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침대 왕관’보다 빛나는 내 안의 신성
- 작성일2021/08/0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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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작가 새 연작 ‘달빛 왕관’展
버려진 것들 파편 모아 새 생명 덧입혀권력 상징 향한 의문 인간 내면까지 확장 높고 귀한 이의 머리 위에 있어야 할 왕관이 맨 아래에 놓였다. 둥근 항아리, 뒤집힌 호리병 형태의 조형물이 중심부에 자리했고, 그 위로 가늘고 뾰족한 형상의 상징물을 세웠다. 한눈에 봐도 전복적인 의미를 내포한 3단 구조의 작품들은 이수경 작가가 왕관을 모티브로 작업 한 ‘달빛 왕관’ 연작이다.
깨진 도자기 조각을 이어 붙인 ‘번역된 도자기’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작가의 새로운 연작을 선보이는 개인전 ‘달빛 왕관’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오래되고 버려진 것들의 파편을 모아 새 생명과 의미를 덧입히는 작가관은 이번 연작에서도 오롯이 드러난다. 멀리서 보면 반짝이고 화려하지만 철, 놋쇠, 유리, 진주, 자개, 거울 등 다양한 성질의 재료들이 불길에 녹아내리듯 뒤엉킨 형상은 혼란스런 현대사회를 은유하는 듯 보인다.
출품작 11점 가운데 6점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완성했다. 이수경은 “공교롭게도 왕관을 뜻하는 코로나(corona) 바이러스의 공포 속에서 ‘달빛 왕관’ 연작이 내게 큰 활력이 됐다”며 웃었다. 제목에 대해선 “태양과 왕관이 겉으로 보이는 권위의 상징이라면 달빛은 그 이면에 가려진 것들, 상상의 영역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우리 안에 저마다 신성이 있고, 각자 왕관처럼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다”면서 “전시를 통해 내면의 신성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래된 나무뿌리를 3D 스캔으로 복제해 하얀 병풍의 양옆에 세운 설치작품 ‘천 개의 잎사귀’, 영상 작품 ‘너만 알고 있어’도 만날 수 있다. 오는 9월 26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