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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규

몽롱한, 숨바꼭질

서양화

  • 황철규, 몽롱한, pigment print, 90×60cm, 2019

    황철규, 숨바꼭질, pigment print, 90×60cm, 2019



    나는 왜 사진을 찍는가? 내가 인상적으로 본 물건과 풍경을 수집하고 기록함으로써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파악하고자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찍는가? 내가 찍은 대상들은 모두 도시, 특히 나의 생활반경 안에 있는 것들이다. 굳이 멀리 여행을 떠난 것도, 상황을 적극적으로 구성한 것도 아닌, 우연한 발견에 근거한 결과물들이다. 이들은 밤에 더 잘 보이는 사람의 흔적이라는 역설적 주제와 나를 투사한 대상이라는 소재로 압축해 볼 수 있다.

     

    <숨바꼭질>에서 누군가가 인도 옆 수풀에 버린 일회용 음료 패키지는 가로등 불빛을 한몸에 받아서 그 존재감이 살아난다. 어두운 밤에 켜진 가로등은 그것이 비추는 일정한 영역에 극적인 무대효과를 준다. 이 스포트라이트 안에 들어온 것은, 본래의 용도와는 상관없이 주인공이 된다. 누구도 일부러 가로등 아래에 물건을 놓지는 않겠지만 우연히 그곳에 놓인, 또는 버려진 물건들은 조명과 나의 눈에 밟혀 제각기 품은 사연을 조금씩 들키고 마는 것이다.

     

    나는 왜 엉겁결에 빛을 받은 그것들이 눈에 밟혔을까? 넓은 풍경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 있어서 외로워 보이거나, 어딘가 기울거나 찌그러져서 불안정해 보이는 사물들을 발견하면, 나를 닮은 것을 찾은 반가움과 안쓰러움을 동시에 느끼며 그들의 기념사진을 찍어준 것이다. 그 과정에서 대상의 위치를 옮기는 등의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사람들이 별것 아니라고 여기는 무관심의 대상, 또는 치워버려야 할 대상과 사적인 대화를 나눈 후, 크게 확대하여 화면의 정 가운데에 놓음으로써 쓸쓸한 도시의 뒷골목에서 주연의 자리로 잠시 올려주는 것이다.
     

  • 등록일 2019-12-20 12:5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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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2020-06-22 18:16:46

    좋은 작품 잘 감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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