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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괴테의 구두/미술평론가
  • 작성일2022/07/27 13:48
  • 조회 169

요한 하인리히 티슈바인, ‘로마 캄파냐에서의 괴테’, 1787년 (164×206㎝, 슈테델 미술관, 독일 프랑크푸르트)

▲ 요한 하인리히 티슈바인, ‘로마 캄파냐에서의 괴테’, 1787년
(164×206㎝, 슈테델 미술관, 독일 프랑크푸르트)


18세기 유럽에서 부유하고 교양 있는 축에 끼려면 그랜드투어로 불린 이탈리아 여행을 해야 했다. 영국인이 제일 많았고 프랑스, 독일…. 그리고 미국인도 있었다. 여행자들은 도중에 마주치는 비슷한 계층의 사람들과 사귀고, 지식과 교양을 나누었다.

여행자들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이동했다. 피렌체에서 우피치 미술관을 관람하고 최종 목적지인 로마에 도착해 일 년 정도 머물렀다. 고대 유물과 유적지, 건축물을 반복해서 감상하고, 고고학 강좌에 참석하기도 했다. 1763년 폼페이 발굴이 시작되면서 나폴리까지 내려가 베수비오 화산과 폼페이 유적을 구경하는 코스가 추가됐다. 용감한 축은 배를 타고 시칠리아에도 갔다.

독일의 문호 괴테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 경험은 훗날 ‘이탈리아 기행’(1816)이라는 책으로 나왔다. 괴테는 로마에서 글을 쓰고 모임에 참석했다. 로마에 유학 중이던 티슈바인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1787년에는 티슈바인과 함께 나폴리 여행도 했다.

티슈바인의 그림은 그랜트투어의 유명한 이미지가 됐다. 괴테는 여행복 위에 긴 튜닉을 걸치고 로마 남쪽 아피아가도 부근의 유적지에 앉아 있다. 무너진 오벨리스크, 그리스 부조, 원경의 로마식 원형 무덤이 고대를 향한 괴테의 열정을 암시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사람들은 자기 도시에서 태어난 이 위대한 작가를 자랑스러워한다. 프랑크푸르트공항에는 이 그림을 본뜬 대형 괴테상이 있는데 티셔츠, 머그잔, 스카프에도 이 이미지가 들어 있다. 원본 그림은 슈테델 미술관에 아주 잘 보이게 걸려 있다.


이 그림은 괴테의 고귀함을 잘 표현했다는 평이지만, 어설프고 자세가 부자연스럽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왼 다리가 부자연스럽게 길다. 두 다리가 튜닉 속에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오른발에 왼쪽 구두가 신겨져 있다. 괴테는 왜 왼쪽 구두만 두 짝을 신었을까? 티슈바인은 오른쪽, 왼쪽도 구분 못 하는 형편없는 화가였던가? 연구자들은 티슈바인의 작업실에 있던 미완성 그림을 누군가 덧칠해서 판 것이 아닐까 옹색한 추측을 해 보지만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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