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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의 아침] 코로나 위기가 앞당긴 기회와 도전/이순녀 문화부 선임기자
  • 작성일2020/09/07 09:43
  • 조회 402
이순녀 문화부 선임기자
▲ 이순녀 문화부 선임기자


아침저녁 부는 바람이 표나게 선선하다. 어느새 가을의 초입이다. 지난겨울 느닷없이 들이닥친 코로나19는 봄, 여름을 지나 가을에도 물러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는 목숨을 잃고, 상당수는 생업이 흔들리고, 모두가 일상의 균열에 시달린 고난의 시절이 속절없이 우리 곁을 스쳐갔다. 그리고 코로나와 함께해야 하는 또 다른 계절이 다가왔다.

여러 나라가 유일한 희망인 백신 개발에 전력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4일 “WHO가 추구하는 50% 수준의 효능과 안전성을 확실히 입증한 백신은 아직 없다”면서 내년 중반까지 광범위한 백신 접종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인류의 위험한 동거가 적어도 일년 더 지속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다.

백신이 상용화하기 전까지 기댈 곳은 철저한 방역뿐이다. 정부는 면밀하게 상황을 파악해 방역 단계를 결정하고, 시민은 불편하더라도 공동체 일원으로서 지침을 따라야 한다. 정부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오는 13일까지 한 주 연장한 건 ‘2차 대유행’의 기로에 선 중대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판단이다. 코로나 초기에 세계의 부러움을 샀던 ‘케이 방역’의 신화를 잘못된 판단으로 허무하게 무너뜨릴 수는 없는 일이다.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제와 별개로 인류는 코로나가 앞당긴 뉴노멀(새로운 표준)에 준비 기간도 없이 적응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재택근무, 원격수업, 온라인 전시 등 경제·교육·문화예술 각 분야에서 비대면 디지털로의 전환이 요구됐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언젠가 도달할 줄 알았던 디지털 사회가 하루아침에 뚝딱 펼쳐졌으니 좌충우돌 시행착오가 뒤따르는 건 당연하다.

그런 측면에선 코로나가 우리에게 위기만 던져준 게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가 일찌감치 예측했듯 ‘코로나가 지나가더라도 인류의 삶은 예전과 같을 수 없다’는 전제 아래 모든 일의 불확실성을 가정하고, 그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해졌다.

문화예술계로 범위를 좁히면 전시와 공연 등 대면 관람과 현장성이 중심인 장르가 특히 도전받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미술관과 공연장이 문을 닫더라도 온라인 플랫폼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다각적으로 모색 중이다.

일례로 부산비엔날레는 지난 5일 유튜브로 개막식을 진행하고, 전시감독이 출품작을 일일이 소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광주비엔날레, 서울디지털미디어시티가 올해 행사를 취소하면서 국내 3대 비엔날레 가운데 유일하게 열린 국제미술축제다. 코로나가 재확산되지 않았다면 미술 담당 기자로서 당연히 현장에 갔을 테지만, 이날 나는 집 거실에서 노트북으로 300여명의 랜선 관객들과 개막식을 지켜봤다. 실시간 채팅 글을 보는 재미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움이다. “방구석에서 비엔날레를 보게 되다니”, “현장을 못 봐 아쉽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등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비엔날레전시 패러다임에 대한 호평과 격려가 주를 이뤘다.

문화재청이 지난 3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한 경주 황남동 고분 장신구 발굴 설명회는 2800여명이 동시에 시청했다. 참여가 저조할까 우려했던 문화재청 관계자가 “역사 덕후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며 놀라워할 정도였다. 언론사 취재진의 현장 방문이 제한돼 어쩔 수 없이 택한 실시간 중계에 관심이 쏟아지자 문화재청은 온라인 설명회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언제든 변형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럴 때 물리적 이동이나 접촉은 잠시 멈추더라도 사회·경제 활동과 문화예술이 멈출 일이 없도록 모든 분야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전환되는 시스템을 이번 기회에 깊이 고민하길 기대한다.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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