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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화 개인전 : 《무한한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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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정상화

  • 장소

    갤러리현대

  •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 14

  • 기간

    2023-06-01 ~ 2023-07-16

  • 시간

    9:00 ~ 9:00

  • 연락처

    02-2287-3500

  • 홈페이지

    http://www.galleryhyundai.com

  • 초대일시

  • 관람료

갤러리 가기
갤러리현대는 정상화의 개인전 《무한한 숨결》을 6월 1일부터 7월 16일까지 개최한다. 《무한한 숨결》 전은 정상화 작가와 갤러리현대가 함께하는 아홉 번째 개인전이다. 갤러리현대는 파리에서 활동 중이던 그의 예술성에 반해 1983년 첫 개최한 이후 현재까지 40여 년간 그의 예술 세계를 국내외 무대에 알려 왔다. 2014년 이후 10여 년 만에 개최되는 갤러리현대 전시는 1970년대 이후 전개된 그의 독창적 그리드의 다양성을 주목하고, 매체 실험을 통한 작가의 조형적 탐구 정신을 재조명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정상화 작가의 독보적인 표현 양식을 살펴볼 수 있는 1970년대 작품부터 근작까지 40여 점이 대거 소개된다.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인 정상화는 ‘뜯어내기’와 ‘메우기’라는 자신만의 독창적 프로세스로 새로운 차원의 평면성을 탐구하는 시적인 작품을 발표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전시 제목 《무한한 숨결》은 작가의 모든 숨결이 닿은 캔버스 화면이 화폭 너머의 무한한 시공간으로 확장되길 바라는  정상화 작가의 세계관을 은유한다. 그는 신체적, 정신적 노동이 집약된 방법을 통해 2차원 평면을 숨결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확장해 왔다. 작가는 매 순간 엄청난 집중력으로 화면에 몰입하며 완성한 과정을 시각화하였다. 미술평론가 이일은 1980년 발표한 글에서 정상화의 작품을 “은밀한 숨결의 공간”이라 평하였다. “정상화의 회화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자칫 표정 없는 밋밋한 그림으로 그냥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그러한 작품들이다. 그러나 시간과 음미를 일단 거치고 나면 눈요기의 시각적 효과를 겨냥한 그림보다 비길 수 없이 깊은 숨결을 내뿜고 있는 것이 또한 그의 그림이다. 그의 회화는 네모꼴들이 빡빡하게 쌓이고 서로 인접하면서도 그 전체가 한데 어울려 무한히 확산해 가는 은밀한 숨결의 공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일, <은밀한 숨결의 공간>, 1980)

1층 전시장에서는 그만의 화면 구축 방법론을 확인할 수 있다. 정상화 작가는 공간 구축을 위한 바탕재로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힘을 가진 고령토를 선택하였다. 고령토는 공간을 구성한 뒤 사라지지만 그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낸다. 작가에게 고령토라는 재료는 그 자체로 방법론이 되었다. 그는 “고령토는 평면에 힘을 축적시키는 나의 방법론, 죽 그었다고 해서 선(線)이 아니요, 평평하다고 해서 면(面)이 아니요, 비워 뒀다고 공간(空間)이 아니에요. 이 모든 것은 작업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겁니다. 고령토와 물감을 들어냈다 메우는 과정에서 선, 면, 공간이 자연히 발생하지요.”라고 설명한다.(작가의 말) 전시작 <무제 12-5-13>(2012)은 고령토가 사라진 공간이 시차 속에 서로 다른 층위를 형성하면서도 서로 밀착되어 전체를 이루고, 하나의 통일된 색채가 그 앞에 내재되어 있는 깊이를 달리하며 조화에 이르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무제 2019-10-15>(2019)는 최근 바탕을 이루고 공간을 구축한 뒤 사라지던 존재인 고령토가 화면에 남아 선이 되고, 면이 되어 하나 조화를 이루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 전시장은 백색 작품들을 통해 작가가 구축하려고 했던 평면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1970년대부터 기존의 강렬한 색채와 거친 마티에르를 사용한 비정형의 앵포르멜식 회화에서 점차 벗어나 평면에 깊이를 탐구하며 변화를 모색한다. 이 시기 엄격하게 색을 절제하고, 내용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평면화를 추구한다. 1973년부터 정상화로 대변되는 단색의 그리드 회화를 제작하기 시작하고, 1974년 오사카의 시나노바시 화랑에서 처음으로 발표한다. 백색을 사용한 그의 작업은 매우 비슷해 보이지만 사실은 어느 작업도 유사하지 않다. 같은 백색이라 할지라도 구성하는 요소가 작업마다 다르고 개별 격자들의 크기와 형태, 그리고 색채와 높낮이가 모두 다르기에 화면은 결코 같은 표정과 색감을 지닐 수가 없다. 캔버스에 3-5mm 두께로 바른 고령토를 네모꼴로 뜯어내고, 고령토가 떨어진 자리를 유채나 아크릴 물감으로 채워 넣는 행위는 격자의 간격이나 방향, 바탕 안료의 두께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을 탄생시킨다. 정상화는 규격화된 작업 과정 안에서도 새로움을 추구하는데, 이는 곧 전위성과도 연결된다. 그는 과정이라는 것 자체가 결과물을 정의하고, 동시에 작품이 갖는 모든 특성을 서술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세계는 완성된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작업 과정을 시각화하는 데에서 의미를 찾는다.

2층 전시장에서는 종이를 재료로 한 작가의 평면을 향한 탐구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정상화는 작가는 1970년대 들어서면서 캔버스를 이용한 평면 실험 이외에도 종이라는 매체를 적극 활용하였다. 캔버스 작업에서는 고령토를 올린 후 뜯어내고 메우기를 통해 공간을 구축하였다면, 종이 작업은 데꼴라주, 프로타주 기법을 통해 평면 실험을 진행하였다. 그는 종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데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한다. “표현의 자율성이나 과감성, 대담성은 종이 작업에서 나타나요. 종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데서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죠. 지금도 종이를 보면 무엇을 할까 고민해요.” (작가의 말)

데콜라주 작품은 얇은 종이에 수직 수평의 선을 긋고, 각각의 그리드를 칼로 얇게 벗겨내어 색을 칠하면서 캔버스 작업보다는 자유롭게 구조와 패턴, 색채 등을 과감하게 실험하였다. 전시작 <무제>(1974)는 초창기 평면 위 그리드가 종이 작업에서는 어떻게 구현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작품으로, 이 작품에서 캔버스에서는 할 수 없는 매체 본연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종이를 얇게 뜯어내며 평면 안으로 들어가 보는 시도를 한다. 또한 먹이라는 매체가 종이에 흡수되는 효과 및 깊이 있게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프로타주 작품은 완성된 캔버스 작품 위에 직접 한지를 올려 연필이나 목탄으로 탁본을 뜨듯이 작업하였는데, 이는 2차원 평면을 공간화한 후 다시 평면화함과 동시에 선의 구조를 명확히 드러나게 하여, 같은 선과 구조가 매체와 기법으로 얼마나 다른 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지 확인하였다. 이외에도 전시작 <무제 80-9>는 완성된 캔버스의 작품의 요철을 날카로운 도구로 밀어내어, 그가 원래 구현하려고 했던 요철을 통한 선과 면이 아닌, 요철이 사라지면서 생긴 면과 선이 만들어 낸 평면 위 그리드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실험작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데콜라주, 프로타주, 목판 작품들은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표현, 재료와 대상에 대한 조형성 탐구, 표현의 실험적 시도를 추구한 결과로 작가의 실험 정신에 가장 근접한 작품들이다. 정상화에게 종이 작업은 유화 작업을 종이로 옮겨 제작한다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종이라는 매체의 유연하고 손쉬운 특성을 이용하여 방법적 실험과 도전을 감행하고 방향을 모색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갤러리현대] 정상화, 과정 5, 2017, 캔버스에 아크릴릭, 카올린, 130.3 x 97 cm
갤러리현대 제공, Courtesy of the artist & Gallery Hyundai


[갤러리현대] 정상화, 무제 81-2-21, 1981, 캔버스에 아크릴릭, 100.5 x 73 cm
갤러리현대 제공, Courtesy of the artist & Gallery Hyundai



[갤러리현대] 정상화, 무제, 1979, 종이에 아크릴릭, 데콜라주, 39 x 30 cm
갤러리현대 제공, Courtesy of the artist & Gallery Hyundai



□ 작가에 관하여
정상화는 1932년 경상북도 영덕에서 태어나 마산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한국전쟁이 진행되던 1953년에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입학하여 1957년 대학 졸업 후 《한국현대작가초대전》(1960), 《악튀엘 그룹전》(1962), 《세계문화자유회의초대전》(1963) 등 다수의 정기전,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1957년 서울대 미대 학장이었던 장발의 추천으로 인천사범학교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당대 전위 미술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던 현대미술가협회와 악튀엘의 회원으로 활동하였다. 이 시기 그는 6.25를 겪으면서 느꼈던 아픔을 앵포르멜 경향의 전위 미술로 표현하는 것에 몰두해 있었다. 물감을 던지고, 뿌리고, 부풀려서 비틀고 뜯어내고, 메우는 등 전후 어두운 사회적 분위기를 격동적인 행위와 강렬한 색채로 화폭에 담아냈다. 1965년 <제4회 파리비엔날레>, 1967년 <제9회 상파울루비엔날레>에 참여 작가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해외 미술계에 소개되었다. 1967년 도불전을 개최한 뒤 1년간 파리를 경험하고 온 그의 화풍은 여전히 앵포르멜 경향이었으나, 도불 이전의 작품과 비교하면 화면에서 평면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1968년 짧은 도불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그는 한국에 머물러 안온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기보다는 세계 미술 흐름 속에 자신을 위치시키고자 1969년 일본 고베로 건너가게 된다. 고베로 이주한 그는 내용 면에서도 기존의 강렬한 색채와 거친 마티에르를 사용한 비정형의 앵포르멜식 회화에서 벗어나 평면에 깊이를 탐구하며 변화를 모색한다. 이전의 앵포르멜 회화에서 선보였던 여러 방법론 중 ‘뜯어내기’와 ‘메우기’라는 방법론을 유지하고, 캔버스를 틀에서 떼어내어 주름 잡듯 접어내는 방식을 새롭게 추가한 것이다. 정상화는 이 시기 엄격하게 색을 절제하고, 내용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평면화를 추구하며 1973년부터 단색의 그리드 회화를 선보이기 시작한다. 그의 작업들은 1970년대 중반부터 격자의 형태 및 규칙을 가지는데, 이러한 반복적인 기법은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977년 프랑스로 이주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정상화의 작업은 파격적인 변화보다는 고베 시기에 진행된 화풍의 완성도를 향해 모든 집념이 고취된다. 이전의 백색의 격자무늬 작품에서 좀 더 나아가 검은색, 푸른색, 적색 등 다양한 색을 단색화를 선보이게 되고, 격자무늬도 이전보다 더 정교한 밀도 속에서 각각의 그리드가 독립된 개별성을 가지면서도 서로 어울려 조화로운 화면을 구축하게 된다.

1992년 11월에 한국으로 영구 귀국하여 1996년 경기도 여주에 작업실을 짓고 자리 잡은 후에는 줄곧 한국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상화는 국립현대미술관(2021), 런던 레비고비 갤러리(2020), 뉴욕 레비고비 갤러리(2016), 갤러리현대(2014), 프랑스 생테티엔 현대미술관(2011)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미지(未知)에의 도전, 현대미술가협회》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2020), 《한국의 추상미술: 김환기와 단색화》 (파워롱미술관, 상하이, 2018), 《단색의 리듬, 한국의 추상》 (도쿄 오페라시티 아트갤러리, 도쿄, 2017), 《한국의 단색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2), 《Poetry in Motion》
(바이엘러 갤러리, 바젤, 2007), 《오늘의 한국드로잉》 (브루클린미술관, 뉴욕, 1981) 등 다수의 국내외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시립미술관, 도쿄현대미술관, 미국 스미스소니언의 허쉬혼 미술관, 프랑스 생테티엔 현대미술관, 홍콩 M+, 구겐하임 아부다비 등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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