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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주의 '화가들의 수다'] 화가의 고요한 일상 / 르누아르_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 작성일2020/12/3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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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서 끊임없이 물장구치는 백조처럼
르누아르_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르누아르, <르그랑 양의 초상화>, 1875
 

<모네에서 피카소까지>전 티켓 한가운데를 장식한 르누아르의 <르그랑 양의 초상>은 언제 봐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봄의 화가라고도 불리는 르누아르. 그래서 요즘 같은 때엔 그의 그림이 더욱 정겹다. 얼마 전 그의 말년을 다룬 영화 <르누아르>도 개봉했었는데, 은은하면서도 밝은 르누아르 그림 특유의 색채를 영화에서도 잘 살렸다.
 

르누아르,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1876  /  르누아르, <샤토에서 뱃놀이를 하는 사람들>, 1879
 

일생을 프랑스의 화려한 일상에 쏟은 것만 같이 밝고 화려한 그림의 대명사가 된 그가 실은 가난한 양복점 아들로 태어났다는 것은 의외다. 가난했기에 르누아르는 13살이 되자마자 공장 도자기에 그림 그리는 일을 시작했는데, 이곳에서 색채를 익힌 것이 그만의 미술세계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무렵부터 화가를 꿈꾸었으며, 아틀리에에 들어가 모네, 세잔, 기요맹 등 젊은 인상파 화가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초기에는 코모, 들라크루아, 쿠르베 등의 영향을 받았고, 한동안 인상파 그룹의 한 사람으로서 눈부시게 빛나는 색채표현이 일품이다.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샤토에서 뱃놀이를 하는 사람들>은 인상파 시대의 대표작이다.
파리의 오르세 박물관에 가면 꼭 봐야 할 그림 중 하나는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다.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이때 파리의 화사하고 약간은 느슨한 흥청망청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녹아드는 느낌마저 든다. 야외의 느낌이 생생한데, 이때부터 르누아르와 인상주의 화가들은 이러한 야외에서 직접 보고 그리는 풍경화인 ‘외광회화’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르누아르, <목욕하는 여인들>, 1887 /  르누아르, <잠든 나부>, 1897
 

르누아르는 1881년에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후, 라파엘로와 폼페이의 벽화에서 영향을 받아 귀국 후 색감과 묘사법이 크게 바뀌었다. 고전적인 경향을 띤 작품들로 <목욕하는 여인들> 등을 그렸으며, 이후 완전히 인상파에서 이탈하여 원색대비가 돋보이는 원숙한 작풍을 확립하였다. 1890년대부터는 꽃·어린이·여성에 천착했으며, 특히 <잠든 나부(裸婦)> 등은 강한 의욕으로 빨강색, 황색을 초록이나 청색 등의 엷은 색채로 떠올리면서 부드럽고 미묘한 이미지를 관능적으로 묘사하곤 하였다.

르누아르는 프랑스 미술의 우아한 전통을 근대에 계승한 뛰어난 색채 화가로서, 1900년에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만년에는 지병인 류머티즘성 관절염 때문에 손가락에 연필을 매고 그리면서도 마지막까지 제작하는 기쁨을 잃지 않았다. 노장의 투혼은 영화 <르누아르>에 고스란히 그려져 있다. 생의 마지막 10년은 조수를 써서 조각상도 남겼다 하니 진정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다 간 것이다.
 
거리의 어둡고 두터운 옷들 속에 간간이 밝고 얇은 옷들이 보인다. 일교차가 커서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것도 초봄 날씨답다. 봄의 따뜻함을 담은 특유의 느낌을 지녔으면서도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발전해 나간 르누아르. 그마저도 봄의 변화무쌍함을 닮았다.




(게재된 글은 백영주의 '세상을 읽어내는 화가들의 수다'에 수록되었으며 저작권은 백영주에게 있고 저작권자의 허락없이 무단전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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