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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시대 견딘 민족정신 4월 1일, 오늘 깨어난다
  • 작성일2021/04/01 09:39
  • 조회 358

한국 첫 근대미술단체 서화협회 전시회

일제 암흑기에 전통서화를 잇고 후대에 알리려 했던 100년 전 민족 서화가들의 정신이 ‘회-지키고 싶은 것들’ 전에서 다시 발화한다. 심전 안중식의 ‘성재수간’이 자리한 공간에는 가야금 명인 황병기가 작곡한 ‘밤의 소리’가 함께 울려 퍼진다.  예화랑 제공 ▲ 일제 암흑기에 전통서화를 잇고 후대에 알리려 했던 100년 전 민족 서화가들의 정신이 ‘회-지키고 싶은 것들’ 전에서 다시 발화한다. 심전 안중식의 ‘성재수간’이 자리한 공간에는 가야금 명인 황병기가 작곡한 ‘밤의 소리’가 함께 울려 퍼진다.
예화랑 제공
일제강점기였던 1921년 4월 1일 서울 중앙고등보통학교 강당에서 제1회 서화협회전이 열렸다. 1918년 발족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미술단체 서화협회가 우여곡절 끝에 3년 만에 개최한 첫 전시회이자 공공을 대상으로 한 근대적 미술전의 시초였다. 서화협회는 조선의 마지막 어진화사(왕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심전 안중식과 소림 조석진을 비롯해 독립운동가이자 서예가 위창 오세창, 최초의 서양화가 춘곡 고희동 등 13인이 뜻을 모아 창립했다.

첫 서화협회전에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취지에 따라 안평대군,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작품들과 서화협회 회원 및 비회원 작품 등 100여점이 출품됐다. 조선총독부가 주최한 조선미전보다 1년 앞선 새로운 시도에 세간의 관심이 쏟아졌다. “만자천홍(萬紫千紅·온갖 빛깔의 아름다운 꽃)”, “꿈속에 있는 조선 서화계를 깨우는 첫소리”라는 언론 호평이 이어졌고, 전시 사흘간 관람객 2300명이 다녀갔다.

암흑의 시대 속에서도 전통서화의 맥을 잇고, 이를 후대에 계승하고자 애썼던 100년 전 민족 서화가들을 돌아보는 의미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에서 1일 개막하는 ‘회(洄)-지키고 싶은 것들’이다. 서화협회 발기인들과 서화협회에서 그림을 배운 이당 김은호, 소정 변관식 등 서화가들의 작품 38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김방은 예화랑 대표는 “어려운 시기에 서화계의 발전과 후진 양성에 매진했던 서화협회 13인의 열정을 기억하고자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먼저 눈길을 끄는 건 안중식이 1910년대 중엽에 그린 수묵담채 ‘성재수간’(聲在樹間)이다. ‘나뭇잎 사이로 바람소리가 들린다’는 뜻이다. 바람소리에 책읽기를 멈춘 선비의 그림자가 미닫이 문에 비치고, 마당에 나와 선 동자는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담고 있다. 가야금 명인 황병기는 이 그림에 감명받아 1993년 ‘밤의 소리’를 작곡했다. 전시장에 흐르는 가야금 선율이 바로 그 곡이다. 그림과 음악이 한 공간에서 공명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일제 암흑기에 전통서화를 잇고 후대에 알리려 했던 100년 전 민족 서화가들의 정신이 ‘회-지키고 싶은 것들’ 전에서 다시 발화한다. 소봉 나수연, 소호 김응원, 해강 김규진이 나눠 그린 8폭 병풍.  예화랑 제공 ▲ 일제 암흑기에 전통서화를 잇고 후대에 알리려 했던 100년 전 민족 서화가들의 정신이 ‘회-지키고 싶은 것들’ 전에서 다시 발화한다. 소봉 나수연, 소호 김응원, 해강 김규진이 나눠 그린 8폭 병풍.
예화랑 제공
고사(古事)에 등장하는 여덟 마리 준마를 소재 삼은 조석진의 ‘팔준도’는 세필선으로 묘사한 말들의 움직임이 생생하다. 1909년 대한민보에 시사만평 삽화를 연재한 한국 최초의 만화가 관재 이도영이 부채에 그린 선면 산수화 ‘도원문진’은 이상향을 묘사한 작품이다. 조석진·안중식·김응원·김규진·이도영이 나눠 그린 10폭 병풍과 나수연·김응원·김규진이 합작한 8폭 병풍은 저마다 개성을 드러내면서도 하나인 듯 어우러지는 조화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일제 암흑기에 전통서화를 잇고 후대에 알리려 했던 100년 전 민족 서화가들의 정신이 ‘회-지키고 싶은 것들’ 전에서 다시 발화한다. 사진작가 이상현의 ‘조선의 봄’은 1906년 산골장터를 찍은 흑백사진에 분홍색 복사꽃을 덧입혔다. 예화랑 제공 ▲ 일제 암흑기에 전통서화를 잇고 후대에 알리려 했던 100년 전 민족 서화가들의 정신이 ‘회-지키고 싶은 것들’ 전에서 다시 발화한다. 사진작가 이상현의 ‘조선의 봄’은 1906년 산골장터를 찍은 흑백사진에 분홍색 복사꽃을 덧입혔다.
예화랑 제공
이번 전시에는 사진가 이상현이 현대미술 작가로 유일하게 참여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기록 사진을 바탕으로 진실과 허상을 뒤섞은 미디어아트와 사진 작업 8점이 소개된다. ‘조선의 봄’은 1906년 주일 독일대사관 무관 헤르만 산더가 함경도 길주에서 촬영한 산골장터 흑백사진에 분홍색 복사꽃을 덧입힌 작품이다. 국권을 침탈당한 조선의 엄혹한 상황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미디어아트 ‘낙화의 눈물’은 조선총독부가 촬영한 경복궁 강녕전 사진과 이난영의 노래를 결합했다. 100년의 역사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이 독특한 정서를 자아낸다. 전시는 오는 24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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