한 발레리나가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으며 마음껏 발레 동작을 선보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름 없는 소녀들이 연습실과 무대 뒤를 오갔을까? 드가의 <발레 학교>, <연습실의 세 무용수>를 거쳐 <출연 대기 중인 무용수들>까지 본다면 나도 모르게 무대 뒤에서 자기 순서만을 기다리며 불안과 초조함, 들뜬 마음이 뒤섞인 소녀들의 표정에 자연스레 이입하게 된다.
그에게 ‘무희의 화가’라는 별명을 붙여준 발레리나 그림들은 드가의 작품들 중 그 가짓수가 제일 많다. 드가는 역사화에서 벗어나 파리의 근대적인 생활에서 주제를 찾게 되자 더욱 그 재능을 꽃피워 정확한 소묘 위에 화려한 색채로 근대적인 감각을 뽐냈다. 인물의 동작을 한 컷에 잡아내 순간적인 포즈를 새로운 각도에서 부분적으로 부각시키는 기법에 강했다.
그는 파스텔이나 판화에도 많은 수작을 남겼을 뿐 아니라, 만년에 시력이 극도로 떨어진 뒤에도 특유의 감각으로 조각에서도 더없는 걸작을 만들어냈다.
 
인물의 동작뿐만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까지도 그림에 담아내었던 드가. 우리는 드가의 작품을 보며 순간 속에 담긴 하나하나의 영원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무대 위에서 기다리는 그 순간만큼은 초조하지만 그때의 설렘은 영원히 남는 것처럼.
 


드가, <연습실의 세 무용수>,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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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가, <발레 학교>, 1834



(게재된 글은 백영주의 '세상을 읽어내는 화가들의 수다'에 수록되었으며 저작권은 백영주에게 있고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무단전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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