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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루

자화상, self portrait

서양화

  • 마음에 떠오른 색을 칠한다. 나는 푸른색에 푸른색, 그리고 푸른색을 덧칠한 것을 만들었는데, 그 크기는 내가 안을 수 없는 정도이다. 언젠가부터 언어 이전의 것, 조형 이전의 것, 그리고 추상 이전의 것을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를 위해 이것저것 시도하기, 하지 않기를 반복하다 그 반복 자체가 내가 찾던 것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푸른색 그 원형에 흰색과 검은색의 무채색 혼합 분리를 반복했고, 그 안에 떠오르는 것과 떠오르지 않는 것에 대해 담기와 덜어내기를 반복했다.

    마음에 색 세 가지를 정해 화면에 거친 물체로 덧칠한다. 나는 흰색과 붉은색 또 푸른색을 선택했고, 거친 손으로 화면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없앴다. 이리저리 칠한 것을 또 가리고, 가림막을 다시 벗긴다. 흰색은 분홍색이 되었고, 분홍색은 푸른 것이 되었으며 다시 푸른색은 흰색이 되었다.

    마음이 찢어진 만큼 칼집을 낸다. 감각을 멈추고 나의 상처를 가늠한다. 상처의 위치를 찾고, 크기를 잰다. 그리고 화면에 같은 정도의 칼집을 같은 위치에 낸다. 피는 그 주위를 물들인다. 흰색의 실로 흔적을 봉한다. 찢음의 아픔은 외마디 욕설 몇 가지로 채워지지 않는다. 고통을 참으려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엄지손톱으로 검지를 깨물어야 한다. 수백 개의 가시를 삼킨 듯하다. 날 찌르는 진동이 뼈마디 마디를 울렸다. 가시가 소화되어도 진동은 영원하다. 귀에 걸치는 트롬본

    마음에 떠오른 얼굴을 빚어낸다. 얼굴은 필히 상처로 이루어져 있다. 얼굴에 있는 눈과 코, 입은 모두 흉터를 구상화한 것이다. 그러니까 상처를 선행해온 것이다. 벗겨짐과 찢어짐 다시 가림, 차오름은 얼굴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같다.

    이제 내 앞에 자화상이 나타난다.



    Self portrait , 90.9*72.7 cm^2 , mixed media on canvas
  • 등록일 2020-06-26 0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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