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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너머로 내면 파고든 시대의 초상
  • 작성일2021/05/10 16:38
  • 조회 251
 

‘시대의 얼굴-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8월 15일까지 개최
영국 국립초상화박물관 소장품 78점 첫 전시
유화, 사진, 조각, 홀로그램 등 다양한 표현

엘리자베스 1세 초상화. 튜더 가문의 상징인 붉은 장미를 들고, 순수를 의미하는 진주와 불사조 모양의 장신구로 치장해 권력자의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엘리자베스 1세 초상화. 튜더 가문의 상징인 붉은 장미를 들고, 순수를 의미하는 진주와 불사조 모양의 장신구로 치장해 권력자의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초상화는 정지된 한순간을 포착해 인물의 내면까지 보여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꿰뚫는 통찰이 담겨 있다. 자기 과시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때론 감추고 싶은 속내가 은연중 표출되는 게 초상화의 묘미다. 사진이 발명되기 이전 역사 속 인물을 대면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던 초상화가 ‘셀피’(셀프 카메라) 홍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500년을 넘나드는 세기의 초상화가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해외 문화재 특별전시로 개최하는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에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초상화 전문 미술관인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의 소장품 78점을 처음으로 국내에 들여왔다.

1856년 문을 연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은 영국뿐 아니라 세계 역사와 문화에 기여한 인물들의 초상화를 소장하고 있다. 1960년대부터 그림을 넘어 사진까지 범위를 넓혔으며, 백인 상류층 위주에서 다양한 인종과 소수 계층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왕족을 제외하고 사후 10년이 지난 인물의 초상화’라는 원칙도 바꿔 생존 유명인의 초상화도 수집한다. 1991년생인 대중 뮤지션 에드 시런의 초상화가 소장 목록에 포함된 배경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살아 있을 때 제작된 유일한 초상화.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 제1호 소장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살아 있을 때 제작된 유일한 초상화.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 제1호 소장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전시는 ‘명성’, ‘권력’, ‘사랑과 상실’, ‘혁신‘, ‘정체성과 자화상’ 등 5개 주제별로 73명의 작가가 그린 76명의 인생 이야기를 펼친다. 양수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우리가 잘 모르는 인물이라도 초상화를 마주하면서 교감할 수 있도록 책과 음악 등 다양한 아카이브 공간을 함께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인물은 영국이 낳은 최고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다. 셰익스피어 생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일한 회화 형태의 초상화로, 동시대 배우 겸 화가 존 테일러가 그렸다는 기록이 전한다. 예술성보다는 역사적 가치에 주목해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이 맨 처음 소장한 작품이다. 수백년 세월에도 여전히 빛나는 그의 명성을 이 한 장의 그림이 대변한다.

튜더왕조의 마지막 군주 엘리자베스 1세(1533~1603)는 권력과 권위의 표상으로서 자신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초상화를 남겼다. 1575년쯤 나무에 유화로 그린 초상화에서 그는 가문의 상징인 붉은 장미를 들고, 순수를 의미하는 진주와 불사조 모양의 장신구로 치장했다.
패션잡지 ‘보그’ 편집장 애나 윈터. 패션업계 권력자인 그가 처음 초상화 모델을 선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패션잡지 ‘보그’ 편집장 애나 윈터. 패션업계 권력자인 그가 처음 초상화 모델을 선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월드와이드웹(WWW)을 발명한 팀 버너스 리의 초상 조각. 백팩을 멘 일상적인 모습으로 표현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월드와이드웹(WWW)을 발명한 팀 버너스 리의 초상 조각. 백팩을 멘 일상적인 모습으로 표현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절대왕권이 사라진 현대사회에서 권력은 정치 이외에 사회, 문화적인 영향력으로 영역을 넓혀 왔다.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주인공인 패션지 ‘보그’ 편집장 애나 윈터, 월드와이드웹(WWW)을 발명한 팀 버너스 리의 초상은 일상적이고 소박하게 변화한 권력의 이미지를 흥미롭게 보여 준다.

초상화 본질은 무엇보다 정체성의 투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화상은 더 주목할 만하다. 17세기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초상화가 안토니 반다이크는 생전에 많은 자화상을 그렸는데, 한 인간이자 예술가로서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정신을 보여 준다. 데이비드 호크니, 루치안 프로이트의 자화상도 마찬가지로 인상적이다.
17세기 초상화가 안토니 반다이크의 자화상. 화가로는 영국 최초로 유명 인사의 반열에 올랐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17세기 초상화가 안토니 반다이크의 자화상. 화가로는 영국 최초로 유명 인사의 반열에 올랐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작품 가격이 가장 비싼 생존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찰리와 함께 한 자화상’은 실물 크기로 제작한 자화상 연작 중 하나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작품 가격이 가장 비싼 생존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의 ‘찰리와 함께 한 자화상’은 실물 크기로 제작한 자화상 연작 중 하나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라크 출신의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초상은 벽걸이 LCD스크린에서 매순간 색상이 변한다.국립중앙박물관 제공

▲ 이라크 출신의 영국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초상은 벽걸이 LCD스크린에서 매순간 색상이 변한다.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고전적인 유화에서 사진, 조각, 홀로그램, LCD스크린까지 초상화의 다채로운 변화상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크다. 그레이슨 페리의 ‘시간의 지도’(2013)는 작가가 인생에서 겪은 감정과 경험을 성곽 도시의 지도 형태로 그린 그림인데 이를 자화상으로 분류해 전시 마지막에 배치한 점도 이채롭다. 초상화의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전시는 8월 15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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